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교사. 이제야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지만, 매해 달라지는 아이들과 학부모, 밀려드는 공문이 아직도 두렵다. 학교의 현실은 4년 동안 경험했던 교대 공부나 교생 활동과는 전혀 달랐다. 교실이라는 따뜻한 정원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줄 알았는데,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사막에서 씨앗부터 찾는 상황이었다. 신규 시절, 수업준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이들과 소통하며 생기는 변수에 참 많이 당황했다. 수업과 생활지도만으로도 벅찬데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공문과 업무는 더 막막했다. 걸음도 떼지 못한 아이에게 당장 뛰어야 한다며 전쟁터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전혀 나이스 하지 않은 나이스 사용법은 눈치껏 체득했다. 인터넷 요금 지원이나 체험학습 비용 정산 같은 행정업무를 왜 교사가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했다. 기초적이지만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공문 작성법은 실수해도 괜찮다고 격려해 주신 부장님께 배웠다. 교장·교감선생님의 따뜻한 말씀과 조언으로 수정 기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교사 커뮤니티와 선배·동료들의 도움과 응원이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모두가 바쁜 학교에서 매번 물어볼 수도 없는
2024-01-09 10:30“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악마는 사람들을 자신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그때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영원히 거듭해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벌 받는 이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실 지옥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의지가 있다면 죄인들은 얼마든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옥의 죄수들은 닥친 고통이 너무나 절절한 나머지,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미드 루시퍼에서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다. 우리의 처지도 별다르지 않은 듯싶다. 삶 속에서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가슴에 칼을 꽂는 듯한 모욕감·모멸감에 치를 떨던 가슴 아픈 순간들, 처절하게 등 돌리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 등, 상처와 아픔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나를 지옥으로 이끌곤 한다. 물론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잊어버리고 지금의 생활에 오롯하게 매달리는 편이 맞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픈 과거를 곱씹고만 있다. 이런 회한과 후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으라" 이 물음에 대해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샤…
2024-01-09 10:30
‘합격만 시켜주기만 하면 뭐든 할게요!’ 대상도 없는 간절한 기도를 속으로 외치며, 떨리는 마음으로 임용 합격 발표를 기다렸던 그날이 떠오른다. 합격자 발표가 나고 발령이 결정되기까지 행복과 설렘은 그 어느 때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교직을 선택한 계기는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어렸을 적 교단에 서서 지식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였고, 나도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앎의 즐거움을 느끼고 교육이란 마법 같은 힘이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 마법을 전하는 주체가 되고 싶다는 꿈이 나를 교직으로 향하게 했다. 사실 요즘 교육현장은 여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교사가 교직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기도 한다. 더 이상 꿈의 직장이 아니라며 우스갯소리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기에도 활기찬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보람은 더욱 깊고 의미 있다. 어느덧 10년 차.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간의 보람된 여정을 돌아보고자 한다. 교사로서 가장 보람된 때가 언제
2024-01-09 10:30
‘신의 직장’에서 ‘극한직업’까지 초임 교사 시절이던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교직을 ‘신의 직장’, ‘부부교사는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여교사는 1등 신붓감’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교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보다는 비하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교직은 여러모로 안정적인 직장이며, 무엇보다 학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었다. 2023년은 대한민국 교육사에 길이 남을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초임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교사들이 뜨거운 여름 거리로 나와 자발적으로 집회를 주도했다. 총 11차에 걸친 집회에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참여했고, 특히 고인의 49재를 앞둔 9월 2일 집회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모였다. 서이초 사건으로 인해 교권 이슈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지만, 대한민국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 저하 흐름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다. 2023년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직에 만족하냐는 질…
2024-01-09 10:30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악마는 사람들을 자신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그때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영원히 거듭해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벌 받는 이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실 지옥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의지가 있다면 죄인들은 얼마든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옥의 죄수들은 닥친 고통이 너무나 절절한 나머지,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미드 루시퍼에서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다. 우리의 처지도 별다르지 않은 듯싶다. 삶 속에서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가슴에 칼을 꽂는 듯한 모욕감·모멸감에 치를 떨던 가슴 아픈 순간들, 처절하게 등 돌리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 등, 상처와 아픔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나를 지옥으로 이끌곤 한다. 물론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잊어버리고 지금의 생활에 오롯하게 매달리는 편이 맞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픈 과거를 곱씹고만 있다. 이런 회한과 후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으라.” 이 물음에 대해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샤 누
2024-01-09 10:30
우리 모두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주인이다. 지구 어느 곳에 살든, 부자건 가난하건, 별이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만은 누구라도 저 광활한 우주를 오롯이 홀로 소유한 부자가 된다. 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꿈을 꾸고, 영감을 받고, 때로는 이 세상의 유한한 삶에 대해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겨울철은 온 세상이 꽁꽁 어는 춥고 황량한 계절이지만, 밤하늘만은 어느 때보다 매혹적이고 풍요롭다. 고요한 겨울밤 어떤 별자리들을 볼 수 있을까? 큰 개, 작은 개와 함께 사냥하는 거인 오리온 겨울철은 유난히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자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밤하늘은 안드로메다은하와 오리온 대성운,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과 히아데스 산개성단 등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은하와 성운·성단으로 풍성하다. 사계절 별자리 중 가장 밝고 화려한 오리온자리(Orion)도 겨울철에 가장 잘 보인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와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등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 오리온자리는 큰 개와 작은 개를 거느린 오리온이 사냥하고 있는 형상으로, 외뿔소자리와 황소자리 사이에 있다.
