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난 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였다. 늘 그랬듯이 아내는 아들의 등교 준비에 분주했다. 녀석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채 가방 챙기기에 바쁘기만 했다. 어버이 날이기에 내심 녀석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기대했던 자신이 왠지 멋쩍기까지 했다. 결국 나는 카네이션 한 송이 달지 못한 채 출근을 했다. 그렇다고 녀석을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루 종일 나는 아침에 있었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자식들 이야기로 꽃을 피울 때는 정말이지 왠지 모르게 내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했다. 한편으로 자식을 잘못 키운 것 같아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자식이 안겨준 실망감이 이렇게 까지 내게 허탈감마저 들게 할 줄 몰랐다. 퇴근 무렵이었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 또한 나와 기분이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여보,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요즘 아이들 다 그렇지. 뭐." "저도 당신 기분 이해해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그러지 말고 우리 기분 전환도 할 겸 영화구경이나 갑시다." "네. 그렇게 해요." 아내도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었다. 아내의 목소리가 많이 죽어 있었
2006-05-10 13:08우리 집의 옥상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전망이 너무 좋아서 늘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공간이 되어 준다. 아파트들이 우뚝 우뚝 서 있지만 그래도 알맞은 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시야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전망이 좋은 옥상에 작년에는 약 20여 개의 플라스틱 통을 사다가 작은 화원을 만들었다. 야생화를 30여종 가져다가 심어서 소담스러운 꽃들을 잘 볼 수 있었다. 올해에는 더 늘리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래서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흙을 한 차 분량을 주문하여서 공급 받았다. 근무하던 학교에서 일하시는 기사님께서 농촌 마을에서 직접 농사를 짓던 밭 흙을 마대에 30여 개나 담아서 보내주신 것이다. 거기다가 가축 분뇨를 모아서 썩힌 거름성분이 충분한 거름흙까지 10여 포대 담았으니 이 정도면 도시에서는 농장 한 판을 가꾸기에 부족하지 않을 성싶었다. 흙을 받아 놓고서는 곧장 모종을 사기 위해 구파발로 향했다. 그런데 구하고자 하는 모종은 구하지도 못하고 돌아서려다가 마침 플라스틱 통을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서 들어가서 통만 30여 개를 구입해서 돌아오는 길에 꽃 종류만 구입해서 싣고 돌아왔다. 매년 봄만 되면 화려한 꽃모종을 조금씩 사곤 했지만, 올해에
2006-05-10 13:07어버이날을 즈음하여 남다른 어버이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한 아동문학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석촌 김영일 선생의 둘째 아드님 김철민은 한국아동문학회를 창설하고 운영해오신 아버님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김영일아동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본인 역시 아동문학가로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아버님의 뜻을 널리 알리고 기리는 문학상을 운영하므로 해서 문학계에서 소문난 효행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 우리 나라 아동문학의 1세대를 이끌었던 아동문학가 김영일은 동요 '다람쥐' '방울새' '구두 발자국' 등 어린 시절 모든 어린이가 즐겨 불렀던 노랫말을 지어 주신 분이다. 이 김영일(호: 석촌) 선생의 둘째 아드님이자 아동문학가 김철민(거제교육청 장학사)이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하고자 마련한 김영일 아동문학상이 일곱 번째 시상식을 출판문화 회관에서 가졌다. 수상자는 동시 부문에 장현기 시인, 동화에는 강휘생 아동문학가가 수상하였는데 한국문협 신세훈 이사장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시상식은 김영일 선생의 문학 일생을 기리는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김영일 선생은 황해도 신천 출생으로 일찍부터 아동문학에 뜻을 두어 대학생 시절에 이미 [고향집]이라
