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은 금년 상반기 정부와 27개의 교육현안을 교섭합의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30여개의 교섭과제를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교원노조와 달리 1년에 두차례의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교섭과제는 장기적인 제도개선에 역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초·중·고·대학의 단일호봉제 실시, 주5일제 수업, 7차 교육과정 시행상의 문제점 개선, 최근 확산되고 있는 교실붕괴 현상을 막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수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과제들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교섭에 임하는 한국교총은 교육자적인 자세의 견지와 실리추구를 원하는 모습이다. 교총은 그동안 적어도 국민이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교육적 판단에 따라 가능한 정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교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의 실현에 비중을 두어왔다. 그러나 한국교총의 이러한 노선은 최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상반기에 조용하고 힘있는 교섭으로 굵직한 교육현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대다수의 교원들이 과격투쟁으로 일관한 교원노동조합의 성과인 양 잘못 오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 국민과 정치권에서조차 교총의 교섭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2000-09-18 00:00최근 교육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는 주제는 수행평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수행평가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현장에 도입된 새로운 방법은 아니며 오래 전부터 선택형 지필평가와 함께 교과에 따라 이미 실시하던 평가방법이다. 단지 실시 초기에 현장 여건을 무시하고 획일적·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려고 한 것이 `수행평가=골치아픈 평가'라는 선입관을 초래한 면이 있이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초등학교는 이미 97학년도부터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평소 학생의 학습활동 상황과 특징, 진보의 정도 등을 파악해 학년말에 서술형 문장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 중학교는 지필평가 시 논술형·서술형 평가 비중을 99년에는 30% 이상, 2000년에는 30% 이상으로 하되 50% 이상을 반영토록 권장하고 있다. 이로써 학생들의 사고력·문제해결력 신장을 위한 평가방법 개선에 꾸준히 노력 중이다. 중학교 평가방법 개선의 목적은 평가를 통한 학습 성과의 점수화, 서열화를 지양하고 평가방법도 지필검사 중심에서 벗어나 보자는 데 있다. 이점에서 우리 교육청은 중학교 평가방법에 있어 선택형 지필고사 중심의 정기고사 비중을 최대한 축소하고 서술형 평가를 포함한 수행평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려는 입장
2000-09-18 00:002002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 도입되는 제7차 교육과정을 앞두고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큰 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여섯 차례에 걸쳐 개정되고 시행돼 왔지만 어떤 교육과정도 만족스럽게 운영되지 못했음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 수준별·단계별 교육과정 운영, 재량활동의 신설 및 확대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7차 교육과정은 과연 우리 현실에 부합하며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교사들이 많다.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을 무시하고 미국식 교육과정을 모방한 7차 교육과정의 도입은 학교 현장에 상당한 진통과 난항을 불러오고 한 때 열병처럼 번졌다 사라진 열린교육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무리하게 운영하느니 차라리 시행시기를 유보하고 대폭 손질하는 보완작업이 꼭 선행됐으면 한다.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많은 과원교사가 발생하고 상당수의 교원들은 부전공 연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의 전공과 부전공 사이에 유사성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그나마 단기간의 교육으로 전문성이 훼손되면서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교사의 신분불안으로까지 연결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의
