2009개정교육과정은 준비기간이 짧고, 기습적 추진으로 인해 정치적 교육과정 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3년의 연구기간과 2년이라는 현장적용기간을 거쳤다. 2007개정교육과정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 한국철학회, 한국윤리학회, 한국윤리교육학회, 한국초등도덕교육학회, 동양윤리교육학회 등 학문공동체가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만들어낸 교육과정이었다.
교과부가 주장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은 교과목 축소를 통한 학습부담 경감, 20%자율증감을 통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집중이수제를 통한 효율적 교육활동 등이다. 그러나 이는 이상적 구호에 불과하다. 공교육이 본연의 모습을 잊어버리고,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춘 몰입교육이 된다면 공교육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실시되면, 도덕윤리과는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집중이수제와 수업시수의 20%자율증감, 학업성취도평가 등으로 인해 정상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활동 진행도 불가능하다. 중학교 도덕과의 경우, 주당 1~2시간씩 발단단계에 맞추어 편성된 교육내용을 소화할 수가 없다. 3년 동안 배워야 할 내용을 1~3학년 중 한 학기에 몰아서 가르치게 되면, 내용이 어려워 교사도 힘들고, 학생들도 힘들게 된다. 결국 현재보다 학습효과 면에서 개악이 되는 것이다.
둘째,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학업성취도평가로 인해 초등의 경우 실과, 도덕 등의 비중이 대폭 축소되었으며, 중등도 학업성취도평가와 수능에 따라 영수국 위주로 과목을 편성하다 보니 교육과정 파행운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도덕과의 경우 20%자율증감으로 인해 5단위의 수업시수가 4단위가 되면 그만큼 인성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중심교과는 축소시키고 창의적 재량활동으로 이의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학교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이다.
셋째, 2009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 골격을 크게 바꾸고 있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교과서 개발은 당연하다. 교과서도 없이 우선 시행하고 보겠다는 밀어붙이기식 저돌성은 용기인지 만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과교육전문가들은 이러한 교과부의 조처에 황당할 뿐이다.
교과부장관은 지난 9월30일 음악, 미술, 체육 교과를 20%자율증감에서 제외하기로 공표한 바 있다. 이는 20%자율증감이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제외된 여타의 과목들은 왜 묶어 두고 있는지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공교육과정에 설치되어 있는 모든 교과목은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 고교 교과목과 내용이 부분적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2014수능개편안의 확정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 교과부의 주장이다.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제1, 제2안 둘 다 영수국 중심의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고교교육과정을 비정상으로 만들 것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 국가의 중등교육(교육과정) 목표가 대학입시 준비에 맞추어진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납득하기 어렵다.
수능이 당분간 변별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면, 공교육과정 내 모든 교과가 수능과목이 되어야 마땅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교과목을 시험보기 어렵다할지라도 사탐이나 과탐 과목 중 2과목 이상은 시험을 치러 학생들로 하여금 다방면의 교양과 상식을 쌓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처가 결국 학생들에게 지적자산이 되어 글로벌 창의인재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영수국이라는 도구과목 중심 교육만으로는 글로벌 창의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학습부담의 주범은 영수국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공교육의 목적과 이상에 맞는 수능체제 개편을 원한다. 학습부담 완화와 사교육비절감이 현 정부가 안고 있는 시급한 현안과제라 하더라도 ‘지덕체를 골고루 갖춘 전인교육’의 목표를 망각하고 대학입시에 필요한 ‘영수국 몰입교육’으로 갈 수야 없지 않겠는가. 대통령께서도 “교육개혁을 일시에 다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