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가족 나들이가 사라졌다. 아침 식사 시간도 제각각이다. 가족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절감하지만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 아니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 존경하는 은사님의 말씀, "자식은 가르치는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보여주는대로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자식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가족 나들이가 많았다. 수원 근교에 있는 산행도 제법 하였다. 그러던 것이 중학생이 되더니 이제 부모와는 따로 논다. 부모와 깊은 대화를 나누려 들지 않는다. 그냥 일상대화에 불과하다. 중2 아들은 오랫만의 저녁 회식도 사양한다. 부모만 가란다. 함께 가는 것이 귀찮다는 표정이다. '그 대신 무엇을 하는가'를 관찰하니 친한 친구와의 채팅, 게임, 야간축구 등이다. 부모와의 어울림이 컴퓨터, 친구와의 놀이만도 못하다는 뜻이다. 아니 부모와 함께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 아들을 간신히 꼬셔, 설득해, 반협박으로 오대산 비로봉(1,563m) 등반을 같이 하였다. 더 이상 방치하다간 엇갈려 나가는 폭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1박 2일 코스로 잡았는데 첫날에는 횡계에 있는 동양…
2006-10-07 13:31역사의 고장이요, 전적지의 산실로 잘 알려진 강화도에 오면 길상면 온수리에 위치한 99칸 별장식 고건물을 만나게 된다. 고려 시대 몽고의 침입을 연상케 해주는 그 흔적이 바로 이 고건물이다. 비록 1920년대 지었다고는 하나 몽고난 때 왕족과 귀족들이 이곳에 피난을 와서까지 신라의 포석정을 연상하게 해 주는 귀족들의 여유와 사치를 짐작하게 해 준다. 이 저택이 지금은 사유지로 돼 있으나 많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문에 ‘출입금지’라는 방을 붙여 놓은 상태다. 하지만 단체로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는 사전에 연락을 하면 내부를 볼 수 있다. 이 저택의 안에 들어가면 최근에 화재가 난 까닭에 중문을 거치기 전에 약간의 방들이 소실되었다. 그러나 빨리 불길을 잡은 까닭에 크게 원형을 손실할 만큼 없어지지는 않았다. 향나무로 지어서인지 마치 최근에 지은 집처럼 원목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당시의 이 집안의 재력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집 주인의 말에 의하면 이 집을 소유한 당시의 부는 일 년에 팔십만 석이나 수확을 할 정도라고 하니 이 집에 붙어 사는 소작인이나 마름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금에 비하면 그렇게 큰 집은 아니라고는 하나 앞뜰에 마련된…
2006-10-05 10:01한국일보에 따르면(2006/09/29 15:27) 교육인적자원부는 저출산 등으로 학생수가 감소됨에도 불구하고 오는 2020년까지 해마다 평균 2,232명의 초·중·고 교사를 증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문화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밝히고 있는데, (문화일보)기사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현재 79만여명인 초·중·고 학생수는 30% 줄어든 53만여명이 되는 반면, 교사수는 지금보다 3만여명이 늘어난 40만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2020년에는 현재79만여명인 초·중·고 학생수는 30% 줄어든 53만여명이 되는 반면, 교사수는 지금보다 3만여명이 늘어난 40만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학생수 79만여명에 교사수 40여만명이면 교사 1인당 학생수가 2명정도 된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1.5명선이 된다. 우리 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만 하더라도 학생수가 1,000여명이다. 교사수는 교장, 교감 포함하여 48명이다. 그렇다면 교사 1인당(교장, 교감을 포함하더라도) 학생수는 20.8명이다. 기사에서 제시한
2006-10-01 20:11해마다 추석을 앞둔 한 두 주일 전이면 벌초를 하러 다니는 차량 때문에 명절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고속도로가 밀리고, 시골의 좁은 길에도 도시의 차량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서울에 살고 있는 막내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9월 넷째 주 토요일에 벌초를 하면 형제들이 모두 모일 수 있다고 한다. 날씨가 더운 관계로 새벽 일찍 출발하여 제초작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금요일 저녁 늦게 우리 집에 들려 새벽에 고향으로 출발을 하여 제초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형제들이 고아가 된 것이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그래도 벌초하는데 제일 관심이 많았던 형제가 막내 동생과 내 바로 아래 동생이다. 이번에는 우리 집 둘째가 벌초하는데 함께 가서 일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함께 가자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자진하여 간다는 말에 고맙기만 하다. 조카들이 여러 명이 있지만 근래에 벌초와 성묘하는데 참석을 하는 조카들을 별로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세월이 우리의 생활모습을 변하게 한 것이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무조건 자식들을 벌초하는데 데리고 갔었다. 새벽 다섯 시 반에 막내 동생과 우리 애는 밖은 캄캄한데 출발을 하였다. 김천에 살고 있는 내 바로 아
2006-09-30 13:10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깊어간다. 들판은 누렇게 곡식들이 익어가고 산에는 과일들이 영글어 간다. 최근들어 일교차가 크게 나자 나비들이 종족번식을 위해 짝짓기에 한창이다.
