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다 온 학부모들은 미국에서와 달리 한국에서는 학교에 찾아갈 때 심적 부담이 크고 자유롭게 찾아가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화적인 차이, 학교분위기 차이, 교사 개인차, 그리고 명확한 정책 부재 등이 그 이유일 것이다.
나도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교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담임이 간단한 인사만 할 뿐 왜 왔는지 묻지도 않고 별로 관심도 주지 않았다, 나오는데도 소가 닭쳐다보듯이 자기 일만 하고 있어서 내심 기분이 조금 나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교실개방정책으로 자주 학부모가 드나들기 때문에 학부모가 질문을 하지 않는 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말 그대로 교육자치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커다란 정책을 몇 가지 제외하고는 모두 교육청 차원에서 기본 방향이 정해지고, 교육청에서 기본 방향이 정해지더라도 학교장이 재량으로 따를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는 정책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교실 개방이다. 교육청별로 교실 개방 여부를 결정하는데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무시로 아무런 제약 없이 학부모(범죄 기록 있는 학부모 제외)가 교실을 드나들 수 있게 허용하는 교실개방 정책을 따르고 있는 학교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학교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물론 학교에 들어갈 경우 놓여 있는 방명록에 간단히 기록해야 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패찰을 달도록 하기도 한다.
아이의 담임에게 물었더니 실제로 오후에 아이를 직접 데리러 오는 학부모 중 일찍 도착하면 교실 바닥(카펫이 깔려 있음)에 앉아 수업을 지켜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고 했더니 당연히 신경은 쓰이지만 시보교사 시절부터 지도 교사, 교장, 장학사가 거의 항상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누가 들어와서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항상 들어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게 되는 것 같다는 당연한 답도 했다. 또한 아침이나 끝날 무렵을 제외하고는 학부모가 오는 경우는 선생님의 일을 도우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부모가 오는 것이 싫지 않다고 했다. 물론 말은 못하지만 교실 개방 정책을 싫어하는 교사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학교의 경우 학부모의 방문에 대해 학교 차원의 명확한 지침이 없거나 있어도 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학운위를 통해 명확한 지침을 정하고 보다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교사나 학부모 모두 익숙하지 않겠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교사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학부모에 대한 교실 개방은 필요한 것 같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희망하는 학교를 선택하여 교실개방을 시도하면서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교실 개방 지침을 만들어간다면 우리 교육에 대한 신뢰가 차츰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