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놀토가 아니지만 기분이 참 좋습니다. 보통 때보다 차량도 절반 가량 줄어 출근하기가 쉬운데다 하늘은 너무 맑고 푸르러 함께 푸른 웃음을 머금게 됩니다. 이런 날을 고대하기 위해 봄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이런 날을 맞기 위해 황사도 참았는지 모릅니다. 이런 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꽃샘추위도 참았는지 모릅니다. 연하게 푸른 하늘이 꼭 새순 같이 연하고 푸릅니다. 실오라기처럼 보이는 구름도 연하게 동화되어 있습니다. 우리학교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동대산도 푸른 기운을 안고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토요일입니다. 정말 푸른 토요일입니다. 오늘 출근길에 눈에 뜨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푸른 잎이 파란 하늘을 향해 이고 있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 뒤에는 개나리꽃이 반 이상 떨어지고 푸른 새순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에는 절정을 이루며 만개한 하얀 벚꽃이 화려한 노래를 부르며 기쁨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벚꽃이 맨 앞에서 모양을 내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때를 아는지 푸르름에 앞자리를 양보하고 뒤에서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개나리는 역시 시대에 부응할 줄 아는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노란 꽃잎을 더 이상 자랑
2007-04-07 13:15다시 봄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는 겨우내 추위에 떨면서 따뜻한 봄을 기다린다. 희망의 봄, 사랑의 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봄을 칭송하며 봄이 어서 오기를 고대한다. 매스컴이 저 남쪽지방의 봄소식이라도 전하면 더 조바심을 내며 빨리 봄이 북상하여 우리 집 마당까지, 우리 동네 들녘에까지 당도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그렇게 아름다운 봄은 얼른 우리 곁으로 오지 않는다. 왜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찬란한 봄이 얼른 오지 않는 걸까. 혹시 우리가 어떤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사춘기 소년이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며 밤잠을 설치듯이 우리도 봄에 대하여 일종의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멀리 남쪽 지방 어느 곳에 유채꽃이 만발했다고 했을 때, 3월 며칠쯤 벚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라는 화신이라도 접하면 우리는 열심히 그 환상적인 봄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봄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무런 제약 없이 그려보는 봄의 정경 속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람 한 점 없이 고운 봄날 마당에, 울타리에, 도로변에 온갖 꽃들이 만발하여 낙원을 이루고 있다. 산에는 진달래가 울긋불긋 장관을 이루
2007-04-07 07:19
'무자격 교장 공모제'가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이틀 후그 통과와는 상관 없이 수원교육청에서는 초·중·고 교장 회의가 열렸다. 회의 자료만도 무려 4가지![사진 참조]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희망 수원교육, 중학교 교장회의 자료'(42쪽 분량), '학교 혁신 세부 추진계획'(36쪽), '초·중·고 학생 성폭력, 학교폭력, 체벌근절을 위한 초·중·고등학교장 회의자료'(8쪽),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희망 수원교육 BRAIN UP! 수원교육 2007 기본 계획[수원 중등 학력향상 계획서](6쪽 분량). 하나하나 읽어보니 그냥 가볍게 넘길 것이 없다. 중요한 내용들이다. 교단에서 잔뼈가 굵은 교육경력 30년 이상의 교장도 이것을 다 해내려면 힘에 부친다. 그러나 책임을 지고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참여정부에서는 무자격자에게 맡기려 한다. 교육을 망치려 하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교육의 근본,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교육이 살아나는 지도 모르고, 무조건 시행착오를 범하려 한다. 교육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수 십년 걸린다. 시행착오의 실수를 되돌