2006-05-10 11:45가끔 수행평가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그들을 교무실로 부른다. 선생님과 상담을 마친 대개의 학생들은 "선생님, 수고하십시오."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교무실을 나간다. 아마도 수행평가를 뒤늦게 제출해서 죄송하다는 심정을 그런 인사말로 표현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런 인사말은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다. '수고'란 원래 받을 '수(受)' 쓸 '고(苦)' 자를 쓰는 불교 용어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인사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사전에 명시적으로 설명되어 있진 않지만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예절이다. 선생님들도 힘든 행사를 마치고 "교감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례가 된다. 그냥 "감사합니다." 정도면 충분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인사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지나치게 예의를 차린다고 아무한테나 '수고'하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수고하십시오."란 말과 함께 남발되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죄송합니다."란 말이다. 직업이 남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보니 학생들에게 매번 좋은 말만 할 수가 없어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야단치기도 한다. 해당…
2006-05-09 08:53방금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검게 물든 아침입니다. 맑게 갠 봄하늘을 바라보면서 웃음 지으며 등교하는 날이면 더욱 좋으련만 만사가 그렇듯이 생각과 달리 오늘은 궂은 날씨를 접하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네요. 전 최근에는 나이 탓인지 연속극을 자주 보게 됩니다. 얼마 전에 끝난 주말연속극 ‘인생이여, 고마워요’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보았습니다. 총각인 한 젊은 의사와 대학시절 애인이었던 두 아들을 둔 암환자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다시 시작되는 사랑을 그린 것이지만 저는 의사와 환자라는 관계 속에서 의사의 진단, 살려보겠다는 집념과 의지, 사랑, 연구, 헌신, 노력, 치료, 건강회복이라는 결실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의사는 간염, 감암으로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희생하면서 암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실에서 의학서적을 보는가 하면, 동료의사와 의논하기도 하고, 남편의 오해를 무릅쓰고 설득시키며 수술에 임하게 하는가 하면, 동료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혼신의 힘으로 수술을 끝내고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의 고귀한 정신과 사명을 위한 헌신적 삶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은 결국 간암으로 죽게 되지
2006-05-09 08:52한국사회는 학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우리 부모님들은 못 먹고 못 입으면서도 논 밭 팔아가며 자식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였다. 외지에 유학하고 있는 아들이게 아버지가 다짐을 한다. "이놈아, 다음에도 꼴등 하면 부자지간을 끊자." 그러곤 한달 후에 아들은 시험을 쳤다. "요번엔 잘 봤냐?" 아버지의 물음이었다. 자식을 잘 키워보겠다는 아버지의 애틋한 심정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반대로 자기도 똑같은 시절을 겪었을 텐데 도무지 아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도 많다. 대문에 적의가 생기고 충돌이 벌어진다. 둘의 진정한 화해는 아들이 아버지가 된 뒤에야 이뤄질 것이다. 한 세대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흥청망청 돈을 써대던 서울의 대학생 아들에게 사람 만들어 보겠다며 시골 아버지가 꼬박꼬박 부치던 용돈을 끊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바로 전보를 쳤다. "당신 아들, 굶어 죽음." 아버지의 답신은 "그래, 굶어 죽어라." 그래서 분노한 아들은 아버지와 인연을 끊기로 작정하고 연락도 끊었다. 그후 복수심에 불탄 아들은 이를 악물고 일을 열심히 했다. 세월이 흘러 결혼하고 자식을 낳은 아들은 그해 추석 고향 집을
2006-05-08 17:56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월 5일 나는 두 가지 때문에 흐뭇해했다. 전날 체육대회를 하는 바람에 어린이날에야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아내와 청주 용암동에 있는 농협물류센터를 찾았다. 학부모님들이 사온 물건을 나눠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달라고 아우성쳐 담임의 입장이 난처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은 같은 것이더라도 색깔까지 같아야 하는데 문구코너에서 마음에 드는 연필세트를 고르고 보니 두 반의 명수에서 몇 개가 모자랐다. 그때 옆에 있던 종업원이 두 반 어린이들의 명수에 맞게 색깔을 맞춰줬다. 또 50개가 넘는 물건을 포장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계산대에 가서 임시 계산을 하면 우리가 쇼핑을 하는 사이에 자기가 포장을 해놓겠다는 얘기도 했다. 쇼핑을 끝내고 안내대로 물건을 찾으러 갔더니 선물을 넣을 수 있는 쇼핑백이 없는 것을 걱정하며 손수 빈 박스가 있는 곳으로 물건을 들고 가 테이프로 손잡이까지 만들어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 덕에 우리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기다리지 않고 찾으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당연히 자기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손
