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대는 영재교육의 세계적 석학인 조셉 렌줄리 교수 주관으로 1978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영재교육 교사 연수 ‘콘프라튜트’(Confratute)를 개최한다. 올해는 지난달 7~18일간 제31회 콘프라튜트가 2주간 개최되어, 교원연수 프로그램의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특별한 경험을 주는 교육 공동체에 참가하였다.
콘프라튜트는 렌줄리 교수가 Conference, fraternity, institute를 조합하여 만든 이름 그대로 세미나, 강습, 동호회의 성격을 포괄하는 교원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심화(Enrichment) 교수학습에 대한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을 특성화하여 영재교육, 재능 개발 및 학교 전체의 개선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미국 전역과 전 세계의 교사들이 참가하고, 학교·교사·학습자와 직접 관련된 전문가를 교수진으로 선정한다. 연수프로그램은 렌줄리 이론과 모형을 교육 실천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고유한 특성을 보유한다. 현재 미국의 일부 주정부는 콘프라튜트 이수를 대학원 학점 또는 교사 재교육 실적으로 인정하며, 코네티컷대 교육대학원의 계절제(여름) 및 온라인 석사학위과정의 필수 코스다.
이번에는 수준별 심화 교수학습 영역을 80개 이상의 과목으로 2주간 또는 1주간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 다양한 개설 과목 가운데에서 연수 참가자 스스로 자신에게 가장 질적인 학습 기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을 갖는다. 이것은 연수자 개인에게 자율과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차이와 다양성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학교의 개별 학습자와 마찬가지로 교사 연수에서도 각자의 경험, 학문적 강점, 관심, 학습스타일, 표현양식을 고려함으로써 연수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수 참가자의 구성은 초·중등 교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학교장·교육행정가·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등도 많이 참가했다. 지역별로는 코네티컷 인근의 동부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참가하며, 국제적으로는 대만·홍콩·말레이시아(단체 참가)·일본·독일·캐나다·멕시코 등에서 참가하였다.
연수의 핵심이 되는 일반 과정(Strands)은 주당 50개 과목을 2주간 개설하고, 그 중에서 하루 최대 3개 과목을 자율 선택하여 1주일간 연속하여 출석한다. 참가할 수업에 미리 등록할 필요는 없고 중간에 수업을 바꾸기도 하지만, 학점을 인정받으려면 담당 교수자와 협의하여 최종 산출물을 제출해야 한다. 학교전체심화모형(School wide Enrichment Model), 차별화된 교육과정, 읽기, 수학, 과학, 예술, 기술공학, 영재의 사회·정서적 발달 등을 핵심 주제로 다룬다. 인기 있는 과정에는 수강생이 20명 정도이며, 대체로 과정 당 10명 내외의 수강생이 참여하였다. 일반 과정 이외에도 특별 주제 과정(Special Topics)으로 2주간 80여개 과정을 개설하였는데, 영재교육에서 혁신적인 실천 사례나 모범적인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실제 적용해보는 1회성 프로그램이다.
매일 저녁에 개최되는 학술 강연(Keynotes)에서는 저명한 교육학자를 초빙하여 영재교육 분야의 주요 쟁점이나 이론적 주제를 강연했다. 일반 과정 및 특별 과정에서 교사의 현장 적용 방안이나 실천 사례를 구체적으로 다룬다면, 이를 교육이론 및 연구 결과와 결부시켜 이해함으로써 영재교육의 전체적인 안목을 기르기에 유익한 학술 강연이었다. 학술 강연에 앞서서 30분 동안 코네티컷이나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가 공연하는데, 재능 분야로서의 예술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활동에 예술을 접목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학술 강연 및 예술 특강에는 참가자 전원이 거의 출석하며, 강당에서 대규모로 진행됨에도 청중의 적극적인 질문과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졌다.
그 밖에 주제가 있는 야외 파티, 합창단 활동, 버라이어티 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서, 강도 높은 학습 경험뿐만 아니라 친목을 도모하는 사회 활동을 균형 있게 경험한다. 특히 2주에 걸쳐 짬짬이 준비한 버라이어티 쇼로 연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연주에서부터 풍자극에 이르기까지 참가자의 재능을 발휘하였다.
콘프라튜트는 30여 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 풍부한 인적 자원, 탁월한 지도력으로 뒷받침되어 세계적인 영재교육 교원 연수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다. 무엇보다도 콘프라튜트의 진정한 가치는 교사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교사의 자발성과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추진 동인을 연수 프로그램의 필수 요건으로 포함하고 연수 자체를 학습 공동체(learning community)로 구성한다. 국적이 다르거나, 교사, 교장, 연구자 등 직위가 다르거나, 관심, 연령, 배경,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울려서 차이와 다양성을 수용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흥분하고, 힘든 과제에 성취감을 느끼고, 창조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새로운 동료를 사귀고, 자신을 좀 더 알아간다.
사실 일상의 직업 역할과 책임을 잠깐 뒤로 미루어도 되는 여름 방학 기간에 2주씩 합숙 연수에 참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교사들이 여러 차례 반복하여 참가하고 동료들에게도 입소문을 내는 마케팅 요원이 된다고 한다. 전적으로 몰입된 학습 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교육 개선에 기여할 무언가를 얻었다는 믿음을 진작시킨 데에서 연유하였을 터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영재교육 분야에서 개발된 다양한 교수학습 전략을 탐구하고 상호작용이 활발한 교수학습 상황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영재교육과 학교교육의 흐름을 이해하는 기회로서 유익하였다. 더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영재교육 교사들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문화적 다원성을 생생하게 체감하고 한국의 교육 문화를 해외 교육자에게 소개하는 보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