2007-04-07 07:18며칠 전, 학교에서 휴대전화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대전시의 중ㆍ고등학교 교장들이 ‘휴대전화 안 가져오기 운동’을 벌이겠다는 결의대회를 열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러자 바로 편을 나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므로 당연히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로 나뉜다. 교원들에게는 학생들에게 면학분위기를 조성해야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휴대전화 안 가져오기 운동’이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인권침해 요소와도 상충한다는 게 문제다. 전화사용을 막기 위한 수업 중의 휴대전화 수거를 학생들이 제대로 지켜준다면 이런 얘기가 나올 리도 만무하다. 그렇게 매스컴에서까지 강조하는데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한 학생들이 해마다 적발되는 것을 보면 실태가 어떤지 짐작이 간다. 오죽하면 일부학교에서는 시험기간 중에만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다. 이런 조치가 대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시행 중이고 2004년 5월에는 창원에서 발생한 속칭 ‘왕따 동영상’ 사건으로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
2007-04-06 17:21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요즘 너무 바쁩니다. 정신없이 바쁩니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는 선생님들이 오후 7시 반이 되었는데도 대부분 퇴근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바쁩니다. 어제 오후 서울에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저의 딸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말미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정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에는 식당 질서지도로 인해 입이 밥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합니다. 하루는 환경미화를 한다고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다고 하며 또 어떤 하루는 일기검사를 한다고 학교에 남아있다고 하고 또 하루는 장학사님 오신다고 해서 수업 준비한다고 남아있다고 하더군요. 또 어제 저의 고모상으로 인해 부산 영락공원 빈소에 갔었는데 거기에는 형님, 형수를 비롯하여 우리 교육가족이 거의 다 모였습니다. 생질부(甥姪婦)도 초등학교에 근무하는데 퇴근하는 길에 두 딸과 함께 빈소에 오신 누님께 왔습니다. 그 동안 할머니와 함께 잘 놀던 두 아이는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품에 안기며 그 때부터 어머니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학교에서 너무 힘들게 생활하다 왔는데 또 집에 와서도 애들에게
2007-04-06 10:22공부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공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다. 공부는 사소하고 작은 것이다. 이 경구 같은 말은 요새 내가 종종 교육현장에서 느끼게 되는 깨달음이다. 저 화려한 놀이공원, 저 현란한 텔레비전 쇼에 비하여 공부가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가. 조용히 책상에 앉아 이리저리 생각에 몰두하며 앉아있는 모습은 초라해 보이고 궁상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거기엔 작은 겨자씨 하나가 하늘을 덮을 만큼 큰 나무로 자라나듯 무한한 희망의 씨앗이 내재하여 있는 것이다. 나는 일본말을 모른다. 꽤 오래 전에 일본말을 배워보려고 기초일본어 교재를 구입해서 조금 본 일이 있다. 그때 언뜻 눈에 띈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지식`이라는 일본말인데 무엇인가를 잘게 쪼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금은 그 단어마저 잃어버린 상태인데 그 설명만은 오래 되었어도 잊지 않고 가끔 생각나 수긍을 하게 된다. 원자니 반도체니 광통신이니 나노기술이니 하는 첨단 기술이 모두 끝없이 작고 정교하게 쪼개는 것이 아닌가. 수백만 분의 일의 오차도 없이 정밀을 요하는 것이 아닌가. 지식, 즉 무엇을 알아가는 과정은 이렇게 작고 정밀한 것을 향하여 나
2007-04-05 16:39오늘은 금년 들어 가장 하늘이 맑고 밝은 날인 것 같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티없이 맑은 날입니다. 수정 같이 맑고 고운 하늘입니다. 오늘이 알고 보니 우리나라 24절기의 하나인 청명입니다. 글자 그대로 청명한 날입니다. 음력 3월인 청명은 보통 식목일과 겹치는데 오늘이 그러합니다. 청명 보통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한식과 같은 날이 되는데 이번에는 한식 하루 앞날입니다. 오늘과 같이 날씨가 맑고 밝은 청명일을 기해 농부들은 봄일을 시작하는 날 아닙니까? 씨앗도 뿌리고 나무도 심고 논밭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도 시작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때 농부와 같이 우리 선생님들은 교육농사에 대한 다듬질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제는 바깥 정비도 어느 정도 끝이 났습니다. 안에도 많은 손질을 했습니다. 도서실도, 과학실도, 컴퓨터실도, 음악실도, 가사실도, 각종 특별실에도 열심히 정비하고 손질을 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농부가 농가에서 논밭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을 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교실환경을 꾸미고 유리창을 청소하고 교실바닥을 깨끗하게 하며 거울을 손질하며 각종 과학실험도구를 손질하며 컴퓨터를 점검하는 것을 보면서 지혜로운 농
