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일간지에 교육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시민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교사들이 무슨 할말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교단은 무너졌고 교사들은 떠나려 한다. 누가 이들을 내몰고 있는가.
그 동안 우리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밀려 왔다. 위정자들은 말로만 백년대계를 외칠 뿐 제대로 된 교육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한 채 해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는커녕 확보된 교육세마저 빼앗아 가는 실정이었다.
교육의 최고 책임자 선정부터 적절치 못하였다. 새정부들어 임명된 정치인 출신 장관은 교사를 아예 적으로 몰아버렸다. 교육개혁의 명분을 걸고 개혁 성향의 정치인을 임명한 결과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할 교육적 배려보다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만이 횡행하였다. 교사 축출을 교육 개혁의 본질로 인식한 젊은 장관은 통치권자의 신뢰를 등에 업고 개혁과 소신이란 미명하에 교단을 마구 유린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교단 질서는 무시되고 일선 현장과는 앙금의 골이 깊게 패였으며 교육은 극심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수 십년간 전시효과적 교육 행정이 교단을 멍들게 하였지만 교육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해마다 무슨 구호가 그렇게 많은지 열린교육이다, 특기·적성교육이다, 새 학교문화 창조다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무한경쟁이란 경제 개념을 무리하게 교육 현장에 도입해 '시·도교육청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것이 단위 학교 평가로 이어지고 다시 교사 평가로 연결되어 학교와 교사간에 줄서기 경쟁을 유도, 본업인 수업을 뒷전으로 밀어내었다.
요란한 교육 이론의 도입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한 학급에 50여명씩 집어넣은 현실에서 수준별 수업이니 수행평가니 하는 것들이 당키나 한 것인가.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들까지도 비현실적이고 한물간 것이라는 비판이 비등한데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고집스레 도입하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가 외국 교육이론의 시험장인가.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불신받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 최고 상층부를 교육 경험이 전무한 일반직들이 장악 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건만 수십년간 요지부동이다. 교육부 엘리트 관리들은 일선 교사들을 우매하게 여기고 현장에 대한 통찰보다 선진국의 교육 정책을 도입하고 싶어하며 전국의 부교육감을 독식한 채 이제는 일선 학교장까지 차지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최근에 시달된 소위 '교장임용관리지침' 이나 시도 인사위원회에 장관추천인을 배치하겠다는 것은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반민주적인 행태이건만 저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교육이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임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말로 아이들을 교단에서 가르쳐 보았다면 감히 촌지신고 보상제니 담임교사 선택제 등을 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순간부터 교사들은 설 땅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교단의 반발을 초래하였던 정년 문제만 해도 국가적 경제 위기를 고려할 때 교사들이 정년 조정 자체를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정한 여론 수렴이나 공청회 등 합리적 수순을 전부 생략한 채 무조건 정년을 줄일 궁리만 하였다. 평생을 교단에 바친 교사들의 유일한 희망이 정년 보장이었음을 알면서도 무작정 쫓아내려 하였다. 교사들을 촌지, 부교재 등으로 무차별 공격하였고 결국 교사들은 교육을 망친 암적 존재가 되어 버렸다. 교사들이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는 참담한 세상으로 만든 것이다.
교사를 이해하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언론, 시민, 교육부, 모두 여론을 등에 없고 채찍만 꺼내들었지 감싸주는 손길은 없었다. 졸지에 교육을 망친 범죄자가 된 교사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의 교육 부재 사태에 교사들도 책임을 통감하건만 어떤 반성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경멸의 대상만 되었다. 당연한 결과로 이제는 교사가 교단에서 학생, 학부모에게 폭행당하고 수업중 파출소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교권을 추락시키는 것은 한 달이면 족하지만 추락된 교권을 다시 세우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우리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위정자들에 대해서는 희망을 접없다. 유일한 탈출구는 교사들의 각성과 단결뿐이다. 우선 모든 교사들이 냉정을 회복하고 대승적 견지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결하자. 우리 교사들이 언제 단결해 보았던가. 지식인 집단만 앞세웠지 초등, 중등간에, 도시와 농촌간에,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간에 갈등만 있었지 언제 한 목소리를 내어 보았던가. 그러니 이 모양 아닌가. 이제 힘 모아 교단을 지키자. 국민의 지지를 받아 교단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