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시드니 올림픽을 보면서 여러 가지로 느끼는 바가 많다. 우리 정부가 과연 이 나라 체육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은 처음부터 큰소리만 뻥뻥 치더니 예상은 모두 빚나가고 금메달 획득도 당초 목표와 너무나 거리가 멀게 되었다. 2002년 월드컵대회도 진실로 걱정된다.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세계적인 스포츠 지도자인 월드컵조직위원장을 강제로 사퇴시키는가 하면 최근에는 상암동 축구경기장 건설공사비가 조달되지 않아 공사진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들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고 육성되어 온 구기종목들은 올림픽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설움 받고 아무도 돌보지 않던 취약종목 펜싱이 금메달을 딴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수백억원을 투자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 올림픽 선수들의 훈련장인 태능선수촌에는 격려금이 21억원이나 들어왔다고 한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체육의 뿌리인 학교체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학교체육은 빈사상태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체육회와 선수촌의 엘리트 선수에게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나 일선 학교 운동선수들
2000-09-25 00:00몇 년 전 담양읍에서 6학년을 담임할 때의 일이다. 서른 명이 넘는 우리 반 아이들은 한 달이 멀다하고 자잘한 말썽을 부려서 내 속을 뒤집어 놓곤 했다. 오죽하면 담임한 지 100일이 되던 날엔 약식으로 고사(?)까지 지내며 무사고를 빌었을까. 그 덕분인지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은 별 탈 없이 지내주었다. 하지만 그 효력도 잠시. 2학기가 시작되고 9월을 거의 보낸 어느 날 아침. 동학년 회의로 2, 3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3층 우리 교실 통로 쪽에 걸린 대형 거울이 박살이 난 것이다. 먼저 다친 아이가 없는 지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고를 낸 자초지종을 물으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복도에 나와 내가 오나 망을 보던 녀석들이 거울 앞에서 그만 태권도 시범을 보이다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고를 친 세 명의 악동들이 똑같이 가운데 이름자로 `명(明)'자를 쓴다는 사실이다. 아마 훤한 거울 앞에서 몸 안에 흐르고 있는 기가 발동했던 모양이다. 우리 반 수재에 한 덩치하는 강명성, 오락 게임의 귀재 유명관, 사나이다운 서명진. 나는 확실한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현장검증(?)에 들어갔다. 전체 아이들 앞에서 당시
2000-09-25 00:00박사가 매년 8000명 이상 배출된다고 한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하는 박사만도 매일 5명이라니 우리 나라의 교육열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학위를 따고서도 대학이나 연구소 외에는 일할 곳이 없어서 박사 실업자가 늘고 있다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자원 중에서도 제일 좋은 자원은 사람인데, 이처럼 교육현장에서도 고비용 저효율의 인적자원 손실이 심각하다니 안타깝다. 배우는 것은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 배운다고 하지만 농경문화시대에나 가능한 대답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좋은 직업, 좋은 일터를 찾아 배움을 선택했고 질적 발전보다는 양적발전에 치중한 교육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적으로 동시화되고 공간적으로 지구촌화 돼 가는 지식정보화 시대가 됐다. 그러므로 획일적인 교육만으로는 경쟁시대에 버티기 힘들어졌다. 바로 열린교육에서 부르짖는 수요자 중심교육이요, 암기보다는 실천중심 교육으로 교육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 즉 여러 줄 세우기 교육이 성공한다면 박사가 아무리 많이 배출되어도 대학의 강단만 찾지 않고 스스로 일할 곳을 만들 수 있어 고비용 저효율 시대를 벗어나 창
2000-09-25 00:008월말 39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니 그 길이 마치 꿈과 같다. 다른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숙달되지만 교직은 묵을수록 퇴보만이 쌓이는 것 같아 항상 나의 무능을 부끄럽게 생각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촌부로서 논밭에서 하루종일 일했다면 학습에 이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했을까. 교실에 들어서기 전 `한가지라도, 한 명이라도 더 가르쳐야지'라고 생각하며 내 처지가 고마워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몰입하다가 내 자식을 갖게 된 후부터는 자식을 위한 일념으로 교육에 임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자식의 담임이 됐을 때, 나는 학부모로서 만족할 것인가'. 남의 자녀를 잘 가르쳐야 남도 내 아이를 잘 가르쳐 준다는 신념을 지키려고 애썼다. 연필 깎아 주고 옷 입혀주고 오줌싸면 닦아주고 똥 누면 치워주고 목욕 시켜주고 돌려가며 머리 깎아주고 손톱 깎아주고 또 다시 가르치고 또 다시 설명하고 입이 아파 벌어지지 않아도, 점심시간 전에 배가 고파 허리가 구부러져도 미친 듯이 매진하고 흠뻑 취해 즐거워했다. 정말 화장실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했고 해뜰 때 출근해 달을 보며 퇴근한 숱한 날 들이 순간처럼 느껴진다. 이 얘기는 결코 자랑이…
2000-09-25 00:00자라나는 세대에게 쏟을 수 있는 가장 값진 투자는 교육이다. 국가 간 선의의 경쟁이 국력으로 나타날 때, 교육은 국가의 장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내일의 역군이 청소년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역군을 키우는 사람이 교사라는 사실은 쉽게 잊어버리고 그 무거운 짐을 감당할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일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이 든다. 새 천년을 맞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때, 교원의 사기가 꺾이고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도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평생 교단을 지키며 꿈나무들을 기르는 일이 자신과 사회와 국가에 대한 유일한 희망이라고 자부하던 경륜 있는 교사들이 앞다투어 교단을 떠났고 또 얼마나 훌륭한 교사가 떠날 준비를 하는 지 모른다. 무엇이 교사들을 이토록 절망하게 했을까. 교육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이제 교육현장은 교육의 질 향상은 고사하고 교권의 실추로 학교교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침투되지 않는 교실붕괴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수업 중이던 교사가 학부모에게 옆구리를 채이고 실신해 병원에 입원하고 교사가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히는가 하면 학생이 교사를 고발해 연행되는 등 연
