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호모미디어쿠스야 (노진호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252쪽, 1만4,000원)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든 ‘언택트 시대’에 미디어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날아들고 있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미디어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살펴보는 한편,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속에서 콘텐츠 선별을 위한 방법 등을 제시한다.
2022-04-07 10:30
포르투와 리스본은 지금까지 가본 유럽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도루강(Douro River)을 물들이던 보랏빛 석양과 종소리를 울리며 좁은 골목을 지나던 노란색 트램, 휘황한 햇살을 반짝이며 빛나던 푸른빛 아줄레주로 장식한 오래된 집들은 이 도시를 몰랐다면 이번 생이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였으니까. 보랏빛 석양의 도시 포르투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출발한 유레일 열차는 황혼을 지나 어두운 밤에서야 포르투에 도착했다. 역에 내려 힘껏 심호흡을 했다. 낯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오래된 습관이었다. 처음 맡는 냄새는 낯선 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깊게 각인시켜 주곤 했다. 콧속으로 들어온 포르투의 바람은 달랐다. 강 하구의 냄새와 묵은 와인 향이 묻어있었다. 어둠 너머에서 약간 축축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그제야 유럽의 끝에 도착했다는 걸 실감했다. 도루강 하구, 대서양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 도시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이 도시는 대항해시대, 위대한 탐험가들이 범선의 닻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크게 번성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가 막을 내리며 도시는 성장을 멈췄고,…
2022-04-07 10:30
모두가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한 이유 러시아 사태로 안 그래도 9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가 순식간에 115달러를 넘어 섰다. 2011년 이후, 100달러를 넘은 것이 11년만이다. 이제 고유가로 인한 물가인상 압박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문제다. 물가인상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경제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부담이 된다. 따라서 세계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를 다소 죽이는 일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말한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가격이 오르고, 운송비가 오른다. 석유화학제품은 다방면에서 쓰이기 때문에 안 오르는 물가가 없을 정도다. 유가가 100달러가 넘으면 중남미에서는 콩·옥수수기름을 짜서 쓴다. 그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럼 먹거리가 부족해진다. 곡물가격도 오르기 시작한다. 물가가 오르니 소비하기도 힘들다. 10만 원으로 장을 봐도 이전처럼 물건을 사지 못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가 가벼워진다. 필수적으로 사야 하는 물건 외에는 살 돈이 부족해 지출을 멈추게 된다. 예를 들어 TV·컴퓨터·스마트폰·자동차 등은 당장 사지 않아도 되는 고가의 물건들이다. 그럼 이런 기업들은 실적이 하락하고 주가도 하락하게 된다. 반면 야채·고…
2022-04-07 10:30
좋은 기획을 만나면 변화될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뛴다. 그렇지만 누구나, 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열정으로 가슴이 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래도 기획이라면 모름지기, ‘그렇게 하면 정말 문제가 해결되겠어!’ 하는 정도의 공감은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앞선 두 호 지면을 통해서 그런 기획안을 작성하는 지침으로 삼을 만한 8가지 미덕과 4가지 요소에 대하여 이야기했으니, 이제는 각설하고 좋은 기획의 전형 또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나쁜 기획의 전형을 내보일 차례다. 기획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가장 갈급하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형(ideal type)’을 제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모든 전형은, 베버(M. Weber)가 의도한바, 그 인식론적 쓰임새를 넘어서, 경직된 모범으로 기능하며, 현실을 재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형은 살아 숨 쉬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억지로 제시된 기획안의 전형은 답습해야 하는 교본이 되기 십상이다. 지난 호에서 기획의 4가지 요소에 대한 설명을 끝내면서 언급한 말을 다시 보자. 현실 개혁에 대한 열정을 품고 기획에 임하는 태도를 가다듬어 보자. 그 태도 외에 기획을
2022-04-07 10:30
3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새 정부에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 역시 크다.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이렇다 할 성과나 발전이 없다 보니 새 정부가 짊어진 짐 또한 무겁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교육은 홀대됐다. 미래 비전을 제시한 담론이나 지향점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입시정책의 주변부를 건드리고, 무상교육·보육 등 선심 공약만 선보였다. 교육문제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에 여야 할 것 없이 말을 아꼈다. 흔한 말로 교육대통령은 언급도 기대도 없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고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차기 정부 5년 동안 예측되는 경제·사회·환경이 교육정책에 상당한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교원연금개혁부터 교원 정원감축, 대학구조개혁과 입시제도 개편, 유보 통합,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까지 줄줄이 대기한 상태다. 이뿐 아니다. 평등성과 수월성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고, 교육을 둘러싼 개인과 집단의 갈등은 해소보다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변화의 욕구는 선거를 통해 더욱 커졌지만, 변화를 이룰 여건
