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에 가속이 붙어서 인지 인간의 삶이 자연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원시시대처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요, 또한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요즘 어린이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과 거리가 있는 아파트 속에서 장난감소리, TV소리, 컴퓨터소리를 들으며 자동차를 타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누비며 가공식품을 먹고 자라고 있다. 키는 크고 몸집은 뚱뚱한데 상대적으로 체력은 약한 어린이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풍 갈 때 친구와 손을 잡고 소풍장소에 도착해 전교생이 넓은 장소에 모여 노래도 부르고 보물찾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의 학교가 관광버스를 타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한 시간 기다렸다가 10분 정도 타고 나면 몇 가지 구경도 못하고 사람에 밀리고 지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소풍을 하고 있다.
야영활동도 예전에는 숲속에 들어가 직접 천막을 치고 밥을 지어먹으며 자연 속에서 심신을 단련했는데 요즈음은 수련시설에 들어가 공동급식을 하고 확성기의 굉음 속에서 몸을 흔들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자연의 소리보다는 기계음에 익숙해져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하여 보고, 듣고, 느끼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에 평생 동안 지니게 될 인성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기의 어린이들이 자연과 멀어져서 생활을 하는 것이 인격형성에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해야만 오감의 발달이 바르게 되고 꿈과 생각이 생명력을 가지고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대자연의 숲속으로 들어가 직접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자. 새소리도 들려주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도 들려주고 바람소리, 풀벌레소리 파도소리 등 맑고 깨끗한 자연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자. 그러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전인교육도 이뤄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농어촌의 폐교를 자연생태 체험학교로 가꾸어 도시어린이들에게 학습의 장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큰 학교와 도·농 교류 체험학습을 할 때 버스에서 내린 도시 어린이들이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운동장을 보고 “야! 좋다. 여기서 살고 싶다”라고 하던 말이 지금도 내 귓전을 울린다.
우리의 앞날을 책임질 어린이들에게 자연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새싹이 튼튼하게 자라서 아름답고 알찬 꽃과 결실을 맺기 위한 밑거름을 주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이 해야 할 가장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