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 매년 반복하고 있다. 학생 건강 위협 등 우려를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한국교총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학교파업피해방지법 조속 심의·통과 촉구 기자회견’(사진)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교총과 17개 시·도교총, 한국교총 교사권익위원회·정책자문위원회·2030 청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급식 파업의 직접적 피해자인 학부모와 학생 대표도 참여해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20~21일 총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다음 달 4~5일에도 릴레이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파업에 따라 매년 반복되는 학교 급식 중단 사태를 막고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해결책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총은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학교 기능이 마비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조리 공정 거부 등 급식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구까지 포함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교총은 기자회견과 함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의원(국민의힘, 부산진구갑)이 대표 발의한 학교파업피해방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입법 촉구 요구서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전달했다. 이 법안은 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급식·보건·돌봄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 대체근로(50% 범위 내)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파업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가 연대 발언자로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학생 대표로 나선 충남 강경상고 김하진 학생은 “매년 파업 소식이 들릴 때면 ‘이번에는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부터 앞선다”며 “특히 저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 급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건강과 성장 그 자체”라고 호소했다.
김 양은 “노동자의 권리와 학생의 건강은 서로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져야 하는 중요한 것이지만, 왜 그 투쟁의 방식이 우리의 영양을 담보로 한 부실 급식이어야 하느냐”며 “학생들이 어른들의 갈등 속에 끼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회가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 대표인 오재원 충남 공주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은 “왜 어른들의 협상 테이블에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이 올라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충남지역도 12월 4일 급식파업으로 일부 학교는 급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파업으로 관리자와 선생님들이 빵과 우유를 사러 뛰어다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추운 겨울에 아이들이 차가운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게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지역 학부모 역시 “먹는 것을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처우 개선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학생들을 볼모 삼아 파업을 진행하고 대체 인력조차 못 쓰게 막는 현행 시스템은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학교파업피해방지법’ 조속 심의·통과 촉구
학비노조 총파업 돌입 관련
한국교총 기자회견 주요발언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
학교 ‘필수 공공재’ 강조
“한순간도 멈춰선 안 돼”
김도진 대전교총 회장
“교사가 수업 대신 배식대…
학교 보호 장치 부재 심각”
이날 한국교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교파업피해방지법 조속 심의·통과 촉구’를 거듭 강조했다. 학교가 멈추면 아이들의 성장도 멈추는 만큼 학교를 필수 공공재로 여겨 법적 보호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교육의 최전선인 학교가 흔들리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 회장은 “학교 수업은 아이들에게 ‘숨’이자 ‘불빛’과 같다. 숨을 멈추면 살 수 없고, 빛이 없으면 길을 잃듯 학교가 멈추면 아이들의 성장도 멈춘다”며 “학교는 전기와 수도처럼 한순간도 멈춰선 안 되는 필수 공공재”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어떠한 명분도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와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병원 응급실이 멈추지 않고 지하철이 서지 않듯, 학교 내 급식과 보건 등 학생 안전과 건강관련 업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에도 최소한의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파업피해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진 대전교총 회장은 이미 지역에서 겪고 있는 학비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학교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대전은 학비노조의 반복되는 파업으로 급식 파행이 고통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며 “불과 2년 전 50일 넘는 장기 파업으로 학생들이 한 달 넘게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야 했고, 올해는 조리원들의 집단 병가와 파업으로 ‘미역 없는 미역국’이 배식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수업 준비 대신 배식대에 서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학습권 침해와 교사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 부재와 교육 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낳은 심각한 문제”라고 성토했다.
이런 상황에 강 회장은 “급식이 멈추면 아이들의 배움도 멈춘다”면서 “지금이 바로 아이들을 파업의 불안으로부터 구해낼 골든타임이다. 학교파업피해방지법은 학교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교육 안전법’이자 ‘민생 보호법’”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회에 즉각적인 법 개정을 주문하면서는 “교원노조와 양대 노총 또한 조직적 구조나 진영 논리를 떠나 아이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지킨다는 대의 앞에서 법안 통과에 함께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