2022-04-07 10:30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습니다. 교육격차 심화로 인한 교육 양극화도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입니다. 학력저하를 막고 교육격차 해소를 담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난 3월 2일 취임한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취임사에서 학생들의 학력저하와 교육격차 해소에 평가원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적응학습과 지능형 학습체제가 차세대 교수·학습모형으로 인정되고 있다면서 개별화 학습을 위한 교수·학습지원체제 구축을 선도하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컴퓨터 적응검사를 도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평가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비디오활동 영상촬영·SNS 채팅 등 다양한 디지털자료를 로그파일로 변환하여, 평가에 연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능 개편과 관련해서는 출제오류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2028 수능 개편에 적극 참여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외에 평가원의 발전방향으로 연구역량 강화, 미래교육 선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화두로 각각 제시했다. 이 원
2022-04-07 10:30
나만 그런 게 아니다. 2월이면 아이들은 반 배정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니 '헷꿀꿀'이니 '개꿀꿀'이니 주문까지 만드는 거겠지. 새 학년이 되면 막연했던 두려움은 현실이 된다. 같이 주문을 걸던 아이들도 각자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고 안심하거나 패닉에 빠지거나. -20p 선생님이나 아이들 모두 2월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때이다. 선생님은 학교를 옮기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누구와 함께 같은 반이 될지,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어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함을 느낀다. 여중생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학교와 친구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이 작품을 쓴 황영미 작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문학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 글에 내가 단 댓글이 ‘베스트’가 된 적이 몇 번 있다. 이 소설은 댓글을 다는 심정으로 시작되었다. 소설을 쓰면서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서로의 경계가 어딘지, 어느 지점이 초록불이고 빨간불인지, 각자 마음속 깊은 골짜기 쉼터는 어디인지. 불가능한 일인 줄 알
2022-04-07 10:30
도시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무엇일까. ‘길거리꽃’을 논할 때 팬지·페튜니아·메리골드·베고니아·제라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꽃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사진을 보면 “아, 이게 그 꽃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길거리에 흔한 꽃들이다. 이들 꽃의 공통점은 개화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00일 이상 핀다. 팬지는 3월부터 두세 달, 베고니아는 4월 말 심으면 늦여름까지 피어 있다. 페튜니아·메리골드·제라늄도 개화기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꽃들이다. 길거리꽃답게 매연과 건조한 조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꽃값도 싼 편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 꽃들을 볼 수 있다. 팬지가 쏘아올린 도심 속 봄 이중 가장 먼저 도심 화단에 등장하는 꽃은 팬지(pansy)다. 초봄이면 광화문광장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가장 많은 꽃이 팬지다. 도시 화단에 팬지가 등장해야 ‘봄이 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팬지는 유럽 원산의 제비꽃을 여러 개 섞어 만든 원예종이다. 여러 가지 색깔로 개량했지만, 흰색·노란색·자주색 등 3색이 기본색이다. 꽃잎이 다섯 개
2022-04-07 10:30
3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새 정부에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 역시 크다.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이렇다 할 성과나 발전이 없다 보니 새 정부가 짊어진 짐 또한 무겁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교육은 홀대됐다. 미래 비전을 제시한 담론이나 지향점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입시정책의 주변부를 건드리고, 무상교육·보육 등 선심 공약만 선보였다. 교육문제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에 여야 할 것 없이 말을 아꼈다. 흔한 말로 교육대통령은 언급도 기대도 없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고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차기 정부 5년 동안 예측되는 경제·사회·환경이 교육정책에 상당한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교원연금개혁부터 교원 정원감축, 대학구조개혁과 입시제도 개편, 유보 통합,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까지 줄줄이 대기한 상태다. 이뿐 아니다. 평등성과 수월성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고, 교육을 둘러싼 개인과 집단의 갈등은 해소보다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변화의 욕구는 선거를 통해 더욱 커졌지만, 변화를 이룰 여건
2022-04-07 10:3001 초등학교 3학년쯤부터, 반대말(반의어)과 비슷한 말(유의어)을 배웠던 것 같다. 한 단어를 다른 단어와 쌍을 맺게 하며 익힌다. 언어의 유창성을 기르기 위한 어휘력 학습의 과정이다. 겉으로는 어휘를 배우는 과정이지만, 인지심리 차원에서는 사고력 발달을 도모하는 과정이다. 언어와 사고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이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비슷한 말과 반대말 익히기를 스피드퀴즈 활동으로 하고, 쪽지시험으로 선생님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유의어와 반의어를 잘 끄집어내는 능력은 말하기(speech)와 글쓰기 역량의 기반이 된다. 나는 처음 반대어를 배울 때, ‘반대어는 참 쉽구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특히 동사나 형용사는 주어진 말 앞에 ‘안’을 붙이면 바로 반대어가 된다고 생각했다. ‘죽다’의 반대어는 ‘안 죽다’, ‘자다’의 반대어는 ‘안 자다’, ‘부지런하다’의 반대어는 ‘안 부지런하다’, ‘가난하다’의 반대어는 ‘안 가난하다’ 등으로 대답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런 대답이 잘못된 것이라는 합리적인 설명은 나중에 들었던 것 같다. ‘안’을 앞에 붙인 말, 이를테면 ‘안 부지런하다’는 ‘부지런하다’의 반대어가 아니라, ‘부지런하다’를 부정하는 말이라
2022-04-07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