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교원임용고시 시행공고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의 충원은 제로였다. 이는 전문상담교사 시행 초기년도인 2005년 당시 2010년까지 학교당 전문상담교사를 1명씩 배치, 아동‧청소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계획안과 상치되는 것이다. 당시보다 아동‧청소년 문제가 훨씬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상담교사 충원은 오히려 후퇴했다. 최근 전문상담교사의 배치‧활용과 관련한 여러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의 과원 교사를 상담교사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과원 교사를 연수를 거쳐 진로상담교사의 역할을 부여하자는 정부 계획이 있다. 지금까지 중고교에서 진로와 직업 교과 수업은 평균 수업시수 미달 교사들이 맡아왔다. 대개 진로 교육에 대한 사명감, 전문성, 체계성 없이 시간 메우기 방식으로 진행돼 학생, 교사 모두에게 신뢰를 상실했다. 정부 계획대로 과원 교사를 활용한다면, 적격자 심사를 거쳐 예비 선발하고,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원양성체제를 개편해 교육대학원에 양성 과정을 두고 일정 경력을 가진 교사를 대상으로 ‘진로 전공’과 ‘생활지도 전공’을 두어 현장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상담자를 전문상담사로 배치해 상담자 역할을 수행하게 하겠다는 방안이다. 전문상담사를 배치하면 무엇보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계약제라는 신분상 약점을 이용해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는 학교상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교육에 대한 비전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생활지도의 중추적 역할을 기대하는 학교상담이 기획, 상담, 운용, 평가 등 상담의 기능에만 치우친 전문상담사에 의해 운영된다면 학교상담과 생활지도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상담인턴교사 제도의 개선이다. 현재 상담인턴교사제도는 현장에서 왜곡 운용되고 있다. 취지와 달리 청년실업이나 주부, 퇴직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담인턴교사의 배경을 보면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 교사자격소지 대학원생, 상담자격 소지 주부, 사회복지사, 퇴직 교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학교에서는 상담활동 보다 학교 업무 보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지도하는 멘토 역할의 전문상담자가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상담인턴교사의 자격, 역할, 연수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넷째, 5년 전문상담교사제도의 성패를 반성해보아야 한다. 평가 결과를 정부의 정책 자료로만 활용하기보다 당사자인 전문상담교사와 공유해야 할 것이다. 즉 전문상담교사 제도 개선을 위한 피드백 연수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에 따라 어떤 부분이 성공 또는 실패이며 성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실패를 보완하고 지원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개선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 이에 대한 전문상담교사의 의견이 반영될 때 학교상담과 전문상담교사제도는 발전의 주춧돌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의 생활지도 정책은 현실에 급급한 땜질‧임기응변식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문상담교사 충원 방식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학교교육의 미래의 방향을 보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교육 현장과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접근은 사후 약방문 보다는 예방 차원이 중요하다. 영국의 경우 학생들의 결석률과 퇴학률 감소를 막는 것이 생활지도의 주요정책이다. 2004년 초기 투자비용을 제외한 학생1인당 경비는 3620파운드인 반면 학교탈락자 지원 비용은 무려 1만4000파운드로 약 3.5배의 공교육비가 소요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선진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학교 상담은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을 줄일 수 있고,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는 인권 친화적 생활지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청소년 문제와 관련된 기관 운영비와 이들의 교정에 대한 교육비 등을 고려할 때,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배치와 학교상담 기능의 확충은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며, 인간 중심적이라 할 수 있다. 생활지도와 상담은 교과 중심의 한국 교육의 방향을 인간 중심으로 이끄는 동인으로 작용해 교육 본연을 회복하는 중추적 역할 또한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