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나요?”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치지만 입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두렵다. 엉뚱한 걸 물었다가 웃음거리가 되거나 선생님이 “그건 이미 배웠잖아” 하실까 봐 망설인다. 질문은 탐구의 시작이자 생각을 여는 열쇠지만 두려움이 앞서면 아무리 좋은 수업도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놀이 기반 질문 수업, ‘까바놀이’와 ‘까만놀이’다. 놀이라는 형식을 통해 질문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까’로 바꾸는 놀이
놀이 기반 질문 수업의 첫 단계는 까바놀이다.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바꾸는, 말 그대로 ‘까’로 바꾸는 놀이다. 예를 들어 A학생이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다”라고 말하면, B학생은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까?”로 바꾼다. 이번에는 B학생이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다”라고 하면, A학생이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까?”로 바꾼다. 이처럼 서로 번갈아 문장을 바꾸는 간단한 놀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까바놀이는 상대의 말이 틀렸더라도 그대로 받아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규칙이다.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고, 그저 말의 형태를 바꾸어 주는 것이다.
놀이기 때문에 틀려도 괜찮고, 웃어도 괜찮다. 그렇게 웃으며 놀다 보면 질문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질문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질문은 정답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여는 열쇠다
놀이로 배우는 수용과 사고
까바놀이는 단순히 문장의 형태만 바꾸는 활동이 아니다. 이 놀이의 진정한 가치는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사고를 심화하는 과정에 있다. 짝이 그림 속 두루미의 표정을 보고 "두루미가 화가 났습니다"라고 표현했을 때 다른 짝은 "어, 나랑 생각이 다르네. 나는 두루미가 부끄러워하는 줄 알았는데, 친구는 어느 지점에서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 생각하지만 까바놀이의 특성상 그대로 받아들여 질문으로 되돌려줍니다. "두루미가 화가 났습니까?"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해석이 담긴 문장을 말한다. "두루미가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를 "두루미가 부끄러워하고 있습니까?"로 답하면 상대가 자신의 생각과 다름을 알게 된다.
이렇듯 까바놀이는 생각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 준다. 놀이를 하다 보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되고, 그 결과 두 학생 모두 그림이나 자료를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비판하기 전에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시 해석하여 자신의 언어로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또한, 교실에서는 질문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 혹은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지 않게 된다. 질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 경험은 학생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전한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주어, 배움의 엔진이 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도와준다.
짝과 함께 질문 만들기
다음 단계는 까만놀이다. 이번에는 질문만으로 대화한다. 여기서는 답을 찾지 않는다. 짝과 함께 질문만 주고받는다. ①여우는 두루미를 잡아먹지 않고 왜 대접했을까? ②두루미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방법을 잘 몰랐던 건 아닐까? ③ 두루미는 여우에게 왜 못 먹는다고 말을 못했을까? ④내가 두루미였다면(여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답을 말하지 않았지만 질문 속에는 이미 생각의 방향이 담겨있다.
질문을 통해서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의 '모욕 → 복수'라는 직선적인 인과관계의 판을 뒤집는다. 복수와 갈등이 아니라 관계 회복과 갈등 예방으로 재정의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만든 다양한 질문을 통해 텍스트에 숨겨진 것을 찾아낸다. 작가가 제시한 교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구성해 나간다.
교실은 이제 교사가 정답을 확인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질문이 서로를 자극하며 더 큰 질문을 낳는 탐구의 장으로 변한다. 까바놀이와 까만놀이는 학생들이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질문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도와준다.

양경윤
창원한들초 수석교사
'질문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