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게 있고, 더디게 들어오는 게 있다. 그건 아마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찌됐든 눈에 들어오는 책은 아무리 딱딱한 글이라도 금새 읽어나가고, 더디게 다가오는 글은 쉬엄쉬엄 읽게 된다. 어떤 때엔 한쪽에 놓아두었다가 눈에 띄면 읽는다. 내겐 김승희의 가 그렇다. 쉬는 시간 틈틈이 책을 읽다가 덮어두고 있는데 친한 동료 여직원이 읽을 만한 책을 찾는다. 그래서 무심코 준 책이 김승희의 책이다. 그런데 그 동료는 금세 읽고는 좋다며 가져다준다. “벌써 읽었어요. 괜찮아요?” “아주 공감이 가고 좋았어요.” “그래, 난 영 더디고 안 나가던데.” “난 여자잖아. 그래서 이 책이 쉽게 공감이 가고 잼있게 읽은 것일 거예요.” 여자니까 쉽게 읽고 남자니까 더디게 읽는다. 정말 그런지도 몰랐다. 남자이기 때문에 그녀의 글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녀의 글은 지극히 여성적, 여기서 여성적은 부럽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성의 시각에서 개인으로서의 여성과 사회구조면서의 여성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대부분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가족주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승희
2007-06-30 09:52일본에서도 주 5일제가 실시되면서 토요일에 아이들이 있을 곳을 마련하기 위하여 자치단체가 여러 가지 궁리를 하였으며, 그 한 예로 실시한 것이 사회교육기관에서 실시한 보충학습 교실이다.일본 사이타마현 후카야시립 후카야 초등학교(아동 604명)의 도서실에서 행해진 토요일 보충학습「힘내라 교실」에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산수 연습이나 한자의 받아쓰기의 자습이 기본이다. 주 5일제 실시후에 지역에 사는 선생님 5명이 빨강 펜을 가지고 지도한다. 개시부터 10분이 지나자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데요」라고, 남자 아동이 책상에 푹 엎드리면, 선생님은「이봐요 이봐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라고,달랬다. 보충학습 교실은 매주 오전중, 45분간 2시간이 실시된다. 「아이가 질리지 않게 궁리해 있습니다」라고, 지도역의 1명인, 아라이 요코씨(57)는 출석 씰을 붙이는 스탬프 카드나, 연습 문제를 전부 풀면 받을 수 있는 표창장도 PC로 자작했다. 후카야시는 2002년도에 학교 주 5일제에 맞추어, 모든 초중학교 19교에 이 교실을 설치했다. 처음 년도는 초등 학생의 38%, 중학생의 35%가 신청했지만, 그 후, 참가율이 급속히 떨어졌다. 특히 중학생의 참가율은 3%대까지…
2007-06-29 09:47오랜만에 떠나는 여행길이다. 간밤에 늦게까지 한 약주 탓인지 몸이 무겁다. 가뭄 끝에 내린 단비 때문인지 산빛이 더욱 푸르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전주에서 3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고흥의 팔영산(八影山). 오는 도중 간간히 비가 뿌려 염려를 했는데 다행이 도착할 무렵엔 산봉우리에 흰 구름만 걸려 있을 뿐 날이 맑다. 산에 오르기엔 그만이다. 한때 호남 4대 사찰 중의 하나였다던 능가사를 곁에 두고 구름 속에서 웅장한 자태를 보일 듯 말 듯 드러내고 서있는 팔영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습한 기운 때문인지 이내 땀이 송골송골 베어온다. 거기에 한 무리의 모기들이 윙윙거리며 따라온다. 손을 휘적거려도 질기게 따라 붙는다. 이놈들은 팔영산 1봉을 오르는 길목인 흔들바위에 오를 때까지 따라붙는다. '징한' 놈들이다. 팔영산은 8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다. 산의 이름도 팔영산(八影山), 팔령산(八靈山), 팔점산(八点山) 등 다양하다. 그리고 8개 봉우리마다 이름에 따른 시가 적혀 있는 것도 팔영산만의 독특한 운치다. 산에 오른 자들은 정상에 서서 시원하게 펼쳐진 고흥의 바다를 바라보며 시 한 편 읊조리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우뚝한 바위덩어리로 되어 있는 제 1봉
2007-06-28 08:56일본 전국에서 연간 3만명을 넘는 수가 자살로 일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의 예방에 임하는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아키타대가 내년도에, 국내 최초의「자살 예방학」을 대학원에서 개강할 방침을 결정했다. 의학 뿐만이 아니라 사회학적인 시점도 감안해 체계적으로 배우는 내용으로, 석사의 학위가 수여되는 정식 과정에의 이행을 목표로 한다. 일본 정부의 자살 종합 대책도 인재 양성을 과제로 하고 있어, 자살 대책의 기초 만들기에의 새로운 방안이라 여겨진다. 작년도 인구 동태 통계에 의하면, 아키타현의 자살율(인구 10만명 당의 자살자수)은 42·7으로 12년 연속으로 전국에서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은 2000년부터 상담 체제의 충실 등의 자살 예방 사업을 개시하여, 같은 대학 의학부의 연구팀도 자치체 등과 협력해 우울증에 대한 의식 조사나 심포지엄을 실시해 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문제가 된 것이, 대책을 주도하는 자치체측의 인재 부족이었다. 자살 예방에는 우울증에 관한 의학적인 지식은 물론 카운셀링 등의 심리학이나 고령화, 지역 만들기 등 사회 복지 학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게 되지만, 상담 등에 종사하는 자치체의 담당 직원들은, 이러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
