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 중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 상대방이 미우면 떡을 아예 안 주거나, 주더라도 하나라도 덜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도대체 왜 이런 앞뒤가 안 맞아 보이는 속담이 아직도 전해져 내려오는 것일까? 그런데 부모가 되면서, 사춘기 자녀가 한창 미운 짓을 하고 속을 썩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 속담의 참뜻을 비로소 깨달았다. 부모가 되고 속담 참뜻 깨달아 돌이켜 보면, 사춘기 자녀의 행동에 일일이 간섭하고 훈계했던 융통성 없는 부모였기에, 그리고 교육자로서 자녀의 가정교육만큼은 반듯하게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던 엄마였기에, 사사건건 아이와 갈등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미운 짓 하는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아이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주고 포용했더라면 자식과의 갈등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뒤늦게 후회한 적도 많았다. 사춘기 자녀의 달라진 행동이나 충동적 행동 등을 너그럽게 수용해 주자고 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까지 무조건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율과 허용의 범위를 넓혀 주되, 아이가 명백하게 잘못했을 때는 강단 있게 야단쳐야 한다. 이때도 아이 자체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2021-01-28 16:34
최근 수학여행 기간에 일어난 돌발 사고에 대해 법원이 평소 학생 관리 및 주의, 감독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교사에게도 최종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사건이 교육계에서 논란거리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지난 2017년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군이 수학여행을 떠났고, 몰래 가져온 화살을 친구에게 고의로 쐈는데 왼쪽 눈에 맞아 실명했다. 법원 재판부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고라고 판단, 담임교사가 주의, 지도, 감독의 의무를 소홀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판결 이유를 밝혔다. 돌발 사고에 교사 책임 물어 이번 법원의 판결은 학교와 교사에게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까지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알다시피 교사와 학생이 같이 생활하는 수업 시간, 청소 시간, 쉬는 시간에 사고가 나면 대부분 담임교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도하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자 본분이다. 하지만 교외 활동 중 자정이 넘은 취침 시간에 교사가 학생에게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이야기하면 이것은 상식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함부로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없다
2021-01-28 16:33최근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최대 5년의 징역형으로 형사처벌 할 수 있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스토킹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ㆍ신체적 고통을 초래하는 중대 범죄임에도, 경범죄로 분류돼 1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미약한 처벌에 그쳤다. 그사이 참혹한 스토킹 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학교와 교육 현장에서도 크게 확산하는 추세다. 해마다 증가하는 스토킹 범죄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경범죄 처벌법상의 ‘지속적 괴롭힘’, 즉 스토킹 처벌 건수는 2016년 390건, 2017년 333건, 2018년 43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교육 현장의 피해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3년 짝사랑한 여교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 지난해 ‘박사방’ 피의자로부터 9년간 살해 협박을 받은 여교사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문제는 학교폭력의 한 양상으로 학생 간의 은밀한 스토킹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약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스토킹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10.6%를 차지했다. 더
2021-01-28 16:29
2021년 연두 기자 회견을 통해 시·도교육감들은 앞다투어 기초학력 대책을 밝히고 있다. 여러 이유에서 학력의 문제가 생기고 있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그 자체는 반길만한 일이다. 그런데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마치 적폐인 양 폐지했던 교육감들인지라 지금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당황스럽다.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전국단위의 학업 성취도평가를 며칠 앞둔 상태에서 폐기해버렸던 일이다. 인쇄까지 마쳤던 성취도평가 문제지를 어이없이 파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와 외양간 고친다는 교육감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학력 신장이 절실함에도 우리 아이들의 학력이 저하되는 현실을 보며 학력 신장에 대한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의 갈증은 컸다. 혁신학교의 설립을 반대하는 근거 역시 학력 저하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현재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큰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본학력 신장’을 하겠다며 대단한 정책을 만든 것처럼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학력에 대한 분석과 향상 방법에 대해서는 연구가 계속됐고, 노력도 있었다. 학력 관리에 관한 내용은 이미 법률에 명시돼 있다
2021-01-18 09:26새해 벽두 사회 각계는 신년회를 개최하고 한 해의 목표와 의지를 다진다. 신년회에는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인사들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 언론의 관심과 취재 열기도 뜨겁다. 신년회를 통해 해당 분야의 시대정신과 지향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한국교총과 17개 시‧도교총은 ‘2021년 교육계 신년교례회’를 개최했다. 교육계 신년교례회는 교육 분야 최대 신년 행사로, 매년 교육계뿐만 아니라 각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 발전의 의지를 함께 나누는 자리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줌(zoom)과 유튜브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전국에 실시간으로 방영됐다. 우리 교육의 버팀목은 선생님 행사를 주최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 교육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교직 사회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로서의 선생님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재확인시켜준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육 환경 변화로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교육 불평등이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에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당부했다.…