2000-09-25 00:00"올해까지는 교원수급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명퇴자와 정퇴자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 예상되므로(교원부족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KBS가 교원 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는 초등학교 교단의 실상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이와같은 교육부 교원정책 당국자의 인터뷰를 듣는 전국의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KBS TV는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3일 9시 뉴스에서 금년 2학기 들어 초등학교 교사 1만 2100명이 부족해서 2,000명은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임용하고, 나머지 8,000명은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나 정년, 명예 퇴직으로 교단을 떠난 교사들을 다시 6개월이나 1년 계약으로 채용하는 기간제 교사로 메웠다고 보도하며, 증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초등 임용과 이미 정년을 했거나 명퇴한 교사들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하는데 따른 문제점과 함께 교원수급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였다. 교원정년 단축을 비롯한 교원정책의 잘못으로 야기된 교원수급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육부가 발간한 2000년도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금년도 교원수는 지난해 41만4천8백96명에서 3천7백6명이 늘어났으나 정년단축 전인 98년보다
2000-09-18 00:00얼마전 교육부는 과외의 폐단을 막고 공교육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교육재정의 확충이 필연적이라면서 2004년까지 향후 4년간 34.3조원의 추가 교육투자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추가 재원은 기존 제도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의 인상분, 예산절감 및 국가·지자체가 추가 부담하는 방안 등으로 28조원을 확보하고, 교육세 인상을 통하여 6.4조원을 확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재정경제부는 정기국회에 세제개편안을 제출해 놓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교육세법중개정법률안의 입법예고까지 있다. 국회에 제출한 세제개편안 중 교육세제 개편안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금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등유분 특소세, 교통세, 담배소비세 및 경주·마권세분 교육세의 시한을 2005년까지 연장하고, 지방세분 교육세는 지방세로 전환해 탄력세율을 허용하며 답배소비세 및 경주·마권세의 세율을 각각 10%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등유분 특소세에 LPG 및 증유분 특소세도 포함시키고 있다. 이밖에 에너지세 개편 및 세정개혁 등을 통해 증수되는 재원을 활용하여 교육재정을 확충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러한 세제개편 노력은 정부의 어려운 재정여건…
2000-09-18 00:00한국교총은 금년 상반기 정부와 27개의 교육현안을 교섭합의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30여개의 교섭과제를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교원노조와 달리 1년에 두차례의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교섭과제는 장기적인 제도개선에 역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초·중·고·대학의 단일호봉제 실시, 주5일제 수업, 7차 교육과정 시행상의 문제점 개선, 최근 확산되고 있는 교실붕괴 현상을 막고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수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과제들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교섭에 임하는 한국교총은 교육자적인 자세의 견지와 실리추구를 원하는 모습이다. 교총은 그동안 적어도 국민이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교육적 판단에 따라 가능한 정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교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의 실현에 비중을 두어왔다. 그러나 한국교총의 이러한 노선은 최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상반기에 조용하고 힘있는 교섭으로 굵직한 교육현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대다수의 교원들이 과격투쟁으로 일관한 교원노동조합의 성과인 양 잘못 오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 국민과 정치권에서조차 교총의 교섭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
2000-09-18 00:00최근 교육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는 주제는 수행평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수행평가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현장에 도입된 새로운 방법은 아니며 오래 전부터 선택형 지필평가와 함께 교과에 따라 이미 실시하던 평가방법이다. 단지 실시 초기에 현장 여건을 무시하고 획일적·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려고 한 것이 `수행평가=골치아픈 평가'라는 선입관을 초래한 면이 있이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초등학교는 이미 97학년도부터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평소 학생의 학습활동 상황과 특징, 진보의 정도 등을 파악해 학년말에 서술형 문장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 중학교는 지필평가 시 논술형·서술형 평가 비중을 99년에는 30% 이상, 2000년에는 30% 이상으로 하되 50% 이상을 반영토록 권장하고 있다. 이로써 학생들의 사고력·문제해결력 신장을 위한 평가방법 개선에 꾸준히 노력 중이다. 중학교 평가방법 개선의 목적은 평가를 통한 학습 성과의 점수화, 서열화를 지양하고 평가방법도 지필검사 중심에서 벗어나 보자는 데 있다. 이점에서 우리 교육청은 중학교 평가방법에 있어 선택형 지필고사 중심의 정기고사 비중을 최대한 축소하고 서술형 평가를 포함한 수행평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려는 입장
2000-09-18 00:002002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 도입되는 제7차 교육과정을 앞두고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큰 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여섯 차례에 걸쳐 개정되고 시행돼 왔지만 어떤 교육과정도 만족스럽게 운영되지 못했음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 수준별·단계별 교육과정 운영, 재량활동의 신설 및 확대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7차 교육과정은 과연 우리 현실에 부합하며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교사들이 많다.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을 무시하고 미국식 교육과정을 모방한 7차 교육과정의 도입은 학교 현장에 상당한 진통과 난항을 불러오고 한 때 열병처럼 번졌다 사라진 열린교육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무리하게 운영하느니 차라리 시행시기를 유보하고 대폭 손질하는 보완작업이 꼭 선행됐으면 한다.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많은 과원교사가 발생하고 상당수의 교원들은 부전공 연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의 전공과 부전공 사이에 유사성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그나마 단기간의 교육으로 전문성이 훼손되면서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교사의 신분불안으로까지 연결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의
2000-09-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