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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다


차가운 바람에 흩날리는 봄의 전령사 깨끗한 벚꽃의 향연을 보노라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꽃내음이 들어와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게 한다. 살며시 마음은 백합동산으로 향한다. 교정의 새파란 백합 순이 꽃샘추위에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지만, 백합동산을 새로 가꾸다보니 우리 모두는 백합동산에만 눈길이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잠깐 곁눈질을 해서 화단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연약하지만 세찬 한파 긴 겨울을 이겨내고 꽃샘바람에도 상처입지 않고 꿋꿋하게 제 삶을 펼쳐낸 생명력을 볼 수 있다. 민들레가 노란 꽃을 한껏 자랑하고, 둥굴레, 도라지 등 식물들이 나름대로 봄내음을 뿜어내느라 한창이다.

그러나 단풍나무를 비롯한 큰 나무의 낙엽수들은 아직 소식이 없다. 줄기와 가지에만 물이 올라 새잎을 낼 시간을 대기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음에 분명하다. 낮은 곳의 식물이 먼저 따스한 태양을 받아 꽃과 잎을 피워낸 후에야 높은 곳의 나무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잎을 피워냄의 이치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서로 배려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자연의 이치를. 그리고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면 낮은 곳의 약한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가면서 위에서 아래로 햇볕을 가려준다. 자기보다 약한 연한 식물을 먼저 보호한다. 반면 낮은 식물들은 장마철에 흙이 다른 곳으로 실려 내려가지 않도록 도와주며 수분을 저장해 두었다가 가뭄이 오면 큰 나무에게 고맙다며 수분을 공급한다.

잠깐 눈길을 돌려 운동장을 향하면 잔디의 연초록 잎이 싹을 틔워내느라 한창이다. 잔디는 본래 잎이 작은 가는 띠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낙엽들은 모두 제 역할을 다하고 한줌의 흙으로 윤회했건만, 가을의 노란 잔디 잎은 세찬 눈보라 속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강인한 모습으로 그대로 긴 겨울동안을 버티어내며 새잎을 돋아내기 위해 따뜻한 이불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머지않아 새잎이 홀로서기를 시작하면 분명 한 톨의 영양분을 후세에게 돌려주는 자기임무를 완수한다.

말 못하는 하잘 것 없는 식물들이지만 우리가 멋모르고 함부로 밟고 다녀도 조금도 우리를 향해 한마디 저항하지 않고, 욕하지 아니하며 운명처럼 받아드리며 그들만의 원칙과 질서를 지키며 조화롭게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무 한그루 홀로 서 있지 아니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키며 서로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하며, 작은 나무 큰 나무 서로 동무하며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과 숲을 이루어 내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높은 측백나무 가지사이에선 이름 모를 새들의 사랑이야기가 숲과 하나 되어 교정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으며,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밝게 꽃피운다. 여기서 생활하는 우리 학생들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는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미워하거나 화낼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꽃피고 새우는 이 좋은 봄날 나는 우리 구성원 모두의 마음속에 봄을 한껏 느끼고, 피워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자연은 우리 인간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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