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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과서의 날’ 제정 선포에 즈음하여

학교 교육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며 제도적인 교육이다. 그러므로 학교교육에는 반드시 학습자를 계획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어떤 의도가 있게 마련이다. 그 어떤 의도는 교육과정의 형태로 나타난다. 교육과정에 학습자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어떤 의도를 설계하여 담았다면 교육을 위해서는 그 의도를 실제로 실현시킬 교육자와 교육자료가 필요하게 된다.

이 교육자료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중심적인 자료가 바로 교과서이다. ‘교과서’라는 단어는 학교교육을 받은 국민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극히 보편적인 용어이고 개념이다. 그리고 누구나 학교 교육을 받는 동안 그 교과서를 공통적으로 사용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그 교과서에 얽힌 제 나름의 추억도 모두 가지고 있어 교과서는 우리 국민 전체와 매우 친근한 인쇄물이기도 하다.

근대에 들어와 학교교육이 성립된 당시의 교과서는 학교교육의 거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첨단 하이테크자료로서 학교교육을 지배하며 군림했던 막강한 교육자료였다. 그러나 인쇄와 사진 기술의 발전과 과학기술과 통신의 획기적인 진보에 따라 교과서는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누렸던 특권을 그대로 누리기는 점점 어렵게 되었다. 교과서보다도 교육목표를 달성시키는데 더 효과적이고 보다 매력적인 미디어와 자료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서는 이처럼 발달된 첨단 교육매체의 홍수 속에서도 도태되지 않고 아직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우리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의 각 학교에서도 교과서가 과거의 한 때의 유물로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를 우리는 새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목표를 달성시켜 가는데 필요한 수많은 교육자료 중에 교과서는 그러한 자료들의 활용을 목표지향적으로 유도하는 지령과 암시를 발신하는 마치 전략본부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를 교육 목표 달성의 길로 인도하고, 안내하고, 방법을 제시하고, 생각하게 하고, 요약하고, 정리하고, 평가하게 하는 교육의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기능을 여전히 교과서가 맡아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교과서는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기술과 통신이 바뀌어도 역시 교과서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전히 교과서에 관한 관심과 연구를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과서가 첨단 교육매체와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교육자료가 담당하기 어려운 교육기능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게 연구개발하고 변화시켜가야 할 것이 오늘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교과서에는 우리나라의 혼과 꿈이 들어있고 미국 교과서에는 미국이 들어있으며, 일본 교과서에는 일본이 녹아 있다. 우리 교과서를 통해서 한국인이 길러지고, 미국교과서가 미국인을 만들며, 일본 교과서가 일본인을 배출해낸다. 그래서 교과서를 ‘국민성 형성 설계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그동안 이처럼 중요한 교과서의 가치를 너무나 간과해 왔고 무관심하게 다루어 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의 편찬과 발행, 공급, 사용, 연구 등을 소홀히 다루어 왔다. 근래에 들어와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우리나라 학교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에 교육과정과 교과서와 같이 국민성 형성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중요 부서가 거의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 정도로 축소 위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교육부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었던 편수관들의 연구단체인 한국 교육과정 ․ 교과서 연구회에서는 최근 ‘교과서의 날’을 처음으로 제정하여 선포하였다고 한다. 우리 교과서 발전사상 의미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이 연구회의 교육적 열의와 전문직적 사명감에 큰 감동을 받았고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 여년 전 한국잡지협회가 제정한 ‘잡지의 날’이나, 유네스코가 만든 ‘책의 날’은 있었어도 지금까지 ‘교과서의 날’은 없었다. 교육열이 높고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나라로서 사실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번에 새로 생긴 ‘교과서의 날’은 정부 수립 후 당시 문교부가 학교교육을 위해 처음으로 펴냈던 이른바 ‘영이, 바둑, 철수교과서’라고 불렸던 초등국어(1-1)가 세상에 처음 나온 1948년 10월 5일을 기념하여 매년 10월 5일로 정했다고 한다. 이 또한 매우 적절한 선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는 10월 5일, 제 1회 교과서의 날에는 기념식을 갖고, 교과서 편찬과 발행, 연구개발 등의 유공자들을 표창하는 한편, 교과서 전시회와 교과서 개선 학술 세미나, 교과서체험 문예작품 공모전 등의 알찬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행사를 통해서 교과서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널리 알리고 교과서의 질 향상에 각계가 동참하게 하여 우리의 후세들에게 보다 질이 높은 선진국 형 교과서를 안겨주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번 ‘교과서의 날’ 제정 선포가 교과서출판회사, 교과서연구기관, 교과서검정협회, 교과서연구재단 등 관련 단체와 특히 교육부에서 교과서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담당부서의 확충 강화와 유기적인 협조 지원체제를 구축하여 우리나라 교과서의 연구와 개발의 수준을 대폭 향상시키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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