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환경에 맞는 교육 데이터와 모니터링 지표 개발 및 활용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 법, 제도적 정비와 부처 간 협력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학계,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6일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에서 ‘대전환 시대의 교육 성과’를 주제로 창립 53주년 기념 제221차 교육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기조발제를 한 고영선(사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사교육이나 기초학력 미달, 교육격차 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핵심 교육지표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부족하고,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수준”이라며 교육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고 원장은 “과학적 접근 없이는 깜깜이 정책이 될 우려가 크다”며 “믿음과 감만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의 해법으로 당면한 현실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를 선별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과감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연구기관과 학계가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분석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 국회와 감사원 등 이해관계 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중등교육 성과 진단을 위한 과제’를 발표한 박성호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여러 분야에서 국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책 모니터링을 위한 국가 수준 통계,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는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교육계는 국가차원의 목표 설정과 지표 관리가 다소 부족하고 산발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균등, 격차해소, 교육성과, 노동시장 성과, 교육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교육지표가 그 역할을 다해 온 만큼 이를 개발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식적인 지표 설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대 변화에 따른 정책 목표와 연계한 모니터링 지표 개발 ▲데이터 생산, 활용, 공개의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학 성과의 진단과 과제’를 발표한 백승주 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학생 구조의 변화,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 패러다임의 변화, 공급자 중심의 성과 평가의 부작용 등으로 인해 새로운 성과 모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가가 요구하는 평가지표가 아닌 대한 본연의 성과에 집중해 대학 스스로 탁월한 성과 생산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어진 토론에서는 AI 시대를 맞아 공급자 중심의 학업 성과 위주 지표에서 벗어나 개별 학생의 성장을 측정하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점이 논의됐다. 박영림 강원 기린초 교사는 “그동안 교사에게 성과란 종종 시험 결과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질 만큼 학업 성취도와 학력 수준을 뜻하기도 했다”며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갈등과 딜레마를 조정하고 책임감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국가 교육과정의 목표와 역량을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영 건국대 교수도 “초·중등교육에서는 교육과정에 기반한 성과평가, 평균이 아닌 분포 중심의 심도 있는 분석,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선생님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을 직접 대면하는 교사가 생성하는 질적 평가의 존중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