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 개방형 직위 채용에 응시했다.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의 원칙이 실제 채용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나이보다 전문성과 경험, 직무수행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 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문을 열어 주는 의미 있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1명을 선발하는 자리에 8명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류전형에서도 탈락자가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최종 후보로 면접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학교에 있을 때 나는 학생을 평가하며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다면 나의 면접 역시 결과보다 그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중요했다. 합격을 향한 조급함보다는 주어진 기회 앞에서 준비한 것을 후회 없이 보여 주고 싶었다.
5명의 면접위원이 전문성과 조직 운영, 리더십, 지역사회 건강증진사업 등에 관해 차례로 질문했다. 나는 간호학 박사이자 간호사로서 쌓은 보건의료 전문성, 학교장으로 조직을 운영한 행정 경험, 대학 강의와 지역사회 건강교육을 통해 이어 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답했다.
“신종감염병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 학교장으로 근무하며 위기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학교 운영을 시스템화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신속한 상황 판단과 보고체계 가동, 환자와 접촉자 관리, 역학조사, 관계기관과의 정확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학교·의료기관·복지시설과 같은 집단시설은 감염에 취약하므로 평상시부터 예방교육과 모의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의 속도와 정확한 정보, 기관 간 협력이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건강증진사업의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흡연·음주·비만·운동 부족을 각각 분리해 관리하기보다 주민의 생활습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어린이에게는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청소년에게는 흡연·음주·마약 예방과 정신건강 관리를, 성인에게는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을, 노인에게는 영양·구강·치매·낙상 예방을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체험과 실천 중심의 교육을 확대하며, 교육이 끝난 뒤에는 주민의 행동 변화와 건강지표가 실제로 개선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료기관·학교·직장·복지관·경로당·정신건강복지센터를 연결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혼자가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힘으로 건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면접 중 두 차례, 1분 안에 말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자기소개와 마지막 발언이었다.
“저는 보건의료 전문성만 갖춘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실제로 운영해 본 행정가입니다. 전문분야의 박사로서 전문성을 갖추었고, 학교장으로서 조직·인사·예산·갈등을 관리했으며, 대학 강의와 지역사회 건강교육을 통해 현장과의 연결도 이어 왔습니다. 전문가를 존중하고, 직원에게는 책임과 권한을 주며, 주민에게는 성과로 답하는 기관의 장이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제가 살아온 이 도시를 사랑합니다.”
마지막 말을 마치고 나니 결과에 대한 불안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담담함이 남았다. 선택은 상대의 몫이지만, 주어진 기회에 성실하게 답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결과만큼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가르쳐 왔다. 이제는 내가 그 가르침을 삶으로 실천할 차례였다. 면접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도전은 나이 때문에 가능성을 미리 닫지 않고, 축적된 경험을 다시 사회에 내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회는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 앞에 서 본 사람만이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이번 면접은 나에게 합격과 불합격을 넘어, 여전히 도전할 수 있고 지역사회를 위해 할 일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게 해 준 소중한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