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학원에 10시간씩 갇혀 있다. 우리는 어른들을 UN에 고발합니다!" ‘한국아동보고서’를 준비해 스위스 제네바로 달려간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들의 부모이자 어른인 우리 모두를 고발했다. 그렇게 한국의 어른은 UN의 피고소인이 되었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성인이 일하는 시간보다 많은 ‘하루 10시간’이라는 숫자는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온종일 답답한 교실과 학원에 갇혀 있는 크기를 알려준다. 교실과 학원에만 갇힌 현실 강산이 3번 가까이 바뀌는 시간 동안 나는 학생들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변화를 지켜봤다. 우리는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교실 안의 우리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변화에 대한 시선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혹시 한동안 세상이 집중한 방송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최고의 목표만을 위해 등 떠밀고 있는 불도저로 인식돼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부모, 다가가 만나고 싶은 교사가 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더 늦기 전에 세상과 교육의 변화 속도를 맞추려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의 교육과정과 내용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 IoT,
2019-11-11 16:35조국 발(發) 대입 전형 공정성 시비가 이미 지난해 대입 개편 공론화 결과를 무력화시키며 정시-수시 비율에 대한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당국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교육계에 있는 우리도 어리둥절하다. 도덕경에 숨겨진 세상의 이치 학교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뒤로하고, 한 우물 속에 몰아넣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일반계고의 경우 정치적 이슈를 편향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교사들이 많아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참이다. 춘추전국시대 ‘무위(無爲)’의 정치를 염원했던 노자가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진단한다면 그에게서 어떤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노자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도덕경을 통해 유추해 보자. 20장에 ‘선지여악 상거하약(善之與惡 相去何若, 옳다고 여기는 것과 바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세인들이 판단하는 인식의 차이는 결국 각자의 처지에 기인한다. 만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그 처지와 입장이 되면 대체로 행하여지는 경우여서, 어느 일방을 구분해 잘잘못을 가리고 차별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이다.…
2019-11-07 11:43글로벌 클래스룸이란 세계시민교육, 상호문화교육, 국제이해교육, 민주시민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교육을 묶는 개념으로 아직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클래스룸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다름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책임감 있는 행동을 통해 지구촌 공동체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세계시민 양성과 우리의 목표 이런 확장된 범위의 교육은 2012년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글로벌 교육 우선 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에 의해 주창되고 UN이 제시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세부목표로 포함되면서 교육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글로벌 클래스룸을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사라는 인적 자원이다. 교사들을 재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 교사들에게 글로벌 역량과 함께 글로벌 클래스룸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예비 교사들의 유연성은 글로벌 클래스룸을 구현하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고, 교원양성대에서 이뤄지는 토론과 논의를 통해 더 발전시키고 정교화시킬 수…
2019-11-07 11:06학습부진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 왔다. 필요한 보정자료를 만들어 보급하고, 담임교사 책임제라는 이름으로 지도를 강화하기도 했다. 2008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전수평가 전환으로 2009년부터는 더 적극적인 정책이 시행됐다. 학습부진학생을 지도·지원하는 단위학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인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가 운영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지속됐다. 많은 예산이 투입됐고 실제 기초학력미달률의 감소와 교사들의 기초학력 지원에 대한 인식 변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학교로 찾아가는 서비스 다만, 예산과 맞물려 많은 프로그램이 양산되다보니 학생과 교사 모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고, 발표되는 기초학력미달률 감소에 비해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다음해 다시 기초학력 미달이 되는 리셋(reset) 현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담당교사의 업무 과중과 학생들이 다수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 인해 교육복지 등 학교 여타 사업과 중복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정서·행동 측면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교사들이 지원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학습부진학생은 학습뿐 아니라 정서, 행동, 환경 등 비학습적 요인을 포함한 복합적 원인을
2019-11-05 16:50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배웠으면(學), 익혀야(習)한다. ‘습’의 소리는 무언가를 들이마실 때 나는 소리 ‘스읍’과 비슷하다. 배웠으면 들이마셔야 하는데,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안 그래도 만만치 않은 ‘학’을 ‘학학학’하느라 ‘습’은 시도도 못한다. ‘습’을 하지 못했으니, 오늘 분명 배웠으나 내일 새롭게 모른다. 배움의 환경은 친절해야 學에는 필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궁금함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학습부진학생 대부분은 표면적으로는 딱히 궁금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깊게 이야기하다보면 호기심이 훼손당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대개는 부모건 교사건 궁금해 했던 순간에 주변에서 보여준 반응이 상처로 기억되면서 궁금함을 감추기 시작한다. 궁금함을 표현할 때 당연한 것을 묻는다고 면박을 받으면 궁금하다는 것이 창피해지고, 한번 숨기기 시작하니 다시 꺼내기가 영 어려워진다. 둘째, 그래서 배움의 환경은 극도로 친절해야 한다. 학습부진학생들에게는‘이렇게까지 하면서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친절함이 필요하다. 초등 6학년생들에게 몇 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물었더니, 학년은 다양해도 이유는 모두 같다. "그때 선생님이 저한테 친절하셨어요.
