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개최 건수는 4,234건이었다. 2023학년도 5,050건에 비해 감소하였으나, 초등학교의 경우 오히려 늘어났다(2023학년도: 583건 → 704건). 이는 교육활동 침해의 저연령화, 특히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의 증가라는 추세를 의미한다.
필자 역시 서울 소재 학교들에 직접적인 법률 자문을 하며,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가 늘어나고 있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에 대한 보호자 민원에 ChatGPT 등 AI까지 동원되는 것을 보고 달라진 추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현장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됨에 비하여 우리의 제도 개선은 너무 느리다.
사실 제도에 대한 비판은 쉽지만,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피해교원에 대한 심리적 지원과 같은 정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근절과 대책을 위한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디 관련 정책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약간의 아이디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필요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결정은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과 ‘교육감이 정하는 기관에서의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두 가지뿐이다(「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26조 제2항).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은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고,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는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과태료는 형사적인 제제가 아니어서 경제적 부담 외에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특히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이므로 그 자녀인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교원은 해당 학생을 계속 지도해야 한다. 결국 교원은 교육활동을 침해한 보호자와 분리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의 보복이 발생하는 일도 생긴다. 수업과 지도 방법에 관한 계속된 민원이나 상담의 요청, 극단적으로는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방식이다. 학교는 공공기관이므로 민원에 응해야 하며, 학생에 관한 상담이란 명분으로 요청하는 면담을 거부할 수도 없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는 설령 억울할지라도 경찰의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은 의무적으로 검찰로 송치되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받기까지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첨단 무기를 들고 온 상대방에게 맨주먹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이러한 보복의 우려는 교원들이 교육활동 침해 피해를 당했음에도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현행법에서도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가 범죄까지 되는 행동이라면 피해자인 교원이 고소하는 등 법적인 절차에 나설 수 있다. 또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것에 대해 무고로 응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법리적으로 쉽지 않다.
계속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을까? 「형법」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죄나 업무방해죄가 고려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공무집행방해죄 관련 규정을 들여다보면 공무집행방해의 방식을 ‘폭행 또는 협박’, ‘위계’로 한정하고 있다. 때리는 행동이나 위협하는 언행, 허위의 신고를 하는 등으로 매우 제한되는 것이다. 업무방해죄는 ‘위력’이 포함되어 공무집행방해보다 그 범위가 넓지만,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별도로 있으므로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참조). 따라서 공무원인 교원은 업무방해죄로 보호받을 수 없고, 공무집행방해죄의 인정 범위는 너무 좁다.
무고죄는 또 어떠한가? 흔히들 무고죄가 존재하는 이유는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무고죄의 주된 목적은 국가의 형사사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를 속이는 행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다.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게 하는 것은 부수적인 목적일 뿐이다. 또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의 관점에서 쉽게 무고죄를 인정하게 된다면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무고죄의 인정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보호자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이 드러나는 방법을 통해 교원을 괴롭히는 것은 드물다. 아동학대 신고의 경우에도 자녀인 학생이 피해를 주장하기에 고소하게 된 것이지 허위는 아니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가 현행의 법체계에서 범죄로 인정되기가 극도로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보호자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엄격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이를 통해서야 비로소 교원들도 교육활동의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는 마음, 최소한 상대와의 무기가 대등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접근금지 등 학교에서의 배제를 위한 근거 필요
물론 형사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자녀의 일로 어려움을 겪어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여 과도한 언행을 할 수도 있다. 교원들도 이런 경우까지 무조건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같은 행동이 반복되거나 보복이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처벌 외에도 법원을 통한 접근금지 등이 가능하게 구성하는 것이 어떨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검사는 아동학대 사안에서 행위자에게 형사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생각될 때는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하여 보호처분을 할 수 있게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처분의 종류 중에서는 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 구성원에게 접근하거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결정이 포함되어 있다. 비단 아동학대 사건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에 대해서도 유사한 규정이 확인된다.
아동학대·가정폭력 사건에 이런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므로, 당장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다시금 재발할 우려가 크니 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려가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는 학생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으니, 교원은 계속하여 해당 보호자의 자녀를 교육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해자인 보호자와 피해자인 교원이 계속하여 만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사건과 유사한 지점이다. 이런 유사 법제를 고려하여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고, 입법 자체의 난이도가 몹시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캐나다 등 해외 각국에는 교원과 보호자를 분리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보호자를 학교교육 참여에서 일부 배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세계적 표준에서 배치된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산발적 민원 제기 방지를 위해 대한 통합적 처리 절차 필요
학교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행정기관으로 해당 법에서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 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감의 지도·감독의 대상이 되므로 교육청을 통하여 제기된 민원에 대한 처리 과정에 협조해야 하며 감사나 특별장학이 있는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청 외부 학생인권센터 등이 있는 시도에서는 이에 의한 조사가 별개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 외에 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민원이 제기되는 일도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각자 개별적인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고, 그에 따른 조사 권한과 권고 등 의견 표명에 대한 권한이 있다. 학교로서는 이에 응해야 한다.
결국 학교는 한 명의 보호자가 학교로 직접 제기하는 민원, 교육청에 제기하는 민원, 학생인권센터로 제기하는 민원,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제기하는 민원 등 다수 기관의 동시다발적인 민원에 각기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학교폭력 관련 민원이 가장 흔한 편이다.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내용,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이었다는 내용, 피해·가해학생의 분리가 부적절했다는 내용, 처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불만족, 예방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를 처리하는 기관마다 학교폭력에 관한 법령이나 절차 등에 대한 부분, 학교라는 기관의 특징이나 현장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규정과 사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각 기관의 담당자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교의 민원 처리 담당자와 민원의 대상이 된 교원들의 고충이 극심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답변서와 관련 자료를 매번 정리하는 일만 하더라도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
일부 보호자들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소위 ‘민원 폭탄’ 방식으로 악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민원에 대한 통로를 하나로 통합하여, 학교가 다수 기관의 민원 처리 요청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 학교 내부 민원대응팀 구성이 한계가 있음을 고려하여 교육청 등 학교 외부에서 민원을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현행 중복적이고 방만한 민원 처리 시스템을 정리한다면 필요한 인력이나 예산은 오히려 절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