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정 선생님... 무려 6년 동안이나 중고등학교에서 나를 가르쳐 주셨던 분이다. 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것 자체가 대단한 인연일 뿐 아니라 내 인생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쳐 주셨다.
집안 형편이 어렵고 수줍음을 잘 탔던 나는 수업시간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말이 없었다. 소극적인 나였지만 수업시간 간간이 내게 머무는 선생님의 따스한 눈길, 늘 오른쪽 허리춤에 두툼한 지도안과 교재, 참고서를 들고 다니시면서 제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시려는 선생님의 열정에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 차츰 눈을 빛내며 수업에 임하고 자신 있게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작은 쪽지라도 보내면 집으로 몸소 전화해 주시면서 잘 받았다 하셨고 꼭 답장을 보내주심은 물론 간단한 글귀가 적힌 선물을 집으로 부쳐주기도 하셨다. 카알라일의 '내일이면 늦으리'라는 글귀... 지금하지 않고서는 늦다고 오늘 마음먹은 것은 오늘에 마치라고 써 주신 그 글귀가 지금도 내 인생의 지표가 되고 있다.
내 모교인 서귀여중 동네에 방을 빌어 혼자 자취생활을 하시던 선생님은 이맘때처럼 추울 때면 "선생님 집에서 따끈한 물 한 잔 마시고 가거라" 하시며 댁으로 불러 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뜨거운 밥을 한 그릇 가득 떠주시며 "날씨도 추운데 몸을 녹이려면 배속이 든든해야한다"고 밥을 차려주시곤 하셨다.
일이 고달프고 지겨울 때 한숨보다는 나보다 더 땀 흘리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감사하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라고, 공부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세계를 이끌고 지도하셨던 분들의 고난과 역경을 헤아려 보라 하시며 격려해 주시고 이론으로 그치는 가르침이 아닌 먼저 제자에게 모범이 되셨던 선생님...
교직생활이 힘들다고 느낄 때마다 요즘은 선생님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나를 늘 사랑으로 변함없이 이끌어 주시고 돌보아주신 선생님. 어떤 수식어가 나의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리... 문득 옛날 내게 차려주신 밥 못지 않은 정성이 듬뿍 담긴 저녁식사를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