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는 근 두 달 여만에 산을 찾았습니다. 3월말에 비해 산의 내면과 외연의 모습은 완연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잔설이 희끗희끗할 때 소탐산을 찾았으니, 그사이 계절은 쉬임 없이 자기 변신을 꾀했었나 봅니다. 역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더군요. 상투적인 표현은 피하고 싶었지만, 5월의 녹음을 달리 형언할 길이 없었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왜 일년 중 가장 좋은 달을 여왕이라고 하느냐 그것은 남성차별이다 그냥 계절의 왕이라고 해라. 이런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5월 중순경의 산 속은 푸르고 아름다웠습니다. 저 연약한 연두색 이파리들은 도대체 한겨울 엄동설한에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인지 정말 보면 볼 수록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분명 3월말에 보았을 때엔 다 말라비틀어진 밤나무와 갈나무 이파리 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그 많던 마른 잎사귀는 다 어디로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초록색 잎사귀가 저렇게 자리를 차지했는지 몹시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도 궁금해서 연둣빛 잎사귀가 돋아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글쎄 거기엔 자연의 신비가 그대로 재현되고…
2006-05-23 13:10고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는 내가 병이 날 것 같아서입니다. 나는 금년만큼 아이들을 많이 때려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만하고 목소리 큰 아이들이 날마다 벌이는 자잘한 사고 앞에서 어느 사이에 내 손에는 작은 매가 비서 노릇을 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좋은 말로 하면 뭉개버리고 말도 듣지 않는 꼬마들이 손가락 길이만한 작은 매 앞에서는 "알았어요, 선생님. 싸우지 않을 게요. 밥 다 먹을 게요." 합니다. 1학년 아이들이니 서로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기 주장이 강해서 자그마한 일에도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움질하기 일쑤입니다. 아직은 도덕성 발달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라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친구 마음을 다치게 합니다. 싸우고 때리고 울려놓고도 잘잘못을 가리려면 몰래카메라라도 있어야 됩니다. 도대체 자기 잘못을 말하는 아이는 없고 상대방 탓만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친구를 때리고 욕하는 아이들은 연필을 쥔 손으로 친구를 때려서 피가 나게 하여 놀라게 합니다. 그러고도 자기 잘못보다는 씩씩거리며 상대방도 잘못했다며 어거지를 쓰니 꿀밤이 날아갑니다. 밥을 먹다가도 울리는 아이, 툭하면 때리고 도망가는 아이에게도 말
2006-05-22 15:20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하루에 TV나 인터넷, 컴퓨터 게임에 바치는 시간이 엄청난 현실이고 특히 유선방송이나 공중파TV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젊은 청소년의 취향과 그들의 기호에 맞춰가는 실정이라 이들을 상대로 방송하는 방송인들의 우리말 사용 습관과 우리말글 실력은 바로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전수된다. 따라서 방송인들이 일상 언어를 정확히 해야 하고 이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묘책이 요구된다. 지금은 불행하게도 하루에도 여러 번씩 다양한 채널에서 표준말이나 맞춤법에 맞지 않은 말씨, 서울 사투리, 잘못된 발음을 수시로 듣고 있다. 공개방송 사회자, 리포터, 기자, 기상 캐스터, 스포츠 중계방송 해설자, 개그맨, 심지어 원로 아나운서도 해당된다. 다행히 몇 몇 방송에서 우리말 퀴즈나 우리말 겨루기 같은 공개방송을 내보내고, 같은 프로그램을 연중 편성하고 있지만 방송인들의 말씨 고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지 두 가지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일시적 유행어나 비어, 속어는 제쳐두고라도 일상용어에서 즉시 고쳤으면 하는 것들을 꼽아 본다. 첫째, 서울 사투리 문제. 드라마에서는 적절한 사투리가 극 전개과정에서 재미와 실감을 더해주는 양념 구실을 한다. 그러나
2006-05-22 15:19신문기사의 일부분입니다. 이런 사태(?)를 접하면서, “이게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대부분은 “어린이들이 설마 이렇게까지!” 하며 강한 의구심과 함께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것입니다. “이놈의 세상이 어찌 되려고 어린 것들까지 점점 싸가지 없게 지껄이나 몰러...” 이러한 추세에 한 어르신은 혀를 끌끌 차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찌 이것이 어린이들만의 탓이겠습니까? 물론 어린이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어른들이 더 많이, 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욕설을 권하는 대한민국 제가 보기에도 대한민국은 욕설왕국입니다. TV드라마에서 이제 욕설은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양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화는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욕설을 빼면 영화 자체가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넷에도 욕설이 난무합니다. 자기와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갖은 욕설을 퍼붓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습니다.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정치인, 경제인 등 소위 모범이 되어야 할 공인이나 지도급 인사들도 걸핏하면 폭언과 막말과 비속어를 일삼아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
2006-05-22 14:45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도서관을 찾는다.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도서관이지만 세미나실, 컴퓨터실, 휴게실 등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끼리 오붓하게 주말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특히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는 유아기부터 책에 관심이 많아서 도서관 나들이를 자연스럽게 여길 정도가 되었다. 독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져, 어린이용 열람실는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부모들의 모습도 흔한 풍경이 되었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먼저 각종 도서 정보가 담긴 게시판부터 살펴본다. 마침 굵은 글씨로 눈에 잘 띄도록 부착해 놓은 게시물에 시선이 멈췄다. ‘북스타트(Book start) 운동’을 소개하는 안내문이었다. 평소 ‘북스타트 운동’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던 차에 지역도서관이 이처럼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서량이 선진국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독서의 생활화야말로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에서, 당국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여 학교 독서교육을 강화하고 도서관 시설을 늘리는 등 애를 쓰고 있으나 어려서부터 비뚤어진 교육열
