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교육이 한국어 교육 중심으로 치중돼 교과 학습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교육정책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다문화 밀집학교 교사의 학생 지도 경험 및 학습 지원 전략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국 6개 다문화 밀집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적 경험과 지도 전략 등에 대해 심층 면담한 후 ▲교수·학습 계획 ▲교과 학습 운영 ▲교과 학습 성과 ▲교육과정 개선 필요 ▲지원 요구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분석하고, 정책적·교육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특성화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학교마다 다른 교육여건과 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해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다문화 밀집학교라는 특성을 교육과정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일부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위한 별도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고 있었지만, 한글 해득과 문해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대다수 학교에서 기존 교육과정을 유지한 채 개별 교사가 수업 내에서 보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과 학습 지원도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교사들은 통합학급 수업을 운영하면서 언어장벽과 학습 격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보고서는 “통합학급에서 한국어로 학습하는 현재의 교수 방식은 교과 학습을 따라가기 어려운 다문화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개별 지도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문화 학생의 학업 성취는 학교 교육의 질뿐 아니라 가정환경, 교사와의 관계, 학교 적응도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정 내 언어 환경과 부모의 학습 지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어로 학습하는 교과 학습에서는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사용 여부가 학업 성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다문화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한국어 교육 중심으로 치우친 다문화 교육을 학습권 중심의 교육 체계로 개편하고 교과 학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다문화 학생의 수준별 맞춤형 교수·학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개별 학습 계획 일대일 튜터링, 방과 후 보충학습, 이중언어 및 모국어 교육을 포함한 통합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교육과정 개편과 교원 양성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은 다문화 감수성과 상호문화적 관점을 반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교사 양성과 연수 과정에 다문화 교육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며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한 실천 중심 연수와 전문적 학습 공동체 운영 등을 통해 교사의 현장 적용 역량을 높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