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구시교육청 모 장학사가 벌인 `수업 중 청소 확인 장학'을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얼마전 모 TV뉴스를 보니 대구교육청 교육국장이라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수업시간이라도 청소지도를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따지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상식을 뛰어 넘는 한심한 일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고, 또한 우리 교육이 황폐화 된 원인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교육은 가장 보편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순리와 상식의 결정체다.
그런데 어떻게 쉬는 시간도 아닌 수업 중에 청소지도를 한답시고 온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단 말인가. 기본적인 예절이나 절차도 무시한 채 교실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뒤지다 못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청소를 시키다니 정말 엽기적인 일이다.
그 날 그 교사는 장학사의 `망나니 짓' 때문에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 앞에서 권위가 무너지고 허탈한 나머지 수업도 못했을 것이다. 어느 교육학 서적에 수업 중에 장학사가 청소를 확인해야 하며, 그 행위를 장학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릴 수 있단 말인가.
이번 대구교육청 장학사의 청소 확인 소동을 보며 교육자의 5대 의무 중 `품위 유지의 의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자들이 제 모습, 제 자리, 제 할 일을 망각하고 막 살아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소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구태의연하고 권위적인 우월 의식에 사로잡혀 주위사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기분대로 처신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해도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라는 측면, 그리고 도덕과 예의라는 법의 상위 개념에서 볼 때, 문제의 장학사는 물론 TV에서 해명했던 교육국장은 교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국의 교사가 최소한의 품위라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