2006-05-22 09:08'선생님♥♥♥♥사랑해요' 난데없는 수신된 문자메시지, 발신자의 번호는 나타나있었지만 상대가 눈군지는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우리반 아이들의 전화번호는 이미 입력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반 아이는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누구세요?' 답신이 없다. 그렇게 한시간여가 흘렀다. 문자메시지를 받았던 사실을 깜빡잊고 있었는데, 휴대폰이 깜박거린다. '선생님♥♥♥♥사랑해요' 똑같은 내용이다. 발신자의 전화번호 역시 같은 번호이다. '누군가 밝혀야지요. 선생님은 지금 누군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바로 답신이 왔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스토커입니다.'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아 스토커이면 지금 이근처에 있겠군요. 만납시다.' '스토거는 아니고요. 저는 대방중학교 학생입니다. 놀라셨지요?'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누군가 밝히지 않았네요.' 연속해서 메시지가 수신되었다. '우리는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스토커 모임입니다.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끝내 누군지 밝히지 않고 메시지가 끊어졌다. 다음날 오후는 학교교육과정에 의한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었다. 바쁜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봉사활동 장소로 이동하는중에 우리반 아이들
2006-05-20 08:37얼마전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으로 인해 세간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필자도 사학법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2005.2.14 [사학법 개정을 환영한다.]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간 많은 사학들이 대한민국 교육발전에 이바지한 功이 있다 하더라도 허물 또한 많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시교육청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것 또한 사학에 대해 그다지 부드러운 시선을 보낼 수 없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른바 족벌경영, 부정비리 등에 연루되어 많은 사학들을 궁지에 몰아 넣었던 어두운 사연과 달리 아주 투명하고 훌륭하게 사학경영을 한 이사장이 있기에 소개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대전테크노밸리지역에 위치한 대전중일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경금학원 이사장 윤경수(93살)씨이다. 윤 이사장은 1987년 개인적으로 못다한 배움의 꿈을 실현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대전에서 가장 가까운 면소재지 가운데 학교가 없는 곳을 택해 이곳에 사학을 설립했다. 그는 지업사를 통해 모은 사재를 털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3년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했으며, 개인 소유 토지를 법인에 출연하였다. 현재 이곳은 대덕테크노밸리지구로 지정되어
2006-05-18 17:36범수씨와의 인연도 올해로 벌써 오년째다. 해마다 찾아보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행여 어디 아프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첨단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아픈 사람이 많은데, 산중(山中)에서 한 평도 안되는 움막에 의지하여 오년씩이나 비바람을 맞으며 생활하고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간밤에 내린 비로 움막으로 오르는 길 주변은 초목의 싱그러움에 더하여 화사한 꽃잔치가 벌어졌다. 비탈길을 따라 몇 걸음 더 올라가니 범수씨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닿았을 봉분(封墳)들이 정갈하게 앉아있고, 이제 막 새 옷으로 갈아입은 잔디는 제철을 만난 듯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았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범수씨가 움막문을 열고 나왔다. 매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방문객이 반가웠던지 범수씨가 먼저 안부를 묻는다. 아직 상중(喪中)에 있는 범수씨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난 겨울을 무사히 보낸 듯 범수씨의 얼굴에는 연둣빛 봄기운이 넘실거렸다. 범수씨가 산중에 들어온 이유는 간단하다. 2002년에 어머니께서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떠나시자 오래 전부터 마음 먹었던 일을 실천에 옮겼을 따름이다. 범수씨가 시묘살이를 시작하자 가까운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설마 삼년
2006-05-18 10:05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승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고, 추모하자는 뜻으로 제정된 스승의 날을 선생님들이 선물이나 촌지를 받는 부정적인 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스승의 날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다보니 당사자인 선생님들에게는 오히려 괴롭고 부담스러운 날이 된지 오래다. 오죽하면 많은 학교들이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알면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자율휴업일로 정해 하루를 쉬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루를 쉬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스승의 날은 동내 북만도 못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법정 수업일수가 정해져 있는 학교에서 왜 굳이 기념일 날 쉬려고 할까? 다른 기념일마냥 제대로 대우받는 날이 아니기도 하고, 선물이나 촌지를 거절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청렴위원회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청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촌지 안주고 안 받기 운동'을 벌이되, 촌지를 받은 교사가 적발되면 행동강령 위반으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금 한겨레신문에 실린 현장리포트 ‘알면 다쳐 70년대 수학여행은 지
2006-05-13 21:26행정자치부가 “신바람나는 공직분위기를 조성하고, 창조적 문학작품과 글쓰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주관하는 공무원문예대전이 올해로 9회를 맞았다. 공무원문예대전이 바쁜 공직생활 틈틈이 공무원들의 글쓰기를 유도하고, 시상함으로써 사기를 진작케하는 긍정적효과가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대입 논술준비 수험생 뿐 아니라 일반 회사원들에게까지 글쓰기가 하나의 흐름처럼 되어버린 요즘이니 그 의미와 가치야 일러 무엇하랴. 그런데 제9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선 저술부문이 폐지되어 그 의미와 가치를 반감시키고 있다. 전화로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 해 어느 수상자가 “왜 내 책이 장려상밖에 안되냐”고 항의하며 수상을 거부했다고 한다. 또 응모된 다종다양한 저서에 대한 심사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수상거부의 항의까지 받으며 굳이 계속할 필요성을 못느낄 수도 있겠지만, 갑작스런 폐지는 약간 옹졸한 처사로 보인다. 너무 감정적 대응이라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다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전국의 응모 공무원들에게 당혹과 함께 실망감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장르에 비해 저술부문의 무게감이 더 컸으면 컸지 작지 않다는 점에서도 폐지는 매우 유감스럽다. 어떻게 시 몇…
2006-05-11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