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계에도 경제 용어가 시나브로 등장하였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 운운하면서 교육에 경제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어색함과 더불어 교육 자체를 변질시킬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 가운데 교육계의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워 정년 단축이 추진될 때, 교육에 대한 열정과 축적된 교단 경험의 무의미함을 느꼈다. 그리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지식인 양성이라는 말이 등장할 때, 교육계에 경제 논리가 본격적으로 적용되어, 앞으로의 교육 현장에서는 우수한 자만이 살아남기 위해 학생간, 교사간, 학교간의 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교수-학습의 관계로 진행되어 인간의 능력과 가능성을 총체적으로 계발하기 위한 인격적 주체간의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의 뿌리인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쟁 원리에서는 교육을 생산-소비의 관계로 보고 있다. 교육을 하나의 상품 영역으로 전락시켜 학습자를 교육 수요자(소비자)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나 교육청은 교육 공급자(생산자)가 되고 교사는 수요와 공급 사이에 존재하는 하나의 교육 상품이 될 뿐이다. 이제…
2000-11-02 00:00승진 규정안에 1정 자격 대신 다른 자격 연수 성적이 대신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에 몇 년 전에는 사서교사자격 연수대상자 선발 과정에서 치열한 로비전이 벌어져 학교현장이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그러더니 작년부터는 전문상담교사 연수가 각광을 받기 시작해 평일 오후 대학가에 교사들이 붐비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나마도 도시 대학과 멀리 떨어진 농어촌 벽지교사들은 먼 산 불구경 하듯 애만 태워야 할 형편이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연수항목 때문에 많은 교사가 선의의 피해를 입으며 원칙도 없이 자주 변하는 승진규정을 보며 교육당국만 탓하고 있다. 원래 승진규정상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시 앞 자격연수 성적인 1급 정교사나 교감연수 성적을 대체할 수 있는 자격연수를 둠으로써 교육보다는 승진을 위한 연수에 시간적·재정적·행정적 체력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수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개선과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 자율적 연수, 연찬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예민한 승진규정에서 본질적이고 직접적인 1급 정교사 연수성적과는 거리가 먼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사서자격이나 전문상담연수성적을 똑같은 비율로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2000-11-02 00:00정도를 벗어난 교육개혁의 여파가 교사의 권위와 교권을 위협하고 담임교사의 교육적인 체벌마저 112에 신고하는 교실붕괴 현상을 피부로 느끼며, 지난 봄 이 곳 학교로 전근하게 됐다. 그리고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학생부장인 한 선생님에게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줄을 이어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휴게실에 마련된 간이 이발소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정성껏 이발해 주며 사제간의 흐뭇한 대화와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그 학생들은 두발규정 위반으로 불려 온 것이 아니라 자원해서 온 것이었다. 하루에도 4∼5명이 찾아와 "선생님, 제 머리 좀 깎아 주세요"라고 말하면 그 선생님은 언제나 "그래, 이리 와서 앉아라"라고 말하고는 말 없이 머리를 만져주었다. 교실붕괴를 느끼던 내게는 정말 보기드문 현상이었다. 학교마다 생활검열 과정의 두발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민감한 반응과 지도상의 잦은 마찰로 그 해법을 바로 찾지 못하고 아직도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중·고등학생의 경우 두발문제는 머리의 길이나 모양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학생다운 용모와 품성을 바로 가질 수 있는가의 마음가짐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2000-11-02 00:00지난달 28일 서울역광장에서는 전국의 교원대표 3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교육실정을 규탄하는 교육자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교원들은 연금법 개악 중단, 교원정년 환원, 교육청문회 개최,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현안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앞서 한국교총은 공무원연금법 개정 철회, 학급당 학생수 25명으로 감축, 교원정년 환원 등을 촉구하는 교원 서명운동을 전개한 바 있으며, 전체 초 중등교원의 67%에 해당하는 22만 9,000여명이 서명한 결과를 국회 교육위원회, 청와대, 교육부, 정당 등 관계 요로에 전달했다. 김대중대통령은 대선 당시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였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교원들의 서명운동이 세 차례나 있었고, 대규모 집회도 두 차례나 있었다. '98년에는 교원정년 단축 반대 서명운동이 있었고, '99년에는 교육공황을 초래한 이해찬 교육부장관 퇴진 서명운동이 있었으며,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이번 서울역 광장 집회는 '98년 여의도에서 7만여명의 교원이 운집한 가운데 `쿠데타적 정년단축'을 반대한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이다. 교직단체는 교원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정당, 행정부 등 관계 기관에
2000-11-02 00:00요즘 결석이나 조퇴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간다. 아프거나 가정 일 때문에 하는 경우는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거짓말을 하고 놀러 가거나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다. 인기 가수가 귀국하거나 공연을 할 때, 많은 학생들이 병원에 간다고 교사를 속이고 공연장을 찾거나 교복을 입은 채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고 한다. 여름에는 바캉스를 떠나기 위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놀러 가는 학생들이 많다. 어느 학부모는 학생과 함께 거짓말을 해 담임교사를 속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결석이나 조퇴를 허락해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욕을 하는가 하면 학교고발사이트에 올리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교권이 완전히 짓밟힌 현재로서 담임교사는 거짓임을 알고도 허락할 수밖에 없다. 수요자 중심 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사의 손발을 묶어 놓고 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년 개근상에 대한 대입 반영률을 더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병결로 결석하는 학생은 학부모가 전화를 해 주거나 병원에 들렀다는 근거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만 수업시수를 확보하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도 결석을 하면 그 만큼 학교를 더 다니도록…