2021-01-18 09:22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세상. 작년 한 해 동안 그 어느 때보다 학교가 많이 바뀌었어요. 상상도 못 할 만큼 학교의 기능도 마비되었었지요. 덕분에(?) 일 년 내내 그동안 하지 않아도 되었던 일, 평상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많이 했었어요. 1학기 초에는 교육과정도 몇 번이나 뒤집어엎어야 했고, 초등학교는 긴급 돌봄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지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맨땅에 헤딩해야만 했고, 우리의 의지와는 반대로 욕도 많이 먹어야 했어요. 그뿐인가요?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 감정의 화살은 교사 집단에 쏟아지기도 했었지요. 많은 뉴스와 답글들로 힘들고 상처받던 시간도 있었어요. 참 답답하던 때였지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한 구절을 되놰야만 겨우 버텨낼 것만 같은 때였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오늘 내가 만날 사람들은 내 일에 간섭할 것이고, 고마워할 줄 모를 것이며, 거만하고, 정직하지 않고, 질투심이 많고, 무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다.” 비난을 받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꿋꿋이 나아가야 했어요. 힘든 시간이 지나고 이제 새해가 밝았어요. 그동안 교사들을 둘러싼 오해는…
2021-01-07 17:20
무슨 일이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고 했다. 그만큼 사건이나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뭘 해도 안 돼.’ ‘나는 할 만큼 했어. 이젠 포기할래.’ ‘공부는 나랑 안 맞아. 이 길이 아닌가 봐.’ 학교 시험을 치르고 나서 자신의 시험 점수에 실망한 우리 아이들이 자주 하는 독백들이다. 시험을 망치고 나서 속상해서 하는 말이지만 이 속에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과 좌절감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같은 상황, 다른 태도 똑같은 점수를 받았는데 다르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번엔 공부를 너무 조금만 했어. 다음엔 더 열심히 해야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문제가 뭘까?’ ‘공부 방법을 바꾸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런 마인드를 가진 아이들은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운이나 자기의 실력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른 대안이나 전략을 모색한다. 좀 더 노력하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같은 점수를 받고도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유형의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에 따르면, 전자는 고정형 마인드를 가
2021-01-07 17:17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도 우리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 성장을 위해 헌신했다. 일부는 선생님들에게 일하지 않는 그룹이라고 망언하고 교육 무용론까지 들먹였지만,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색무취의 인천교육 지난 한 해, 인천교육은 무엇이라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색깔이 없었다. 방역과 안전이 중요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도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다른 교육청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고 보인다. 오죽하면 ‘서울과 경기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면 2~3일 후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말이 돌 정도로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과거 인천교육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색을 갖고 특색 있게 운영됐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 색깔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인천교육청의 2021학년도 정책 방향을 보면, 여전히 인천교육을 어떻게 강화하고 이끌어 갈 것인지에 관한 내용은 나타나 있지 않다. 언제까지 무색무취의 상황으로 인천교육을 방치할 것인지 걱정스럽
2021-01-07 17:15새해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신축이 의미하는 ‘흰 소’는 전통적으로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소의 해처럼, 우직(愚直)하고 근면하면서도 상서로운 기운이 우리 교육에 널리 퍼지길 기대해 본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 스탠퍼드대학 졸업 연설에서 “항상 갈망하고 우직(foolish)하라” 했던 말은 명언으로 회자 된다. 영어의 ‘바보 같은’(foolish)을 우직으로 번역했지만 ‘우직(愚直)’이란 단어는 어리석을 정도로 바르다(honesty)는 의미다. 어리석음이 아닌, 바름에 방점이 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혹세(惑世)하는 기교 없이 바른 정도의 길을 간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둠 속 미로를 걷는 듯한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초유의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을 반복하며 방역 안전까지 최소 1인 3역이 필요했다. 선생님 누구도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 밖 여기저기서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정착 우리 선생님들은 꿋꿋이 학교와 아이를 지켜냈다. 새해를 맞은 이 순간까지도 바보 같을 정도로 솔선하고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2021-01-04 09:54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란 문명에 주어진 도전(challenge)과 그에 대한 응전(response)으로 쓰인다고 말한 바 있다. 특정한 조건에 처한 문명엔 끊임없이 다양한 위기가 닥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그 문명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맹위를 떨치는 질병이 그 도전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세대에 대한 우려 경기 마산초는 전교생이 40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다. 내년엔 5학급으로 줄어든다. 작은 학교라 열정적인 담임 선생님들의 지도로 학생들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기초 학습 능력과 생활 습관을 다질 수 있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학습 결손과 정서적인 지원의 부족 없이 쑥쑥 자라고 있다. 마산초는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원격수업을 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등교 수업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국지적인 차원을 넘어선 재앙이다. 전 세계가 너 나 할 것 없이 학력의 저하와 양극화를 걱정하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통해 규칙적인 생활과 사회성을 길렀어야 할 학생들이 원격 교육만을 받게 되어 정서적 발달에 결함이 생김에 따라 ‘코로나 세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명의 승리는 곧…
2021-01-04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