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닷새 앞두고 25일 열린 합동 TV토론회에서 6명의 군소후보들은 자신들의 공약을 직접 알릴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만큼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공정택, 주경복 두 후보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을 의식한 탓인지 다른 후보들은 두 후보에게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이런 가운데 공 후보와 주 후보 간의 팽팽한 신경전도 펼쳐졌다.
주 후보는 현직 교육감인 공 후보를 향해 "교육감 시절 3년 연속 서울시교육청이 부패지수 1위를 했다"면서 "이전 교육감 때만 해도 7등이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됐는지 이유를 말해 달라"며 포문을 열었다.
박장옥 후보는 "공 후보의 공약대로 자립형사립고, 외고 등을 더 확대하면 사교육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어불성설' 정책인 영어몰입교육에 애초에 찬성했다가 다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진정 어느 쪽이냐"고 따졌다.
김성동 후보는 최근 불거진 '강남 수서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논란과 관련해 공 후보를 겨냥, "모든 계층이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갖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발언은 교육자로서 입에 담아선 안될 말"이라며 날을 세웠다.
보수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진보 성향인 주 후보의 지지 기반과 이념을 물고늘어지는 등 이념대결 양상도 연출됐다.
공 후보는 "주 후보가 최근 '6ㆍ25를 통일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하겠느냐"고 몰아붙였다.
김 후보는 "주 후보가 최근 민주노동당의 지지를 부탁하면서 1인당 1만명씩 득표 활동을 해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며 "교육은 정치로부터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입이 다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영만 후보도 "주 후보는 스스로 '나는 전교조 지지 후보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미 전교조가 지지선언을 했다"며 "그런데도 아니라고 한다면 전교조가 나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며 같은 보조를 취했다.
이에 주 후보는 "6ㆍ25가 통일전쟁이란 발언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정치학계에 그런 용어가 있다고 설명한 것이고 민노당 연설에서는 그런 발언을 한 기억이 없다"며 "먼저 사실 관계를 잘 파악하고 질문을 하라"고 역공을 폈다.
이런 가운데 이인규 후보는 공 후보와 주 후보 등 선두주자 2명을 염두에 둔 듯 "어느 한편을 택하면 서울시교육청이 이념갈등의 장이 되고 만다"며 "제발 중도의 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80분간 진행된 토론회는 '입심'을 자랑하는 정치인들의 토론회와는 달리 교사, 교장, 교수 등 교육자 후보들이 주류를 이룬 때문인지 열띤 공방에도 불구하고 큰 마찰 없이 비교적 점잖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다만 토론회 방식을 사전에 잘 숙지하지 못한 탓인지 일부 후보들이 답변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