2006-05-08 16:20매서운 겨울이 다녀간 새봄이 활짝 웃고 있다. 순백으로 넘실대던 벚꽃 잔치와 함께 개나리와 진달래의 환한 미소가 때묻은 세상을 원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가슴 시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자연은 언제나 그렇듯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간밤에 내린 꿀맛 같은 봄비 탓인지 움막으로 오르는 길은 이제 막 다져놓은 밀가루 반죽처럼 끈적거렸다. 신발에 척척 달라붙는 진흙과 함께 몇 걸음 더 올라가자 터진 구름 사이로 환한 햇살이 머무르고 있는 움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범수씨가 이곳 선산으로 들어온 지도 벌써 5년째로 접어든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시묘살이를 자청한 것이다. 범수씨가 상복을 입고 산중에서 기거하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물론 주변 가족들마저 설마 삼년을 채우겠느냐며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그런 범수씨가 지난해 어머니 탈상을 마치고 이번에는 아버지를 위한 시묘살이에 나선 것이다. 상주를 찾는 소리를 듣고 범수씨가 얇은 비닐로 만든 움막문을 밀치고 나왔다.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도 소년처럼 맑은 눈을 지닌 범수씨가 반갑게 방문객을 맞았다.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
2006-05-08 08:24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놀뫼 대둔산자락 양지뜸입니다. 출신이 시골뜨기라 그런지 '봄날'하면 가장 먼저 '실바람 장단에 살랑살랑 어깨춤을 추는 청보리밭'이 떠오릅니다. 여리디 여린 새싹으로 참으로 용케도(어떤 의미에서는 기적적으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보리, 그들 앞으로 봄바람이 불어오자 물 만난 고기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랍니다. 정말 보리 곁에서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보리 크는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청보리밭에서 실려 오는 샛바람에 몸을 맡기면, 금방이라도 노고지리가 된 것처럼 한껏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보리피리를 입에 물고 목동이라도 되는 양 봄을 노래하기도 하고…. 눈 오는 날의 강아지처럼 보리밭 이곳저곳을 천방지축 뛰어다녀 보기도 하고….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리밭 옆에 둥그렇게 앉아, 익어가는 보리이삭을 모닥불에 올려놓고 호호 불어가며 두 손바닥으로 싹싹 비비면 '초록빛 보리알'만 빛납니다. 그것을 한 움큼씩 입에 털어 넣고 '이게 바로 봄을 씹는 맛'이라며 마냥 좋아했던, 얼굴과 온몸이 까매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동심어린 그 봄날의 추억…. 제가 어린시절을 보낸 70년대까지만 해도 논과 밭
2006-05-08 08:23계간 ‘시인세계’는 봄호에서 친일문학 특집을 마련했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에 거론된 작가가 160여 명에 육박하는 반면 친일문장을 남기지 않은 작가는 윤동주⋅변영로 등 15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며 유연성 있는 단죄를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원광대 김재용 교수는 채만식 소설의 친일행각을 새롭게 확인해주었다. 한겨레(06. 3. 7)에 따르면 일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연재된 장편소설 ‘아름다운 새벽’의 친일행각이 해방후 발행된 박문사 판 단행본에선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채만식 문학이 몸살을 앓고 있다. 2001년 문학관 개관과 함께 제정된 채만식문학상이 지난 해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이 군산시를 방문한 결과인데, ‘채만식 문학관’의 개명까지 불거져 나왔다. 사실 교과서를 통해 채만식 소설을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그런 논란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현재 고교 국어(상)와 18종의 문학교과서에 실려 있는 채만식의 소설은 장편 ‘태평천하’와 단편 ‘논 이야기’⋅‘치숙’ 등이다. 그 정도 수록이라면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교사들이 당할 채만식 가르치
2006-05-06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