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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 얼레리 꼴레리 이서방

1.
주인에게 노란 완장 얻어 차고
세상이 온통 제 것 같아
천방지축 날뛰는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새 것이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수십 년 집안 일에 허리 휜 아들 며느리
하루아침에 내어쫓은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동네 사람 둘 이상만 모여도
우습다네 돌았다네 쑥덕쑥덕
귀 안 먹어도 못 듣는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내 논밭이 어딘지 모르는 새 아들
쌀독 된장독 낯선 새 며느리
그러나 부자 될거라 허허 웃는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내어쫓긴 아들 며느리 피눈물이
남아 있는 손자 손녀 가슴 멍이
맷돌 되어 제 가슴 누를 날 못 보는 이서방
정말 얼레리 꼴레리.

2.
찌그러진 양푼에 몽둥이 들고
훠어이 훠어이 새 쫓던 이서방
눈 먼 목장 주인 눈에 들어 목부 됐다네
얼레리 꼴레리.

양푼 두드리던 솜씨야
천하 일품이지만
젖소에 대해선 아는 게 없는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피붙이처럼 어루만져 사랑해야
새끼도 쑥쑥 젖도 줄줄
그 쉬운 공식조차 모르는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새벽부터 일어나 채찍 휘두르며
한줄로 나란히 선 순서로 여물 준다고
코뚜레 고운 순서로 콩 준다고 설치는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소에게도 눈 있고 귀 있건만
말 못하는 짐승이라 얕보며
철썩 철썩 채찍 휘두르는 이서방
얼레리 꼴레리.

"목부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
선한 눈 끔벅이며 소리 없이 되새김하는
소들의 항변이 하품인 줄 아는 이서방
정말 얼레리 꼴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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