2000-09-18 00:0010여 년 전 고2 담임을 맡아 학생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설악산 수학 여행을 떠났을 때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끝없이 펼쳐진 쪽빛 동해 바다에 성큼 다가서 있었다. 강릉을 지나 속초 근처 낙산사와 의상대를 둘러보고 오는 길에 건어물 노점상에서 마른 오징어 한 축(20마리)을 덥석 구입했다. 그런데 설악산을 떠나기 전날 여관 주인이 특별히 소개한 행상이 오징어를 가져왔는데 내가 구입했던 것보다 값도 싸고 크기도 훨씬 컸다. 견물생심이라고 나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오징어 한 축을 더 샀다. 설악산에서 출발하던 날 버스에 오르면서 오징어 한 축을 반장 녀석에게 맡겼다. 내 배낭이 작아서 오징어 두 축이 다 들어가기에는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다. 수학 여행단 버스가 부산에 가까워 오자 나는 오징어를 챙겼다. 그런데 반장 녀석 대답이 황당했다. "선생님 오징어 없는데요?" "야 이 녀석아, 설악산에서 분명히 맡겼잖아. 그 오징어 어떻게 했니?" "모르겠는데요." "한번 네 배낭을 잘 찾아봐라. 혹 다른 애한테 맡긴 것은 아니냐?" "없는데요. 모르겠는데요" 답답한 나는 학생들한테 각기 자기 배낭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라고 했지만 내 오징어는 온데 간데 없었다. 우리 반
2000-09-18 00:00우리 나라에서는 군복무는 국민의 의무사항으로서 한국의 건장한 남자라면 반드시 그 의무를 다 해야한다. 그러나 이 군복무 기간은 평소에는 교직경력으로 가산되지 않고 호봉승급이나 상급 직위로 승진할 때 을경력으로 가산된다. 다시 말해 하루라도 교직생활을 하고 군복무를 하면 교직경력에 가산되고 평소에도 표시되어진다. 그렇지 않고 ROTC나 일반 병사처럼 먼저 군복무 후 임용된 경우에는 교직경력에 들어가지 않고 표시도 되지 않아 부장교사 임용, 정기 인사 이동 및 각종 연수 등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대학동기 여교사보다 늘 2∼3년 교직경력이 처지게 표시된다. 또한 초등학교 근무만 보더라도 얼마 전에는 교직근무로 군 면제를 받았지만 지금은 군에 가고 교대에도 ROTC 제도가 도입되어 있기에 결국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은 이중의 특혜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형평의 원칙 및 남녀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조항이다. 신성한 국방의무가 남녀, 후배 나아가 동기보다 불리한 교직경력으로 작용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시정돼야 하겠다. 오히려 군복무 후 임용을 하면 교육부의 시각에서 볼 때, 교사의 인사 처리 및 능률성, 학생에 대한 교육의 지
2000-09-18 00:00오윤심 서울 신구로초등교 교사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변화되는 새로운 시대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학급 과반수 이상이 교육활동에서 소외되고, 고등정신능력에서 취약함을 보이는 우리 나라 교실의 고질적인 병폐를 생각할 때, 제7차 교육과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을 한 학기 경험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데, 하나는 7차 교육과정이 본래 취지에 맞는 교육적 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 의도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방대한 필수 학습 요소로 개별화가 불가능하다. 7차 교육과정의 새로운 교과서에도 각 교과목의 구체적 내용이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게다가 단위 시간에 배워야 할 학습주제도 늘어나고 그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므로 학생 개개인의 개인차를 고려하기보다는 진도 나가는 일이 더 급하고 교사들은 수업 양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을 한다. 또 복잡하고 다양한 교육과정 영역이 통합교육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7차 교육과정에는 재량활동, 교과활동, 특별활동 영역이 있다. 그리고
