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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교사의 자리


어느 11월 하순, 오후 수업이 시작할 무렵 K가 보이지 않았다. 6월에 전학온 K는 새어머니 아래서 자란 아이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수차례 전학을 했다. 전학날도 어머니가 몇 번이나 당부의 말을 하셨다.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결과 별 문제 없이 지내왔고 부모님도 “K가 많이 좋아졌어요”라며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동안 애쓴 보람도 물거품이 된 것이다. 텅 빈 책상 위에 놓인 책가방과 외투를 바라보며 좌절과 실망감이 쏟아졌다. 수업을 마치고 K의 집을 찾았다. 부모님은 여러 차례 경험했던 일이라 그런지 그리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가출 전날 감당하기 힘든 심한 꾸중을 했다고 한다. 이유를 알고 나니 꼭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비닐하우스, 공사장 주변 등 있을만한 곳을 다 뒤졌으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날 자정까지 전자오락실, 낚시터, 터미널 등을 둘러봤다. 반 학생 모두에게 학교와 집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도 손에 쥐어줬다.

“선생님, K 옷이 바닷가에 있어요!” 다급한 전화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러나 알아보니 친한 친구 집에 몰래 들어가 겨울옷을 뒤져입고 돈 몇 만원을 훔쳐 나간 것이었다. 다소 위안은 됐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나흘째 저녁 무렵 낚시터에서 K를 보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집 주위를 맴돌고 있음을 알고 그 주위에 있는 학생에게 급히 연락해 찾도록 했다. 몇 시간 후, 대문 밖에서 희미한 두 그림자가 보였다.

손을 잡고 “그동안 어디 갔다 왔니?” 하고 다그쳐 물었다. 초췌한 얼굴의 K를 방으로 데리고 가서 안심시키며 식사를 했다. K는 가출 후 행보를 소상히 얘기했고 다시는 가출하지 않겠다는 인간적인 다짐도 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의 눈가에 이슬방울이 촉촉이 내렸다. 긴장감이 돌았던 3박4일, 29년 교직생활에서 교사의 자리가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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