2019-11-05 16:47사교육을 시키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는 이른바 사교육 불패론에 많은 학부모가 공감하고 있다. 이런 속설이 대물림되면서 그 어떤 정부도 사교육을 잡는 데는 실패를 거듭하였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 후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이 역시 검증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사교육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근본 처방 없이는 같은 논란이 지속될 것이다. 심야교습 금지도 실효성 의문 10여 년 전에 제정된 심야교습 금지 조례라는 것이 있다. 밤늦은 시간에는 학원교습을 금하는 조례다. 시·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학원교습이 자정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조례의 주 내용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위헌 소송까지 거쳤지만 합헌 판결을 받았다. 조례는 살아있지만 심야교습이 중지되지는 않았다. 도리어 음성적으로 심야교습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기적인 단속도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위해 학원 일요휴무제를 추진하고 있다.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한다. 정책 추진에서 공론화가 만능의 길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긴 하지만 일요일 학원교습 휴무에 대한 종착지는 쉽게
2019-10-31 14:3417일부터 개정된 교원지위법이 시행됐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교원에 대한 전통적인 존중은 사라지고 노골적이고 악질적인 교권 침해 사건이 크게 늘어도 현장에선 어떤 보호 조치나 안전망 없이 무력하게 방치만 하는 현실이었다. 이에 교권보호 대책을 간절히 바라며 현장에서 고통받는 선생님들께 이 이상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좋은 소식도 잘 없을 것이다. 교원지위법 개정 반가운 일 한 사회가 교원을 어떻게 대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과업의 중요함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가는 단순히 교사들이 얼마나 편하게 일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한 나라의 교육제도 전반과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느냐의 문제기도 하다. 부모의 품 안에서만 자라다 처음으로 선생님의 교실에서 비대면의 사람들과 공적인 사회를 이루는 첫 경험이 이뤄지는 곳이 학교다. 교실에서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교육 활동을 위한 질서를 따르는 것을 체질화하는데 실패한 학생이 학교 밖을 나가서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이것은 그 학생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학생의 행복, 제대로 자랄 권리
2019-10-29 18:54직업교육은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정의된다. 취업을 전제로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주로 특성화고에서 이뤄진다. 특성화고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진학한다. 맹자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 했는데 특성화고 학생들은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항산(恒産)의 준비를 시작한 용기 있는 청소년들이다. 용기 있는 특성화고 청소년들 그러므로 그들이 항심(恒心)을 지니고 자기 앞가림하면서 직업교육을 디딤돌 삼아 사회적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일은 국가의 주요한 책무라 할 수 있다. 학교 현장의 입장에서 정부의 직업교육정책 및 사업추진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현장실습과 관련하여 ‘학습근로자’ 측면이 강조되면서 고졸 취업률이 바닥을 쳤다. 현장실습의 교육적 기능이 강조되다 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종전보다 규제와 부담만 가중되어 꺼리게 되는 것이다. 학습근로자 제도는 예비 근로자의 잠재 역량을 개발하여 품격있는 테크니션으로 성장토록 돕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어려운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 과도한 서류…
2019-10-28 13:31나라뿐 아니라 개인의 역사도 수많은 도전과 응전으로 전개된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숱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고심하여 마련한 해법이나 기발해 보이는 발상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는 일이 수없이 많다. 기발해 보여도 실패하기 십상 인도에서는 코브라에게 물려 죽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코브라를 잡아 오면 상금을 주는 정책을 폈다.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고 코브라를 잡아 상금을 받았다. 정책은 성공적이어서 인명피해가 줄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코브라가 줄어들었는데도 코브라를 잡아 와 상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났다. 어처구니없게도 사람들은 곳곳에 코브라농장을 만들어 자신이 기른 코브라로 상금을 받은 것이다.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문제를 더 악화하는 결과를 낳는 현상을 경제용어로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들쥐 꼬리 효과’라는 것도 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던 때, 하노이의 하수구에서 활개 치는 들쥐를 박멸하기 위해 들쥐의 꼬리를 잘라오는 사람들에게 현상금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꼬리가 잘린 들쥐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꼬리를 자른 후에 들쥐를 죽이는 대신 하수구에 놓
2019-10-24 13:20그곳은 ‘낯섦’ 자체였다.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브루나이 다루살람에서 개최된 ‘제35회 한·아세안 교육자대회’의 발표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브루나이라는 나라가 어디쯤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발표문과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마치고, 출국을 사흘 정도 앞두고서야 위치와 대략의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한·아세안 국가보고서 발표 인터넷에도 피상적인 정보만 있을 뿐 잘 알 수 없었다.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 동안에도 영문 발표에 대한 긴장감으로 계속 원고를 반복해서 살펴보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브루나이 다루살람(공식 명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왔을 때 습하고 뜨거운 공기에 이국임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이슬람 문화 탓에 제약받는 요소가 많아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계획된 행사 일정도 통보 없이 임의대로 바뀌는 등 당황스러운 상황도 연출되었는데, 우리 사무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빠듯한 일정에 이동 시간이 대부분이었으나 오가는 버스에서 함께 한 대표단 선배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8개 국가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참가자는 큰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 대표단이 입장하자 엄지를 치켜
2019-10-17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