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과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학교 공간을 조성할 때 첨단기기 도입보다 교사의 수업 설계와 교육과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 주도의 일률적인 장비 보급에서 벗어나 교사가 공간 기획부터 설계·운영까지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2일 발간한 ‘KEDI Brief’ 제19호 ‘수업 설계 중심의 디지털 교육공간,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가?’에서 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박성철 선임연구위원 등이 수행한 2025년 기본연구를 토대로 교육과정 분석과 교사 참여를 통해 개발한 공간 모형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디지털 교육공간을 단순히 스마트기기를 설치한 교실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 설계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과 물리적 공간, 교수·학습 운영체계를 결합한 교육환경으로 정의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교육공간의 핵심적인 교육적 효과는 첨단기기의 설치나 공간의 외형적 변화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설계한 수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학생의 자기주도적·협력적 학습을 촉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AI 통역·화상대화, 영상·카드뉴스 제작, 데이터 분석,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체험, 로봇·프로그래밍 등 9개 학습 활동 유형이 도출됐다. 디지털 교육 연관성은 영어와 과학에서 높았으며, 학교급별 관련 단어 출현 빈도는 중학교가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교과나 학교급 단위로 구획할 경우, 동일한 활동을 필요로 하는 다른 교과·학년의 학생들이 활용하기 힘든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간과 장비를 여러 교과가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 활동 중심으로 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현장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초등교사 10명, 중학교 교사 5명, 고등학교 교사 9명 등 24명이 공간 디자인에 참여했다. 학교급별 23개 구상안을 도출했으며, 교육과정 분석 등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11개 디지털 교육공간 모형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디지털 교육과정 협의실’은 교사가 AI 코스웨어와 에듀테크를 직접 실험하고 교과 간 융합수업을 공동 설계하도록 구성했다. 연구진은 “디지털 교육의 내실화에서 가장 우선하여야 하는 것은 교사의 역량 강화”라며 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연구하고 협의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생 수업공간도 교수·학습 방식에 따라 차별화했다. ‘AI 코스웨어 전용교실’은 높낮이 조절 책상과 개별 학습공간을, ‘디지털 러닝센터’는 중앙의 강의·발표공간과 양측의 토의·토론공간을 배치했다. ‘디지털 프로젝트러닝 스튜디오’는 모둠별 토론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도록 설계했다.
공간 구축 과정에서도 교사의 참여를 강조했다. 교과·학년별 대표 교사가 기획부터 참여해 필요한 도구와 수업 방식을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공간과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공 과정의 변경사항을 점검하고 완공 이후에도 실제 수업 활용과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도록 제안했다.
정책 추진 방식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디지털 교육공간 조성사업은 정부의 일률적인 장비 보급방식에서 벗어나 학교가 교육과정과 수업 설계에 따라 필요한 공간 및 인프라를 제안하는 현장주도형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원 연수를 기기 사용법뿐 아니라 네트워크·전력·영상·음향 등 인프라 이해와 수업 적용까지 확대하고, 교육공학·건축·통신·정보보안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 컨설팅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공간 조성 이후에도 이용률과 교육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디지털 교육공간 역시 교사가 자신의 수업 설계에 맞춰 구상·탐색·디자인·운영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