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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포퓰리즘식 교원평가 안된다

정부는 최근 한국교육학회로부터 교원평가보고서를 넘겨받아 내부 검토 중에 있으며 곧 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 다음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의 최종안을 정한 뒤 오는 4월경부터 시범 실시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교원평가제도에 대한 정부의 최종안이 아직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지난해 교원평가제도연구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이 그 기조를 이룰 것으로 여겨진다.

새로 도입하고자 하는 교원평가제도는 그 목적이 교원들의 수업능력을 높이는데 있으며, 평가 결과는 승진, 성과급 등의 인사자료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등 모든 관련 단체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평가 시안을 거부하거나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원단체는 교원평가의 특성상 단순히 수업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목적 달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를 감시하며 비판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교원의 인사문제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편 학부모단체에서는 교원평가를 통해 무엇보다도 부적격 교원들을 학교에서 퇴출시키고 교원의 승진, 성과급 지급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녀를 학교에 맡기고 있는 학부모들이 자녀들로 하여금 좋은 교사에게서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부모들의 입장이 곧바로 교원평가로 이어지고, 이러한 평가가 소위 부적격 교원을 퇴출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서는 교원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본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서로 다른 입장이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최종 시안이 어떻게 결정되고 시범 실시될 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의 포퓰리즘적 교원평가제도의 시범 시행에 대해서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가라고 하는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대체로 평가는 인간의 행동을 하나의 정해진 기준에 따라 측정함으로써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일정하게 정해진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 있도록 획일화하고 제한하는 역기능적인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평가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평가는 인간의 창조적 삶 또는 창조적 상상력을 극도로 억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교원들의 주된 업무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행동을 진작시켜야 하는 일임을 생각할 때, 교원에 대한 획일적 평가는 이러한 교원들의 교육적 활동이 매우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교육이란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능력과 점수만 올려주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교사는 시청각 기자재를 이용한 수업보다 토론을 중심으로 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한 학원식의 문제풀이보다는 느리지만 깊이 사고하는 훈련을 하는 수업을 할 수도 있으며, 멋진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보다는 학생들과 한 시간이라도 더 함께하는 것을 의미 있는 교육적 활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원들의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가 과연 얼마나 객관적 타당성을 유지하면서 여러 관련 집단에 의해 제대로 평가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평가의 특성상 우수 교원에 대한 보상이라는 긍정적 차원보다는 평가 기준에 맞지 않은 교원에 대한 통제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이 분명하다. 기본적인 교원평가방식으로 모든 교사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체크리스트를 사용할 경우 교사간, 교과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평가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순기능과 역기능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교원에 대한 평가도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경우 교원에 대한 평가의 기준과 척도는 일반 기업에서 하는 방식의 평가와는 그 성격과 차원이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원평가는 여전히 일의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교원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교원평가는 교사의 교육적 활동을 단순히 수업계획, 수업실행, 수업평가, 수업전문성, 수업만족도 등의 수업활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평가와 질적으로 다른 것이어야 한다. 교육은 일반 기업에서의 업무와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평가 만능의 사고가 교육을 지배하는 현상은 매우 심각하게 우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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