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벚꽃이 지고 나면 봄 여행의 동력이 함께 사라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목원의 달력은 다르게 흐른다. 연두가 짙은 초록으로 바뀌고, 철쭉이 마무리되는 자리에 수국 봉오리가 올라오는 5월 하순은 수목원이 한 해 중 가장 풍성한 밀도를 갖추는 시기다. 산림청은 올해 '가족과 함께 꼭 가봐야 할 수목원'을 선정했다. 지리산 자락 신생 수목원부터 세계 최다 목련 컬렉션을 보유한 태안의 민간 수목원, 58년 만에 시민에게 문을 연 안양 수목원까지 저마다의 결이 뚜렷하다.
수도권 -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숲
수원 일월수목원은 2023년 5월 정식 개장한 도심형 수목원이다. 일월저수지 옆 10만여㎡ 평지에 조성됐으며, 전국 공립수목원 중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아 휠체어와 유모차로도 전 구역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다. 5월 한 달간 야간 조명을 켜는 '봄, 밤빛정원' 프로그램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방문자센터 안의 다산정원은 정조와 정약용의 흔적을 식물로 풀어낸 공간으로 아이 동반 방문객에게도 잘 맞는다.
경기 안양의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은 1967년부터 서울대가 학술 연구 목적으로 관리해 온 자생식물 중심 수목원으로, 최근 봄철 예약 개방이 확대됐다. 1158종의 식물이 인위적 조경 없이 자생하는 관악산 자락 흙길을 그대로 걷는 경험이 이곳만의 매력이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 그러나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은 방문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두 가지다.
용인 한택식물원은 약 20만 평 부지에 자생식물 2400여 종을 포함해 총 1만여 종이 자라고, 53개 주제원이 이어진다. 5월 하순은 모란·작약원과 아이리스원이 절정에 접어드는 시기다. 호주·중남미·남아프리카를 테마로 한 온실은 날씨와 무관하게 이국적인 식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며, 환경부 지정 희귀·멸종위기식물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보전과 전시의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충청·강원 - 바다와 숲, 산과 계곡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사립수목원이자 국내 최다 식물종(1만6800여 종)을 보유한 곳이다. 미국 출신 민병갈 박사가 1962년 황량한 해안가 땅을 사들이기 시작해 반세기에 걸쳐 일군 공간으로, 서해와 직접 맞닿은 지형이 수목원 전체에 해양성 기후의 혜택을 더한다. 926분류군의 세계 최다 목련 컬렉션으로 유명하고, 5월 하순에도 수국원과 동백원 등 18개 주제원이 방문자를 맞는다.
강원 춘천 도립화목원은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공립수목원이다. 1999년 개원해 1827종의 식물을 보유하며, 희귀식물 129종과 기후변화취약식물 136종이 포함된다. 공립수목원 가운데 산림유전자원관리기관 1호로 지정됐고, 사계식물원과 9개 주제원 외에 산림박물관까지 갖추고 있다. 경춘선을 이용하면 수도권에서 당일 코스로 닿을 수 있다.
경상·전라 - 야산과 지리산 자락의 숲
경남 진주의 경상남도수목원은 100만㎡를 넘는 면적에 3634종의 식물이 심어진 경남 최초의 공립수목원이다. 구릉지의 자연 지형을 살린 조성 방식 덕분에 인위적으로 꾸민 공원보다 숲 안에 들어선 느낌이 강하다.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타세쿼이아길과 열대식물원, 야생동물 관찰원이 볼거리로 꼽히며, 전동차가 3.8km 구간을 운행해 어린아이나 노약자도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다.
경북 포항 기청산식물원은 동해안에서 유일한 사립식물원이다. 1969년 농원으로 시작해 수십 년에 걸쳐 희귀·멸종위기식물 보전 기관으로 성장했다. 화려한 시설보다 2000여 종의 식물 다양성과 생태 교육 기능이 강점이다. 숲해설과 희귀특산식물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식물에 관심 있는 방문자라면 사전에 프로그램을 예약해 찾는 것이 낫다.
전남 구례수목원은 2021년 문을 연 전라남도 제1호 공립수목원이다. 지리산 국립공원 인근 54만㎡의 산림에 13개 테마정원이 조성돼 있다. 수국 93종을 특화 식물로 관리하고 있어 5월 하순부터 서서히 개화가 시작된다. 수목원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지리산 정원과 산수유마을이 위치해 당일 또는 1박 2일 코스로 연결하기 유리한 입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