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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과 문학] 백두산에서 만난 어여쁜 꽃들

 

지난 6월 중순 중국 연변을 통해 백두산에 다녀왔다. 3박 4일 동안 부석림·내두산·황송포·천지·장백폭포·소천지·지하산림·선봉령 등에서 도감에서만 보거나 이름만 들어본 귀하고 예쁜 꽃들을 원 없이 보았다. 6월 중순임에도 아직 천지는 얼음이 다 녹지 않았고, 주변에 눈도 다 녹지 않은 상태였다.

 

거기서만 볼 수 있는 꽃
먼저 우리나라(남한)에는 없고, 백두산에서만 볼 수 있는 꽃들이다. 이번에 백두산에서 본 식물 중 가장 신선한 것은 린네풀이었다. 린네풀은 현대의 생물 분류법인 이명법을 확립한 스웨덴의 생물학자 칼 폰 린네(1707~1778)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식물이다. 우리 민족의 용산 백두산에서 이런 이국적인 이름의 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식물은 린네가 가장 좋아했던 식물이라고 한다. 물론 린네가 살았던 스웨덴에서도 자라는 식물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중국·일본·한반도 북부지방까지 북반구 아한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학명이 ‘리네아 보리알리스(Linnaea borealis)’로 속명에도 린네 이름이 들어 있다. 


린네풀은 Y자 모양의 줄기 끝에 붉은색 또는 흰색 꽃 2개가 쌍을 이뤄 땅바닥을 보고 피었다. 이 모양 때문에 영어권 국가에서는 ‘쌍둥이꽃(twinflower)’이라고 부른다. 독특한 생김새를 갖고 있어서 찾아내거나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린네풀은 연약한 풀처럼 보이지만, 상록의 포복성 작은 관목이다. 길이 3~10mm의 상록인 둥근 타원형 잎을 갖고 있다. 꽃줄기는 4~8cm 높이로 곧게 자라 한 쌍의 꽃이 아래쪽을 향하여 핀다.

 

다음은 분홍노루발. 노루발 종류 중 유일하게 꽃이 분홍색이다. 분홍색으로 군락을 이룬 모습이 정말 예뻤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인데 백두산 일대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왜지치는 백두산 일대에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꽃은 연한 하늘색으로 피는데, 가운데에 노란 무늬로 포인트를 주었다. 이 꽃은 깜짝 놀랄 정도로 물망초와 비슷하다. 물망초는 서울시청 앞 광장 등 도심 화단에 많이 심은 원예종 꽃이다. 그래서 왜지치를 ‘한국의 물망초’라고도 부른다.

 

 

백산차(白山茶)도 비교적 흔했다. 진달래과 상록 관목이다. 무릎 높이 정도로 자랐다. 나무에서 강한 향기가 났는데, 이 향기 때문에 잎을 차로 마신다고 붙은 이름이다. 잎이 좁은 백산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월귤과 넌출월귤도 습지 등에 널려 있었다. 진달래과 식물로 월귤은 둘 다 땅에 붙다시피 자라며 흰색 꽃이 피었고, 넌출월귤은 덩굴로 기면서 자라며 분홍색 꽃이 피었다.

 

담자리꽃나무 꽃도 볼 수 있었다. 꽃은 8장의 흰색 꽃잎이 노란 수술을 감싸고 있는 것이 찔레꽃 비슷했지만, 잎은 주름이 깊은 독특한 형태였다. ‘담자리’는 난장이라는 뜻으로 백두산 정상부에서 큰 군락을 이루는 꽃이라고 한다. 북극에서도 사는 강인한 식물이다.


마침 함경딸기도 제철이었다. 꽃은 지름 2㎝ 정도로 피고, 줄기는 가시가 없고 짧은 털이 있다. 함경도에서 자라는 산딸기 종류라고 붙인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정말 귀한 꽃들
다음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는 있지만, 정말 귀한 꽃들이다. 먼저 나도범의귀. 깊은 숲에서 우주와 교신하는 듯 안테나 모양의 꽃이 핀 것이 정말 신기했다. 생선뼈처럼 생긴 것이 꽃잎이다. 꽃대 길이는 15~25㎝. 우리나라에서는 태백 검룡소 한 곳에서만 자라 철조망에다 무인카메라까지 설치해 보호 중이다.

 

날개하늘나리는 나리 종류 중 하늘을 향해 피고 줄기에 좁은 날개가 있다고 붙인 이름이다. 국내에서도 설악산·지리산 등 일부 고산지대에서 자라지만, 이 꽃이 피면 보도자료를 낼 정도로 귀한 꽃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다.


노랑만병초는 백두산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백두산 정상 부근에서는 무릎 높이 아래로 작게, 산자락 아래에서는 허리 높이까지 자란다.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이다. 그냥 만병초는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으로 피는데 울릉도·강원도와 지리산에서 볼 수 있다. 노랑만병초는 꽃이 연한 노란색이다.

 

 

다음은 제비붓꽃이다. 멸종위기 2급으로 보호하는 식물이다. 제비붓꽃은 내화피가 날렵하게 하늘을 향하고, 꽃창포처럼 꽃잎(외꽃덮이)에 흰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비붓꽃은 하늘을 향한 내화피가 제비 날개처럼 날렵하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제비붓꽃은 꽃창포 비슷하게 생겼는데, 꽃창포는 꽃색이 붉은 자주색인 데 비해 제비붓꽃은 청보라색이 강하고 꽃잎 가운데에 있는 무늬가 흰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꽃창포에는 노란색 무늬가 있다. 제비붓꽃은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와 경남에 드물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지만, 백두산 등 북부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황송포라는 습지에는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장백제비꽃은 백두산(장백산)에 널리 분포한다고 붙은 이름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산에 흔한 노랑제비꽃 비슷하지만, 잎이 콩팥 모양이고 아래꽃잎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다. 설악산 일대에서도 드물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하늘매발톱도 볼 수 있었다. 매발톱은 꽃 뒤로 튀어나온 꽃뿔 5개가 안으로 굽어서 매의 발톱을 닮았다. 매발톱 중에서 키가 작고 밝은 하늘색 꽃이 피는 것이 하늘매발톱이다.

 

 

우리나라에선 희귀식물인 조름나물도 황송포 등에 널려 있었다. 어리연꽃이나 노랑어리연꽃처럼 꽃부리 가장자리에 가는 털이 빡빡하게 달려있다. 먹으면 졸음이 온다고 붙은 이름이다.

 

들쭉나무는 설악산·한라산 등 고산의 암석지대에서 볼 수 있는 귀한 나무지만, 백두산 일대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새콤달콤한 토종 블루베리가 열리는 나무로, 이 열매로 담근 술이 들쭉주다. 꽃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월귤과 같은 속(屬)인 형제 식물이다.

 

이밖에 쌍동바람꽃 등 바람꽃 종류, 좀설앵초·나도옥잠화·장지채·개감채 등 귀한 꽃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시기가 맞지 않아 복주머니란 종류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가솔송·장지석남 등도 보고 싶은 꽃 리스트에 들어 있었으나 좀 일러서인지 한 번도 눈을 맞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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