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여당은 교육기본법에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애국심 교육을 적극 장려키로 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12일 교육기본법 개정 여당협의회를 열어 가장 큰 쟁점이던 애국심에 대해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육성해온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명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1947년 제정 이래 '개인의 존엄'을 기본이념으로 해온 일본의 전후 교육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일본의 교육기본법 개정은 처음이다.
연립여당의 애국심 표현 합의에 대해 교육현장에서는 '기미가요와 히노마루 강제의 근거'로 악용돼 2차대전 전 전체교육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일동포 사회도 '전통과 문화'라는 표현으로 히노마루, 기미가요, 천황 등이 교육에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자민당은 애국심을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명당은 2차대전전의 국가주의를 상기시킨다며 "국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공명당은 지지단체인 창가학회 초대 및 2대회장이 불경죄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는 수난을 겪었으며 특히 초대회장은 옥중사한 경험이 있어 "애국심"이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반응을 갖고 있다.
양당 간사장과 정조회장 등으로 구성된 교육기본법개정협의회는 2003년 이래 68차례의 회의를 거듭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날 협의한 안은 좌장이 제시한 중재안으로 자민당과 공명당안을 짜맞춘 타협안이다.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좌장은 기자들에게 "국가"라는 개념에 정부 등 통합기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안에는 자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를 사랑하는'이라는 표현을 넣은 대신 거부감이 큰 '마음'이라는 표현은 뺐다.
또 공명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른 나라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기른다"는 표현을 삽입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이번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 각계 반응 =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東京)대 교수(철학)- 인터내셔널적인 요소를 넣어 '애국심'의 위험성을 중화시킨 모양이지만 이미 행해지고 있는 애국심 교육이 '합법화'돼 더 강화될 것이다. 국기.국가법 제정때도 정부는 "교육현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국기게양과 국가제창을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은 교사들은 처벌을 받고 있다. 성적표 평가항목에 '애국심'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재일동포 이박성(李博盛)변호사- 딸이 다니는 후쿠오카(福岡)의 초등학교에서 성적표에 '애국심' 항목이 있어 항의해 이 항목이 삭제된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재일 코리안은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 보호자가 하나하나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과 문화'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교육현장에서는 현재 이상으로 히노마루와 기미가요, 천황 등의 요소가 들어가게 될 것이다. 애국심이 평가항목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생활이 걸려있는 교사들은 직무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분하고 유감스럽다. 그리고 걱정된다.
일본교직원조합(日敎組)은 이날 긴급집회를 열어 "헌법과 표리일체인 중요한 기본법을 자민당과 공명당이 밀실에서 논의해 법안을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개인의 내면과 마음을 구속하는 내용의 이번 기본법은 근대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 교사들도 "전통을 누가 정의할 것이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문부과학성 간부는 "용케 여기까지 왔다"고 감개무량해 하면서 "법안이 잘 정리됐다"고 반겼다. 우익단체 관계자들은 애국심을 더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일본 교육기본법 개정문제 = 2000년 모리 요시로(森喜朗) 당시 총리의 자문기구 교육개혁국민회의가 전통과 문화 존중, 가정, 국가 등의 관점에서 법 개정을 건의해 논의가 시작됐다. 중앙교육심의회는 2003년 3월 "이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법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이념으로 "향토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 "가정교육" 등을 명기한 건의안을 제출했다. 여당은 그해 5월부터 개정작업을 추진해 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라이브도어 사태가 발생하자 "교육의 결과"라며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함양하는 내용으로 교육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교육기본법 개정을 앞장 서 주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