2000-11-02 00:00세월의 나이테 속에 묻힌 정감 어린 추억 하나가 있다. 우리 반에 귀숙이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귀숙이의 눈꺼풀에는 콩알만한 사마귀가 붙어 있었다. 얼굴을 대할 때마다 거추장스럽고 때로는 흉측스럽게 보일 때도 많았다. 반 아이들도 귀숙이를 보고 놀리곤 하여 자주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떤 때는 귀숙이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어떻게 하면 `사마귀'라는 별명을 뗄 수 있을까. 난 곰곰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는 신체 검사 날이 되었다. 때마침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산골학교까지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난 의사 선생님께 학생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위생문제에 대해서도 낱낱이 말씀드렸다. 물론 귀숙이가 사마귀 때문에 고민하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그럼 없애버리죠"라며 귀숙이의 눈꺼풀에 난 콩알만한 사마귀를 가차없이 싹둑 잘라버렸다. 그러고 나니 보기에도 한결 시원스럽고 예쁘게 보였다. 귀숙이도 이제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지 않게 됐다며 마냥 좋아했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신체 검사 결과를 기록해 학생들 편에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물론 귀숙이네로 가는 통신문에는 오늘 거둔 戰
2000-11-02 00:00나는 교총 회원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교사들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해 주는 전교조의 정책에 지지를 보낼 때가 많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투쟁방법은 좀 자제했으면 싶다. 얼마전 교육부가 전교조와의 단체 교섭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30∼40여 명의 전교조 회원들이 민주당 광주시 지부 건물 앞 인도를 점거하고 바닥에 앉아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이 TV에 방영됐다. 옆에서 시청하던 행정 공무원 한 사람이 "저러고 있으니까 선생님인지 노동자인지 구별이 안 되네요"라며 교사인 내게 이죽거려서 낯이 뜨거웠다. 교사가 노동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 아무리 교육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아 강력한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서라지만 길거리 인도를 점거하고 맨 바닥에 앉아 농성을 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 선생님들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우려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한 학부모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학교를 떠나서 거리에서 농성을 하는 교사를 보고 과연 그 농성에 지지를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 길거리에서 농성을 하는 것은 도가 좀 지나친…
2000-10-23 00:00내년에는 초등학교 3, 4학년까지 7차 교육과정을 적용한다. 올해 1, 2 학년을 적용해 보고 여기저기서 7차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우리 현실에 알맞지 않다고 야단들이다. 어디 완전무결한 교육과정이 있을까마는 어느 때보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걸 보면 문제가 많은 듯싶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새롭게 구성한 교육과정을 지금과 같이 적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국가 수준의 새 교육과정을 만들면 교육과정이 고시됨과 더불어 `교육과정'과 `교육과정 해설집'이 출간된다. 이어서 교원 연수가 시작된다. 이런 따위의 연수도 좋다. 다만 이런 연수는 다분히 이론 중심적이고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수준이어서 연수 효과가 별로 신통치 못하다.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실천하려면 교육과정을 직접 실행하는 교원이 학교 실정이나 학생 수준에 알맞게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교육과정, 교과서, 지도서 포함)을 번안하고 해석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또 이것을 실행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내년에 시행하는 초등학교 3, 4학년 교과서와 지도서는 일선 학교의 교원
2000-10-23 00:00동수를 처음 만난 것은 1968년 3월, 내가 세 번째 전근지에서 6학년을 맡았을 때다. 당시는 중학교 입시가 있었던 때라 학교와 학생들은 모두 중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이 벌어졌다. 동수가 팔이 부러지고 혜숙이가 공납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동수가 공납금을 훔쳐 빵을 사들고 운동장 나무에 올라가 장난을 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부랴부랴 집에 연락하고 병원에 입원시킨 후 아이들에게 동수의 얘기를 들었다. 행동이 거칠고 힘없는 친구를 때리며 친구나 하급생의 돈을 빼앗거나 훔치는 아이, 선생님께 욕하고 이름 석자도 쓸 줄 모르며 숙제는 아예 하지 않는 아이, 그래서 아이들 모두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아이로 못이 박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중학교에는 꼭 가야겠다는 아이였다. 그 날 저녁, 동수의 부모님을 찾아 뵀다. 늘 취객들이 웅성거리는 조그만 주막집에 늙으신 부모와 누나가 힘겹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형은 집을 나간지 오래였다. "사람구실 좀 하게 해 주세요"라며 애원하는 어머니와 "될 대로 될 테죠"라는 아버님의 한탄에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야단 대신 깁스를 한 동수의 아픈 팔을 쓸어주
2000-10-23 00:00이윤배 조선대 교수·공학 박사 미혼모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 절차 없이 아이를 임신하거나 출산한 여성'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 미혼모에 의한 출산은 매년 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10대 미혼모가 전체 미혼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10대 미혼모 문제가 일부 불량 청소년이나 철부지 아이들의 일로 방관할 일이 아닌 듯싶다. 그 까닭은 특정한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청소년을 자녀로 둔 모든 가정이 겪을 수 있는 시한 폭탄과도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10대 미혼모가 증가하고 있는 요인은 크게 어른들의 문란한 성생활과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품화된 성, 넘쳐흐르는 저질 불량 성 매체들, 그리고 성을 쾌락적인 도구로만 인식하는 청소년들의 타락한 성 의식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10대 임신은 뜻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임신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신적 고통과 심각한 경제적 문제는 물론 건강마저 해치게 된다. 그리고 10대 임신의 결과 출산한 영아들은 정상적인 산모에 의해 출산한 영아에 비해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이 월등히 높으며 미숙아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뿐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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