2024-01-09 10:30
탁구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스포츠다. 빠른 백핸드, 정확한 포어핸드, 네트를 넘나드는 공과 리듬을 맞추는 선수들의 발놀림은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이에리사-현정화-신유빈으로 이어진 한국 탁구는 힘들었던 시기마다 환희와 희망을 안겨준 기특한 종목이기도 하다. 그런 탁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풀뿌리 스포츠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현초등학교. 이 학교는 전통의 탁구 명문교로 서울은 물론 전국 스포츠클럽대회를 주름잡는다. 우수한 선수들만 데려와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전교생 대상 스포츠 클럽활동을 통해 자질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대표적 학교로 꼽힌다. 인근 동덕여중·동덕여고 등 탁구 강호들의 주축선수 상당수는 방현초 출신이라고 한다. 길고 깊은 방현초 탁구 역사 … 체력증진은 물론 협동심·배려심까지 방현초의 탁구 역사는 길고 깊다. 지난 2010년 탁구부가 창설된 이래 전교생이 탁구를 즐긴다. 교기가 탁구인 셈이다. 실제로 ‘스포츠클럽 아침 탁구부’와 ‘방현 꿈탁구 교실’은 대표적 체육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클럽 탁구부는 활동을 희망하는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녀 선수를 선발, 매주 화·목 아…
2024-01-09 10:30
우리 아이는 경계성 지능을 가졌습니다. 일반고등학교에 다녔지만, 학교생활이 순탄할 리 없었습니다. 장애를 갖지 않는 일반 학생들은 우리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친구도 없었고요. 하는 수 없이 고등학교 3학년 때 통합학급이 있는 경남 모 공업고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습니다. 어떻게든 일반고등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지만, 학교 측과 상의한 결과 전학을 결정했습니다. 힘들었던 학교생활 물론 학교를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보인 다양한 행동들이 선생님과 친구들을 힘들게 했을 테니까요. 수십, 수백 명의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우리 아이를 위해 보살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보이는 특수한 행동, 즉 ‘도전행동’을 자주 했습니다. ‘도전행동’이란 고의성은 없지만 본인과 상대방을 해칠 수 있는 행위 등을 말합니다. 대개 이런 행동들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선생님이 자신의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느 날…
2024-01-09 10:30
밈 전파 성공의 희열 교사들의 사기가 바닥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3년 5월에서 6월 사이에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정도의 교사는 명예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교권침해 증가에 따른 교수 효능감 저하’라고 응답했다(이동엽 외, 2023). 교수 효능감 저하의 뜻은 자기가 뜻한 대로 제대로 가르칠 수 없고, 학생들의 변화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를 달리 해석하면 ‘밈 전파 좌절’이다. 가르침의 길에서 희열을 느낀 선생님의 글이 있다. 다음은 이상우(경기 금암초)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선생님이 느낀 기쁨의 근원을 뭐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밈 전파’라는 관점에서 보면 ‘밈 전파 성공 확인에 따른 희열’이다. 어제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4년 전 제자가 고1이 되어 혼자 찾아왔다. 와서 하는 말이 내가 자신의 롤모델이란다. 이럴 수가?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여학생은 왕따에 맨날 지각과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나 역시 교사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랬던 애가 내가 롤모델이라니 뜬금없다. 아이 말에 따르면 자신은 부정적이었는데,…
2024-01-09 10:30
“혹시 내가 아이들에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교사라는 직업을 소명으로 받고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딜 때 가졌던 첫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무관하게 자꾸만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넘쳐나고, 자기계발을 위해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버틸까 생각하며 출근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할 때면, 어느덧 ‘직장인’이 다 되어버린 자괴감마저 든다. 오늘 하루도 교사인 자신을 바라볼 수십 쌍의 똘망똘망한 눈방울들 앞에서 그저 바르게 서 있기도 어려운 요즘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교폭력 사건들, 한동안 뉴스를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교사 자살 사건들, 점점 어려워지는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하수상한 시절,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거창한 질문에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 한 편의 영화가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남 한 도시에서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김장하 선생이 있다. 100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인터뷰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이들을 도우면서도 자기 옷 한 벌 허투루
2024-01-09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