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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댄서의 순정

수학여행 학급별 장기자랑 때문에 나름대로 고민을 하다 우리 반 홈페이지에 댄스동아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쑥스러움 많던 남자 아이들 4명이 지원을 해왔고, 방과 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았더니 다들 몸치에 가까웠다.

아이들은 춤에 대한 기본기가 없었고 나 역시 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따라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했다. 문득 전에 우리 반이었던 춤 잘 추던 녀석이 생각나 전화를 해보니 기꺼이 와주겠다고 했다. 캠코더로 촬영해서 돌려보기를 수백번, 결국 2주일만에 춤을 완성했고 수학여행을 가서도 틈나는 대로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그마한 카세트를 가지고 나와 나의 아이들 넷은 그렇게 연습을 했다.

드디어 레크리에이션 시간. 학생들의 환호성에 나뿐만 아니라 녀석들까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떨리는 맘을 감추고 맞춰입은 아이들의 검정색 옷깃을 세워줬다. “자, 아무 걱정 말고 연습하듯이 하면 되는 거야. 선생님만 믿어.”

그렇게 공연이 시작됐고 열광적인 환호에 번쩍거리는 조명을 받으며 우리는 5분 동안 온몸이 부서지도록 춤을 췄다. 아이들은 마치 인기 그룹이 된 듯 오직 춤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렇게 아이들이나 나에게 가슴 벅찬 5월을 보내고, 그 해 가을 학교축제 때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 금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녀석들과 난 우리 반의 자랑이 됐고 소극적이었던 그 아이들도 나름대로 친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해부터는 좀더 계획적으로 클럽활동 속에서 댄스반을 편성해 지도하게 됐다. 남녀학생 열한명으로 규모도 늘리고 안무도 짜임새 있게 해서 그 해 가을 역시 학교축제 무대에 올렸다. 그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의 형이고 오빠고 친구였다. 아이들도 더이상 공부에 절절매는 공부벌레가 아니라 매사에 적극적인 학생들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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