2007-04-05 08:58올해 3학년 담임을 6년만에 맡았다. 그동안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3학년 담임을 하지 않았었다. 오랫만에 3학년 담임을 맡게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오랫만에 3학년을 맡은 탓인지 학기초 며칠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부서업무에 담임업무까지 여러가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나날이었다. 이런 와중에 학기초면 항상 해야 하는 일을 잊고 지나가 버렸다. 다름아닌 학생사진 수합이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비치하는 학생사진첩을 만들고 교무수첩에도 붙여야 하는데, 그냥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사진첩을 제출해야 하는 날짜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지만 뒤늦게 사진을 수합하자니 왠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방과후에 교실에서 학생들의 사진을 직접 찍기로 했다. 미리 학생들에게 예고를 했다. 당장 내일 방과후에 사진을 찍겠다고,,,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딱 두가지로 나누어졌다.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에 사진관에 가서 찍겠다는 쪽과 사진을 그냥 찍겠다는 쪽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사진을 직접 찍어오겠다는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하도록 했다. 대략 학급생들의 1/3정도가 그들이었다. 나머지 2/3는 그대로 찍기로
2007-04-05 08:55오늘 아침도 싸늘합니다. 막바지 꽃샘추위가 아쉬운 듯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어색한 만남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길가에 핀 벚꽃과 맞은편에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인부들의 모닥불이었습니다. 화사하게 핀 벚꽃이 의아해할 정도입니다. 눈길이 벚꽃으로 가지 않고 모닥불로 갑니다. 봄에서 겨울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조용한 변화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가로수에 핀 하얀 벚꽃은 녹색을 머금기 시작했습니다. 개나리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도 잔잔한 아기 잎들로 녹색천국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막판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쁘게 고개를 내미는 것이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나는 어린아이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매사에 막판 꽃샘추위처럼 방해를 놓는 것이 꼭 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황사가 있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쌀랑한 추위가 있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4월의 봄은 아무도 못 말립니다. 방해를 방해로 여기지 않습니다. 4월의 봄의 대세 앞에 몸부림으로만 여깁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만 여깁니다. 그러니 잘 견뎌내고 잘 이겨내며 4월을 제 자리에 제 모습으로 갖다 놓는 것을…
2007-04-04 08:59
벚꽃의 계절이다. 시골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눈만 들면 눈부시게 피어난 벚꽃들이 나를 부른다. 다행히 큰 비나 센 바람이 불지 않아서 이대로라면 며칠은 더 신부의 화사한 웨딩 드레스처럼 깨끗한 벚꽃의 향연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자연이 주는 이 황홀한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렇게 깨끗한 아름다움을 외면하고 살았던 시간이 참 길었었다. 참 오랜 동안 벚꽃을 미워한 적이 있었다. 벚꽃이 우리를 아프게 했던 어느 나라의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시절 단순하기 그지 없는 학교 교육으로 내 머리에 각인된 탓이었다. 사춘기 시절, 일본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을 때에도 우리 나라를 지배했던 나라의 언어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지 않을 만큼 국수주의자에 가까웠으니 벚꽃을 구경하러 다닌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니, 돌이켜 생각하니 꽃에게 참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미련스럽기도 하다. 편향된 교육이나 일방적으로 주입된 개념을 바르게 잡는 데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 스스로 겪은 탓에 아이들 앞에서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참으로 조심해야 함을 느낀다. 잘못된 지식은 오히려 가르치지 않음만 못한 것이다. 바로 잡기 위해서는…
2007-04-04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