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쓰지 않던 거친 말을 하고 하지 않던 장난을 시작하면 부모는 최근 가까워진 친구부터 떠올린다.
“그 아이와 어울리더니 달라졌어.”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래.”
부모로서는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친구와 거리를 두게 하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고,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관계를 끊어주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살펴야 하는 관계도 있다. 위험한 행동을 반복해서 부추기거나, 거절하기 어려운 아이를 이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떠넘기는 관계라면 어른이 개입해야 한다. 아이가 두려워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거나 힘의 차이가 뚜렷하다면 단순한 친구 문제로 두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모든 변화를 친구 한 사람의 탓으로 설명하면 아이가 그 관계에 머무르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계속 그 친구를 찾는 데는 그 안에서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자신을 재미있는 사람으로 봐주는 친구 곁에서 인정받는 기분을 느낀다. 어떤 아이는 그 무리에 속해 있어야 혼자가 되지 않을 것 같아 하기 싫은 일도 따라 한다. 친구가 아이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 역시 그 관계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 이유를 보지 않은 채 “그 아이와 놀지 마”라고 하면 아이는 관계를 돌아보기보다 부모 몰래 만나는 쪽을 택할 수 있다. 부모가 자기 친구를 무시했다고 느끼면서 친구를 더 감싸고,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숨기기도 한다.
아이의 친구를 곧바로 평가하기 전에 관계 속 아이의 모습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 친구와 있으면 어떤 점이 좋아?”
“네가 싫다고 해도 괜찮은 사이야?”
“함께 있을 때 편해, 아니면 자꾸 눈치를 보게 돼?”
“네가 곤란해졌을 때 그 친구는 어떻게 했어?”
이 질문은 친구의 잘잘못을 캐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아이가 그 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 스스로 보게 하려는 것이다. 친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자기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지, 싫은 행동을 거절해도 관계가 유지되는지, 실수했을 때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지는 관계를 살펴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늘 상대의 기분을 맞추어야 하고 무리에서 빠질까 봐 원하지 않는 행동까지 따라 한다면, 가까운 사이여도 자신을 잃어가는 관계일 수 있다.
부모가 특정한 친구를 싫어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 아이는 자기 행동보다 부모의 판단부터 반박한다.
“엄마가 그 애를 잘 몰라서 그래.”
“아빠는 내 친구를 무조건 나쁘게 보잖아.”
그러면 대화는 아이가 한 행동에서 벗어나 친구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싸움으로 바뀐다.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 따지기보다 아이가 그 관계에서 무엇을 선택했는지 물어야 한다.
“그 친구가 먼저 시작한 것은 따로 확인해야 해. 그래도 네가 함께 놀린 일은 네가 설명해야 해.”
“그 친구와 계속 지낼 수는 있어.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따라 할 필요는 없어.”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친구만 만나게 해주고 싶다. 그러나 아이가 앞으로 만날 사람을 모두 골라줄 수는 없다. 좋지 않은 관계가 생길 때마다 끊어주기보다, 그 사람 곁에서 자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게 하는 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