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BCD로 이루어져 있다. 즉 태어나서(B:birth) 죽을 때(D:death)까지 선택 (C:choice)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언제나 다르게 마련이고 따라서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같은 선택을 연거푸 두 번씩이나 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있다. 바로 교총이다. 첫 번째는 교육자로서 살겠다는 각오를 함께한 직업의 선택 이고, 두 번째는 올바른 교육을 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 회원이 된 교총의 선택이다. 이러한 두 가지 선택을 함께 했으니 어찌 우리의 인연이 깊다 하지 않겠는가? 선택은 삶의 경험과 배움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안에는 가치, 신념, 태도 등이 녹아 있다. 따라서 교총회원은 교육자로서 마인드와 책무성에서 의기투합한 동지들이다.
교총은 1947년, 즉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임을 세계만방에 공포한 1948년보다 1년 앞서 창설됐다. 이 나라의 기틀이 채 세워지기도 전에 교육을 걱정한 선배님들의 실천적 행동에 후배로서 그저 고개 숙여질 뿐이다. 그리고 제대로 그 뜻을 받들고 있는지 반성하게 한다. 한국교총은 한국 교육의 역사를 창조해 나간 주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모지의 땅에서는 교육의 디딤돌을 세웠고, 교육의 위기에는 책임감있는 목소리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바른 길로 교육을 이끌어 왔다. 올해 교총은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발표한 대한민국 파워조직 중 신뢰도 13위와 영향력 15위로 시민사회단체 중 최상위를 차지함으로써 이러한 능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물론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의 규합에 있다. 19만의 회원수가 한국사회의 교육을 이끄는 파워로 작용해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교육계에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나는 이쪽도 아니고 저 쪽도 아니다’라고 중립성을 표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러한 중립성은 편향되지 않은 균형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사로서 ‘무관심’과 ‘무책임’ 그리고 ‘무기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교육이 정치, 사회, 경제와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 한 교육은 언제나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도구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들을 어찌 개인이 막아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뭉쳐야 했고 그 힘을 통해 오늘 사랑하는 제자들 앞에게 떳떳한 교육자로 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총의 회원들은 이러한 교육자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꿈꾸는 교육현장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뜻을 모아야한다. 그런데 조금 귀찮은 일이 생겼다. 교총회비 납부를 위해서 그 동안의 방식과 다르게 원천징수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연말이라 이것 저것 작성할 것도 많은데 동의서까지 작성해야 한다고 하니 우리의 뜻을 모으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작성한 한 장의 동의서가 모여 교육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감수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변화가 자칫 회원의 이탈을 가져올까 우려된다. 회원수의 감소는 우리가 원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진하게 할 것이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교육정책에 휘둘리다 자칫 죄짓는 교육으로 내몰리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서로를 독려해 힘을 모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또 한 번 우리의 응집력을 보여줌으로써 전문직으로서의 교직 위상을 높이고 우리가 꿈꾸는 교육환경을 앞당길 수 있도록 세상을 놀라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