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란 | 일본 동경한국학교 파견교사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수업이 끝난 후 학급 아이들을 잠시 남게 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담임선생님이 남으라고 하면 야단맞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들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보충 학습을 위해서 혹은 교실 청소를 위해서 반 아이들을 남게 하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게 되었다. 잠시 남으라는 말에 되돌아오는 첫 마디가 “저, 학원가야 하는데요”다. 그래서 요즘은 청소도 수업이 끝나고 하기가 힘들다. 한 분단에 열 명이나 되건만 청소를 할 수 있는 아이는 고작 한두 명이다. 거짓말처럼 들릴지도 모르나 현 상황이 그렇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특기적성교육은 수업이 끝난 후 바로 시작이 되고, 개인적으로 학원에 가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머뭇거릴 시간은 좀처럼 나질 않는다. 청소야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미리 해둘 수도 있다지만 보충 학습(보습)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학원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남기를 꺼려하는 것에는 씁쓸함마저 느끼게 된다. 입시 전쟁을 비롯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등 비정상적 교육열은 일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중·고교의 입학시험이 있는 일본의 경우 학
2007-02-01 09:00
나무, 새 2008년 4월! 한국인 최초 우주인이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납니다. 경쟁률만 18,000:1. 요즘엔 이벤트 상품으로 우주여행권도 등장하였으니 바야흐로 우주탐험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상황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옛사람들이 우주라고 여겼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저 멀고 높은 하늘세계에 우리 사람들이 근접할 수는 없을까? 옛사람들의 이러한 염원에 답하기라도 하듯 신수(神樹)가 등장했습니다. 시베리아의 세계수(World Tree)나 우주나무(Cosmic Tree), 단군신화의 신단수(神檀樹)가 그것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 나무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교통로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지금껏 산신제를 지내고, 당수나무에 제를 지내고, 무당들이 신대라는 대나무를 통해 신내림을 받는 것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신성한 나무를 길게 잘라 만든 것이 바로 장대입니다. 나무나 장대가 신과 교감하는 통로였다면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새는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전령입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새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컸던 것 같습니다.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三足烏)는 태양 속에 사는 세 발 달린 까마귀입니다
2007-02-01 09:00
“사람은 일생동안 사랑을 합니다.” 며칠 전 TV에 나온 ‘이혼 전문’ 변호사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조금 어안이 벙벙해졌었지요. “말도 안 돼!” 그러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의 말은 사랑도 사람처럼 일생이 있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일생에 빗대어 생로병사라 해도 좋고 삼라만상(森羅萬象)에 빗대어 성주괴공(城主魁公)이라 해도 좋겠지요. 누군가 때문에 가슴 두근거려 본 일이, 마지막 불꽃이 스러진 게 언제였던 지, 기억이 나시는지요. 자칭 애정학 박사라는 한 선배가 그러더군요. 혼자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실 때 떠오르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증거라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음악을 들을 때 같이 듣고 싶고, 맛있는 것은 같이 먹고 싶고, 재미있는 영화는 같이 보고 싶으며, 드라마를 볼 땐 그 사람도 이걸 보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거라고. 그래요. 그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사랑을 할 때, 그는 길에도, 차안에도, 현관문에도, 사무실에도, 아침의 첫 커피 잔 바닥에도 저녁에 친구와 기울이는 술잔 바닥에도 있었습니다. 잠의 고갯마루를 넘는 순
2007-02-01 09:00
심영옥 | 경희대 겸임교수·미술사 기교 없는 무작위의 질서 창출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돌이나 흙으로 소박하고 질박한 담장을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었다. 담장을 쌓는 사람은 돌 크기나 흙 양을 미리 계산하지 않고,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쌓는 동안 질서를 찾아가며 담장을 표현하였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무작위의 질서를 창출하는 지혜와 멋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담장은 한국인의 정서와 잘 어울려 소박하면서도 분방한 듯한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쌓은 돌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의 추억도 묻어주면서 욕심 없이 쌓은 돌들은 은근한 멋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문양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꽃담이다. 대체로 담장치레만 보더라도 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흙담은 흙담대로 돌담은 돌담대로 꽃담은 꽃담대로 궁궐과 민가의 얼굴 역할을 했다. 옛 궁궐의 꽃담은 화려한 것 같지만 야하지 않아 선비 같은 은근한 멋을 풍긴다. 이에 반해 일반가옥의 꽃담은 질박하면서도 분방한 멋을 느끼게 해 준다. 깨진 기왓장을 이용하여 투박한 솜씨로 토담에 꾹꾹 박아 놓은 기와담장이나 흙담
2007-02-01 09:00
김철수 | 경남 거제중앙고 교사, 사진작가 바다와 만난 수 만년의 세월 사람이 살면서 발길이 생기고 발길이 많이 묻힌 곳에 큰 길이 생겼다. 문화와 생활을 아우르는 길은 동해안을 따라 부산에서 함경북도 온성군까지 이어져 7번 국도가 되었다. 바다와 어우러져 길게 뻗친 7번 국도는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있는 석호를 가득 안고 있다. 석호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유산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에 의해 만들어졌다. 빙하기에 바닷물이 크게 줄어들어 해수면이 크게 낮아진 곳에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동해안에는 큰 골짜기들이 생겨났다. 그 후 후빙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빙하가 녹고 바닷물의 높이도 높아져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골짜기에 물이 차게 되면서 움푹 들어간 지형인 만(灣)을 만들었다. 먼 바다에서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올라왔다 다시 내려갈 때 한 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이런 파도의 힘으로 바닷가의 모래들이 계속 한쪽으로 밀려나 만의 입구에 모래로 이루어진 둑(사주, 사취)이 만들어지게 된다. 계속 모래가 쌓이면 둑은 커지게 되고, 결국은 만의 입구를 막아 버린다. 그래서 석호의 물은 담수의 물도 아니고 바닷물도 아닌 그 중간을 택하고 있다.…
2007-02-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