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40만 교원과 학생, 학부모 여러분의 가정과 학교에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저 찬란한 새해의 빛으로 지난 해 우리들의 가슴을 억눌렀던 온갖 울분과 고통의 묵은 감정이 말끔히 녹아 사라지고, 동토(凍土)가 되어 버린 우리 교육이 양지(陽地)로 변하기를 교육가족 여러분과 함께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지난 해 우리는 새 밀레니엄과 함께 큰 희망을 안고 출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전분야에 걸쳐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도 교원정년 단축 등 무모한 정책시행의 후유증으로 교단 혼란과 교육의 질 저하 현상이 나타났고, 교권경시 풍조와 교원사기 저하, 학생, 학부모의 학교불신 심화로 교실붕괴 현상이 더욱 가속화된 한 해였습니다.
교육재정 부족과 정부의 의지 미흡으로 교육여건은 오히려 후퇴했으며, 교원들의 전문적 의견을 무시한 정책으로 일관해온 교육개혁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교육환경을 OECD국가 수준으로 높이고 교원의 사기를 한층 높여 세계 10대 지식정보 강국을 이룩하겠다는 정부의 새천년 교육구상은 이미 허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약속을 저버린 채 교원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연금법 개정을 강행하고 실패로 끝난 교원정년 단축의 재조정을 위해 과반수 이상의 국회의원이 낸 법안을 정책의 일관성이란 이유로 무산시키려는 정부·여권의 태도에 교원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교육동지 여러분!
이처럼 우리 교육은 지금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고 있지만, 우리마저 좌절감에 사로잡혀 도전을 포기해서는 결코 안되겠습니다. 교육은 우리 삶의 의미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가시덤불 속에서 장미가 피어나듯 우리는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내야 합니다. 얼어붙은 우리 교육에 새 희망의 불씨를 지펴 녹여내야 합니다.
안팎으로 겪고 있는 시련과 넝마처럼 얽히고 섞인 교육난제(敎育難題)를 우리들의 힘으로 풀고 다시 가지런히 되감아야 하겠습니다. 교총으로 굳게 뭉쳐 위기에 처한 이 나라 교육을 살려냅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교육동지들이 먼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올바른 교육 실천에 앞장섭시다. 그리고 우리들의 요구를 강력하게 표출합시다.
교총은 교육동지 여러분의 질책과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더욱 강력한 힘으로 이를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금년에는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한국교총에 바로 전달되는 '열린교총'으로 체제를 개혁하고 다양한 수혜사업을 벌여 선생님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여 나가겠습니다. 현장을 무시한 교육·교원정책을 봉쇄하고 수석교사제 실시하며 7차 교육과정 보완, 교육여건 개선 등 숙원 정책과제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강력한 교권옹호와 이해증진 활동으로 교직의 신뢰를 높이고 교원종합연수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교직의 전문성 향상에 힘쓸 것입니다.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남북 교원교류의 물꼬를 트고 교원, 학생, 학부모가 하나되는 학교공동체 형성운동을 광범위하게 추진하여 교육의 일대 전환점을 이루고자 합니다.
신사년(辛巳年) 새해 교육가족 여러분의 가정과 학교에 축복과 기쁨이 늘 함께 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