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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겨레의 스승'은 우리의 사표다

“우리 겨레를 밝혀준 수많은 스승들의 발자취는 억지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여정이었다.”

최근 수년 사이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의 본질을 캐물으며 인격의 성숙이나 공동체의 발전을 고민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교육 문제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의 교육 정책, 학교에서 발생하는 각종 폭력, 입시와 연관된 문제 등 수많은 논쟁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이때마다 한숨 죽이며 가슴 쓸어내리는 교육 주체가 있다. 바로 교사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언론에 보도되는 교사상을 보면, 이 시대의 교사들은 모두가 죄인처럼 느껴진다.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않는 직무유기자로 낙인 된다. 정말 서글픈 현실은 최고의 교육전문가인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노고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우리들 자신이다.

교사가 어떤 사람이던가. 중국 당나라 때의 유명한 사상가인 한유(韓愈)는 오늘날의 교사론에 해당하는 ‘사설(師說)’에서 ‘교사란 삶의 도리를 전하고, 학업과 생업에 종사하는 법을 가르쳐 주며, 생활에서 의심나는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성악설로 유명한 전국시대의 순자(荀子)도 교사를 ‘존엄하여 공경 받고, 어른으로서 믿음이 있으며, 삶에 필요한 교육 내용을 알기 쉽게 강의하는 사람’으로 그 자격을 부여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통에서 스승, 즉 교사는 인간 삶의 기본적인 예의를 우선적으로 전수하며 세상을 밝게 하는 선각자였다. 윤리적 실천을 담보로 지식 내용을 체득하는데 기여하는, 삶의 전반적인 문제를 고민한 카운슬러이자 전인적 인간이었다. 그러기에 교사는 늘 삶의 합리성과 유기체적 연관, 조화 의식을 부여잡고 실천하는 교육의 무게중심이다.

그런데 멀티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인터넷 동영상에서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를 모욕하고, 교육 당국이나 동료 교사끼리 서로 헐뜯는 모습들을 접할 때마다 현대 교육의 씁쓸함을 맛본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니 이것이, 아주 미미하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나는 확신한다. 대부분의 교사는 교육지도자(educational leader)로서 스승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간혹 교사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더라도, 그 원인과 동기는 순수하게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했을 것이라고, 우리 스스로 신뢰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스승은 스승일 뿐이다. 스승에게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재미가 적다. 어느 영화의 제목에서 원용했고, 아주 고리타분하게 들릴지도 모를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에 무슨 수식어가 있는가.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다. 스승은 일종의 보호막이요 보호자이다. 스승이라는 언어의 무게는 어떤 존재에도 쉽게 비유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교사들의 지위와 역할은 죄인으로 전락한 듯이 보인다. 정말 우리 시대에 스승은 없는 걸까. 대부분의 교사는 교사로서 열심히 살고 있다. 노끈의 두 가닥처럼 제자들과 서로 부둥켜안고 삶의 열매를 영글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겨레의 스승들을 성찰하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무너진 스승상을 살리기 위해? 스승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 이 시대의 스승상 정립을 위해? 이런 목적의식에 빠져서 겨레의 스승을 돌아본다면 그것은 스승에 대한 모독이다.

다시 말하지만 스승은 스승일 뿐이다. 우리 겨레를 밝혀준 수많은 스승들의 발자취는 그분들이 억지로 그렇게 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여정이었다. 우리는 그분들의 삶의 진지함에 ‘겨레의 스승’이라 이름 붙이고 존경을 표한다.

겨레의 스승은 수없이 많다. 분야도 다양하다. 한국교육신문과 EBS에서 공동으로 기획하고 선정한 겨레의 스승 12인은 스승으로서 상징적 대표성을 띤다. 선정에서 제외된, 명성이 높건 이름이 없건, 겨레의 스승 모두는 우리들의 사표(師表)이다.

여기 이 땅, 국제화와 정보화, 다문화가 얽히는 사회에서, 왜 겨레의 스승을 또 다시 돌아보는가? 그것은 우리 민족의 생존만을 위한 국수주의적 시각도 아니요, 미래지향적인 21세기 스승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시도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교육의 진정성, 삶의 건강함, 인간의 화해가 모두 ‘스승’을 통해 보다 쉽게 확보되었다는 상식에 기인한다.

스승은 스승일 뿐이다. 이 시대의 교사는 고비마다 등불이 되어준 겨레의 스승과 흡사한 삶을 살아가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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