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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선생님! 잘 써드렸어요”

지난 5월부터 시작해 약 2개월 동안 모든 학교에서 교원평가제가 실시되었다.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목적으로 교사의 교육에 대한 동료 교원의 평가와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교원평가제를 통해 교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이 제도는 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고, 아울러 학교 현장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번 교원평가 결과 점검할 것이 있다. 우선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영역은 절차와 방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참여부터 저조했다. 필자의 학급은 설문 참여자가 45명 중에 5명이 기간 내에 참여했다. 다른 학급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감을 앞두고 학교 측에서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데리고 가 대량 불참 사태를 면했다.

이러다보니 설문 결과는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아이들은 컴퓨터실에 억지로 갔고, 설문 조사도 장난스럽게 진행했다. 다른 반도 참여해야 하니 설문을 진지하게 읽을 시간도 없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일부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악플을 남겼다. 개인적인 감정을 그대로 토로하고, 생활지도에 대한 반감을 고스란히 폭로했다. 이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익명성이 보장된 평가를 하면 당연하게 발생되는 문제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은 이성적으로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성적이 안 좋으면 그 원인을 교사에게 돌리고 분풀이를 하고 싶다. 성적이 좋은 학생도 ‘선생님! 잘 써드렸어요’라며 말하는데, 이는 마치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의식하는 듯했다. 이렇게 볼 때 교원평가에서 학생에게 만족도 조사를 참여하게 한 것은 어른들의 불찰이다. 이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올바른 제도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학생 참여는 어린아이들의 일그러진 모습만 양산하게 된다.

학부모 참여는 저조하다 못해 참담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1학년 678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원평가를 위한 학교 공개의 날을 열었다. 학부모의 편의를 위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여러 차례 안내를 했다. 결과는 5명이 참관했다. 다른 학년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는 참여 인원도 문제지만 이름도 모르는 교사의 수업에 대해 왈가불가 한 것이 우습다. 다행히 억지로 참여했지만 양심이 있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잘 모르겠다’에 응답했다. 필자의 수업 만족도 조사에도 169명 중에 56명이 참여했는데, 그 중에 38명이 ‘잘 모르겠다’에 답했다.

정부는 국민의 80% 이상이 지지했다며 입법화되지 않은 교원평가를 강제로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극소수이다. 국민 여론과 달리 교원평가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말 그대로 만족도 조사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만족도 조사는 참여해 봐야 학교 현장을 특별히 바꿀 것 같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다. 실제로 일상적으로 해오던 교사의 고유 업무에 대해 응답하고 교육의 본질적인 내용을 물음표로 만들어 놓은 것에 답하라고 하니 별로 흥미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나 국민이나 교원평가제를 찬성하는 이유는 교원의 일상성을 개혁하려는 바람이 섞여 있다. 하지만 일상성 개혁은 현재의 설문 조사와 같은 방법은 목적 달성에 어려움만 남긴다. 늘 이야기하지만 정부의 입법권, 공권력을 통해 개혁을 이루면 그것은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없다. 학교 현장을 피동화하고, 관료화하여 결국은 학교의 일상사를 심각하게 왜곡하게 된다. 지금처럼 만족도 조사를 통해 교사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시스템은 관료화가 깊어지고 학교 현장은 타율화, 피동화된다.

흔히 말하는 대로 금번 교원평가에서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교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라면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이들은 교육의 주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의사소통의 채널이 활성화된다면 교육 현장에 역동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굳이 숨어서 설문 조사를 통해서 의사표현을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교원평가제는 입법화되어 추진될 전망이다. 이 시점에 취할 것은 취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 이번처럼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본질적으로 맞지도 않지만 낭비적 요소도 많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서라면 여론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의존할 필요도 없다. 모든 정책은 자발적인 수용의 방법으로 전면화 되어 구성원 모두가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보되고 교육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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