2000-09-18 00:00정부는 외국어 교육의 강화를 위해 2000학년도 2학기에도 일선 초·중·고교에 원어민 교사를 초청·배치한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월 평균 180만원의 보수와 소정의 정착금, 숙소와 가재도구를 제공함은 물론,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혜택을 주고 입·귀국시 항공료를 75% 이상 보조해 준다고 한다. 이는 교사경력 10년 이상인 한국인 교사보다 월등히 나은 조건이다. 그러나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이 사업이 자칫 자질이 부족한 일부 원어민 때문에 교육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우려된다. 우선 초청 원어민은 해당과목 전공자거나 최소한 교사자격증 소지자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들은 학생 수업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외국어과목 교사 연수도 담당해야 하는데, 문법 지식은 고사하고 문장구조 파악이나 교정 능력도 부족해 한국인 교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초청 원어민의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근무를 희망하는 원어민이 적어 이들을 채용하는데 급급해 검증절차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래서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거나 근무태도가 태만한 원어민이 더러 있다. 심지어 한국인 외국어…
2000-09-04 00:00교육부가 지난 61년 이후 유지되어온 3월 신학기제 변경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3월 신학기제는 추운 겨울에 입시 등 새 학년이 준비된다는 점, 겨울방학 후 `노는 2월'로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점, 교원인사를 2월말∼3월초에 해서 새 학년 준비를 제대로 못 한다는 점 등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이와 달리 외국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9월초에서 12월까지가 1학기이고, 2학기는 1월 또는 2월 중 시작해 5, 6월에 마친다. 영국은 1학기가 9월초에서 12월 크리스마스까지이고 2학기는 1월초에서 7월 중순까지인데, 2학기 중간에 부활절 휴가가 있다. 프랑스는 9월에서부터 6월까지가 전체학기인데 학기 중간에 4번의 짧은 방학이 있고 7월과 8월은 본격적인 방학이다. 호주는 4학기제인데 1학기는 2월 초순에서 3월 하순이고 2학기는 4월 초순에서 6월 하순까지, 3학기는 7월 중순에서 9월 하순까지, 그리고 4학기는 10월 중순에서 12월 하순까지이다. 일본은 4월부터 7월말까지가 1학기이고 2학기는 9월부터 12월까지와 1월초에서 2월 중순까지의 두시기로 운영된다. 중국은 9월부터 1월 중순까지가 1학기, 3
2000-09-04 00:00학사일정을 조정했으면 하는 바람을 교사들은 갖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는 7월. 좁은 교실에는 덩치 큰 학생들이 50명씩 앉아 짜증만 부린다. 먼 산을 보거나 잠자거나 잡담하는 학생들로 선생이나 학생이나 모두 힘든 시기에 수업이 이뤄진다. 반면 8월 중순이 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 처서가 지나자 아침저녁에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면 `학사일정을 10일만 앞당겨도 훨씬 수월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2월이 되면 또 다른 현상이 벌어진다. 난방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초·중등학교가 겨울방학 이전에 이미 진도를 다 마치고 기말시험도 치른 터라 2월 교실은 학생도 선생도 자습하고 가끔 비디오나 보는 시기가 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그러면 되느냐'고 질책한다면 할 말 없지만 이 문제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학사일정을 개선해 고쳐야 할 문제다. 올 초 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학사일정 개선안을 내 논 적이 있다. 등교 및 수업일수 220일, 한 학년 두 학기를 골격으로 1학기 시작은 추위가 물러가는 2월 하순, 끝은 혹서기가 오기 직전인 6월 하순으로 하고, 2학기는 18주로 8월 하순에 시작해 12월 하순에 마치고
2000-09-04 00:0030년 이상 수업을 해온 노련한 교사라지만 학생들의 불량한 수업태도 때문에 말씨름을 하다가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내 수업시간을 엉망으로 만드는 놈을 용서할 수 없다"며 심하게 나무라고 수업을 마친 나는 기분이 퍽 언짢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려니 의자에 사과 껍데기가 한 움큼 쌓여 있었다. `어떤 놈이지?' 화가 난 내 머리 속에서는 다시 `필경 어제 수업시간에 야단 맞은 놈 중 한 놈이렸다'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생각에 어제 그 반 교실에 들렀다. 마침 어제 꾸중을 들었던 학생이 주번이라 일찍 학교에 와 있었다. `옳지, 바로 너구나, 이 놈'하고 생각한 나는 그 날 그 반 수업에 들어가 이렇게 얘기했다. "어떤 놈이 선생님 의자에 사과껍데기를 갖다놨더구나. 당장 잡아내야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라며 은연중 압력(?)을 넣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이번에는 의자에 빵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어라? 이 놈이 겁도 없이…' 하지만 심증만 갖고는 그 학생을 다그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이 생쥐 같은 놈아, 마음이나 고쳐먹어라'라
2000-09-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