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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독일에서 온 편지, 이런 선생님은 되지 마세요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를 쓴 로테 퀸의 비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불과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그들을 제대로 가르쳤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로테 퀸의 <발칙하고 통쾌한 비판서>를 보면서 놀라고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이야기들 중에 그 중의 상당수는 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 나를 비판하는 글을 써대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학생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아쉬움, 그냥 내 방식대로를 고집하며 교만했던 내 모습이 교차되었습니다. 더욱이 이 책의 말미에 로테 퀸이 지적한 <나쁜 교사의 7가지 유형>에는 나의 모습이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나만의 모습이 아닌 이 땅의 상당수 선생님의 모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공유하면서 반성과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봅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하여 아이들의 입장에서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형식으로 구성해 봅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의 권리만 생각하는 선생님은 되지 마세요.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학습권을 찾아 주세요. 선생님은 늘 당당하게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오셔서도 늘 당당하게 말합니다. 아주 중요한 일을 처리하느라고 좀 늦었다. 조용히 자율학습 하고 있었지?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 애기입니까? 그리 중요한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공문처리인가요? 아니면 잠시 딴 일에 빠져 있다가 수업이 시작되는 줄도 모르고 그저 미안해서 하신 말씀인가요? 어떤 날은 선생님이 안 계셔 보강을 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시간표가 바뀐 거지요. 그때 우리들이 느끼는 황당함을 이해하세요?

선생님, 늘 남의 탓만 하며 자기 자신을 비판할 줄 모르는 선생님은 되지 마세요. 우리가 수업 시간에 떠들 때,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때,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마다 선생님은 우리를 ‘나쁜 놈들’ 또는 ‘멍청한 놈들’이라고 비난하셨지요. 그러나 왜 우리가 떠들고 수업 시간에 충실하지 않은지,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 뭐가 잘못되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는지요? 늘 재미없는 수업에다 차별대우까지, 정말 함께 하고 싶은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늘 우리끼리 중얼거렸고 선생님을 따돌린 것이랍니다.

선생님, 무엇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선생님은 되지 마세요. 아이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하여 선생님 혼자 잘난 척, 선생님 혼자 인자하신 척하지 마세요. 학생들의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고쳐주기 위하여 애쓰시는 선생님들과는 달리 혼자서 온갖 관용 다 베푸시는 듯 그런 오만을 부리지 마세요. 그러면서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애써 변명하지 마세요. 그 속에서 우리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떤 선생님이 잘 하시는지 못하시는지 헷갈리게 되거든요. 나쁜 것은 나쁜 것이고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고 분명히 알려 주는 것이 바른 교육 아닌가요? 우리들에게는 친구들 왕따시키지 말라고 하시면서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을 시기하고 비난하지는 않으셨나요?

선생님, 마음 내키는 대로 막말을 일삼는 선생님은 되지 마세요. 학생들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수많은 행동들이 과거의 회초리나 징계를 대신하고 있지요. 걸핏하면 “나쁜 놈, 버릇없는 놈,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놈” 등으로 얕잡아 무시하고 있잖아요. 어쩌다 지각을 하면 왜 지각했는지 묻기보다는 “너는 왜 그 모양이냐?”는 식으로 무시하지는 않으신지요? 머리를 툭 치거나 발로 건드리거나 하는 식으로 우리를 화나게 하지는 않은가요? 우리도 나이는 어리지만 기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거든요. 한번이라도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셨는지요?

선생님, 우리 부모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선생님은 되지 마세요. 우리 부모들은 선생님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소망합니다. 왜냐하면 관계가 좋지 못하면 우리들이 선생님들에게 미움을 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들은 대부분 선생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고, 어떤 부탁이라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그래서 대부분 침묵하면서 선생님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너의 부모는 ‘왜 그러니’ 이런 식으로 비난하면서 우리들 속을 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일이 있어 바쁘시고 직장에 가서는 나름대로 충분한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다는 것 아시잖아요. 우리가 설령 어떤 일을 잘못하거나 미덥지 못하다고 하여 우리 부모까지 무시하지는 마세요.

선생님, 선생님이 계시는 학교를 철옹성이라고 생각지는 마세요. 세상이 다 바뀌고 있는데 언제까지 낡고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우리를 대할 생각입니까? 세상의 변화를 읽고 변해 가세요. 내 어렸을 때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우기지 마시고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읽고 변화된 눈으로 우리를 보아 주세요. 선생님이 어렸을 때 열심히 배웠던 것들이 지금 쓸모없게 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잖아요. 언제까지나 철옹성에 둘러 싸여 있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저만큼 뒤떨어진 낙오자가 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들을 미워하는 선생님은 되지 마세요. 우리가 있으니까 선생님이 있는 거지 선생님이 있어서 저희들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선생님과 우리는 동반자요, 좋은 파트너이지요. 우리들이 조금 미운 짓을 하더라고 성장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너그럽게 보아주세요. 조금만 잘못하면 ‘퇴학처분을 해야한다’ 또는 ‘가정학습을 시켜야 한다’고 하시지 마시고 이해하고 도와주는 쪽으로 생각해 주세요. 법정에서도 우리들은 아직 어리다고 많은 관용을 베풀고 있지 않은가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 주시면 우리는 더욱 잘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보다 훨씬 강하고 직설적입니다. 완곡한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한 이유는 저 스스로 호된 질책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세상 모두가 변하고 있는데 우리만 그야말로 철옹성에 안주하여 독야청청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 가슴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고, 학부모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들과 공감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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