2006-09-18 09:46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아니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심을 품고 산다는 것 자체가 멋지고 좋은 일이 아닌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움으로 보고 느낄 수 잇는 시심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작은 거름이 될 것이 아닐까? 9월 12일 늦은 6시 40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원당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다래웨딩부페에서는 작은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송병무 시인의 [오늘밤 그대의 꿈은]이라는 시집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출판기념회가 유명세를 치르는 유명인들의 잔치이거나, 사회적인 지위를 자랑하는 자리이기 쉽다. 그러나 어제 출판기념회를 치른 시인 송병무씨는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이나 유명세를 치를만한 사람이 아님은 물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그를 출판기념회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은 순수한 의미에서 나의 취재원이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2 년 전쯤에 나는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하여 보자는 글에서 그를 [뒤늦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여 키워나가는 사람의 본보기]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는 현재 고양시 원당 농협중앙회 앞의 길가에 조그만 컨테이너 박스 속이 자신의 일터이다. 그 좁
2006-09-13 18:20어제 비가 오더니 일요일인 오늘, 푸른 하늘은 드높고 바람은 시원하다. 수원과 화성의 경계에 있는 칠보산(七寶山.238m)에 오르니 광교산(光敎山.528m)과 관악산(冠岳山.629m)이 손에 잡힐 듯이 뚜렷이 보인다. 그 뿐이 아니다. 서해가 보인다. 햇빛에 비친 바다가 번쩍인다. 칠보산에 수십 차례 올랐지만 서해를 보기는 처음이다. 수원기상대의 기상정보를 보니 시정(視程)이 20km이다. 그러고 보니 평상 시 잘 보이지 않거나 희미하게 보였던 산들은 어제 내린 비에 의해 공기 중의 먼지가 깨끗이 씻겨 선명히 보인다. 사시사철이 뚜렷한 우리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다. 특히 가을철 날씨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어느 계절보다 나들이에 적격이다. 오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녹음이 우거진 숲을 보니 애국심이 저절로 생긴다. 가족과 함께하는 산행, 가족애 증진에도 도움이 되었다.
2006-09-11 08:25가을이다. 점심 식사 후 학교 실습밭을 둘러보는데 햇살이 그렇게 따갑지만은 않다. 고추와 고구마가 가을 햇볕에 영글어 가는데 고추잠자리도 끼워달라고 한다. 누군가 나무막대에 고추를 꽂아 놓았는데 마침 그 자리에 고추잠자리가 앉았다. 고추 잠자리와 고추 중 어느 것이 더 빨갈까? 가을 문턱에 완연히 들어선 오늘 오후, 고추잠자리와 고추가 누가 더 빨간지 색깔 뽐내기를 하고 있다.
2006-09-08 19:51선생님, 지금은 회색의 구름이 보슬비를 품고 있다 우리에게 나눠주는 오후입니다. 선선함도 함께 나눠줍니다. 퇴근하시는 선생님은 이를 안고 돌아갈 수 있어 오늘의 피곤도 잊을 것 같아 좋습니다. 저는 99년 3월부터 8월까지 근무한 울산교육연수원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크게 좋은 줄 몰랐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가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깨우쳐주고 지금도 힘이 되어 줍니다. 왜냐하면 연수원에서 기숙사생활을 했기 때문에 바다는 저의 친구였습니다. 저의 위로자였습니다. 저의 선생님이었습니다. 저의 안식처였습니다. 그래서 그 때의 바다를 떠올리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바다의 마음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어느 바다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연수원의 동해 앞바다는 맑은 날이면 언제나 먼 곳으로부터 짙은 남색, 짙은 남색과 옅은 남색, 연한 빛으로 찬란합니다. 무지개의 찬란함과 같습니다. 마음이 맑아집니다. 얼굴이 환해집니다. 웃음을 머금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맑은 날이면 바다처럼 오색찬란한 아름다운 마음을 나타내야 합니다. 학생들은 그걸 보면서 마음이 맑아집니다. 푸러집니다. 아름답게 됩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환하게 밝게…
2006-08-30 19:56백두산의 천지(天池)는 자기 몸 보여주기를 그리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안내자 말에 따르면 천지의 장관을 본 사람은 그 곳을 찾은 사람의 10%밖에 안 되어 아쉬움에 가슴 쓸어안고 그냥 내려간 사람이 천지라고 하더군요. 8월 3일 09:40. 천지에 도착했을 때 처음 반겨주는 것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와 매서운 바람. 한국에서 가장 날씨 변화가 심한 곳이 백두산이라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탐방단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45분간 간절한 기원을 올린 결과였을까요? 안개가 걷히고 햇빛이 잠깐 비추기를 2-3회 정도. 시간으로는 1-2분. 그 짧은 순간, 단원들은 천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습니다. 나머지 40여분 동안은 안개와 바람을 친구 삼으며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청량한 공기, 원없이 맘껏 들이킬 수 있었어요. 제 생각으로는 수명이 한 5년 쯤 늘어날 것 같습니다. 천지에서 머물렀던 그 짧은 시간, 이제 2학기 수업시간에 이야기꽃이 한창 피겠지요.
2006-08-30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