2007-06-28 08:55어둠이 깔리면서 거리의 전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옷차림을 한 네 명의 무희가 야외무대 위로 올라온다. 진한 화장, 예쁜 미모. 무섭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살포시 웃는 모습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이내 달아난다. 꿩의 깃털을 단 붉은 모자, 부채와 방울을 든 손. 기원을 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방울을 왼손에 들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친다. 그리고 부채를 활짝 펼쳐든다. 국악 장단에 맞춰 춤이 시작된다. 무당춤이다. 무희들의 춤은 현란하다. 방울을 흔들어대고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돌고 돈다. 사람들은 그 현란한 춤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무당춤, 언뜻 생각하면 좀 괴기스럽고 무서울 것 같은 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음악도 실제 무녀들이 춤을 출 때처럼 오싹한 맛을 주지 않아 구경하는 사람들도 좀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방울 소리도 그리 요란하지 않다. 그런데 왜 무당들은 춤을 출 때 방울을 흔들까. 예로부터 무당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통로구실을 해왔다. 지금이야 무속이 미신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상고시대부터 무(巫)는 신의 말을 대신 전하는 인물로 중요시됐다. 이때 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전에 이들은 춤
2007-06-26 22:18그 해 여름밤 김홍표 지음 반딧불 하나 둘 별이 되려고 사락사락 살찌는 들녘에서 피어나면 철둑길 따라 흐르는 봇물에 개구리 한바탕 울어댔지 코끝에 실리는 오이꽃 향 머리 푼 연기만 너울너울 담 밑에 함박꽃 함박웃음 박꽃은 달빛에 수줍은데 덕석에 누운 누나의 꿈은 오붓한 가슴에 소록소록 무섭던 아버지도 정다웠지 엄마의 몸에선 흙냄새가 뒤뜰에 돋아나는 감꽃 향기 단 수수 잎사귀 사각사각 힘없이 부채마저 잠이 들면 시름시름 여위는 모깃불 어머니 무릎에 잠든 동생은 봇물에 첨벙첨벙 뛰어드나 봐 처녀들 노랫소리 잦아들면 달은 새벽으로 기울어 풀벌레 찌르르르 코 고는 소리 뱃속에선 쪼르르르 시냇물 소리 아버지 엄마는 단잠이나 드셨을까? 긴 긴 여름밤 쓰르르르 아득한 가슴에 사무쳐라 김홍표 님의 시집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은 이 시를 올립니다. `그 해 여름 밤` 을 음미하며 아침 독서 시간에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독서를 하다가 베껴 본 시랍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이 시집을 읽으며 40여 년 전으로 돌아가는 행복을 누렸답니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밤에 모기장 속에서 아버지가 사오신 수박 한 통, 참외 몇 개를 먹으며 행복했던 시간들을 반추해 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문예
2007-06-26 17:28오랜 역사를 가진 이란에 좀 오래되었다는 도시에는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성들이 대부분 있다. 이란 서부 도시 호라마바드에 파라콜 성, 북서부 도시 비저러 성, 카스피안 작은 도시 후만 성, 유네스코 등록 문화재인 아와즈 초가잔빌 성, 케르만 주 밤성이 대표적이다. 모든 성들이 워낙 오랜 세월을 지내오다보니 지진을 만나고 외침을 받아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엔 1천 여년의 역사를 지닌 케르만 주 아르게 라이엔( 참고로 아르게는 페르시아어로 성(城)을 뜻함)를 찾았다. 이곳 케르만 주의 대명사 격인 아르게 밤이 케르만 시에서 남쪽으로 200여km 지점에 있고 아르게 라이엔은 그 중간 지점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아르게 밤이 지난 2003년 12월 말 대지진으로 거의 제모습을 잃버렸다. 몇 달 전 필자가 방문했을 때 느낌으로는 80-90%는 파괴된 것 같았다. 하기야 진흙으로 쌓은 성이 무슨 힘이 있겠나? 이웃에 이런 거대한 밤성 때문에 라이엔 성은 늘 찬밥 신세였다. 이웃 사촌 성이 면서도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과 그 규모가 밤성의 1/4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 탐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늘 소외를 당했다
2007-06-26 16:36참 이상도 하지요. 지금이 코스모스 철인가요? 우리 학교 텃밭에 핀 코스모스를 보고 하는 말입니다. 일주일 전에는 꽃 한송이만 피었더니 지금은 십 여개가 되었네요. 자세히 보니 벌써 지는 것도 있고 씨앗을 맺으려 합니다. 한 여름이 되려면 아직 멀었고 가을이 되려면 몇 달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 '자연'이 아닌가 봅니다. 한 겨울 눈 속에서 개나리와 진달래가 꽃을 피우질 않나. 봄은 짧기만 하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이제 곧 태양이 작열하는 계절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상합니다. 교정의 나무를 보면 단풍이 지고 낙엽도 보입니다. 한창 푸르러야 할 시기에 가을 냄새를 풍기고 있어요. 혹시, 기후 이상 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이런 자연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항시 종종걸음을 하지요. 점심 식사 후 교정을 한 바퀴 돌면서 머리를 식히라고 부탁을 하여도 그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나 봅니다. 학생들은 식사 후 시원한 그늘 찾아 우정 쌓기에 바쁘고 선생님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바삐 무엇을 합니다. 아하, 기말고사 출제 때문이군요
2007-06-26 08:51역사 하면 일면 딱딱함을 연상한다. 또한 과거의 흘러간 사건이나 이야기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는 과거의 역사에 얽매이는 사람들은 비웃기도 한다. 아무리 화려한 역사라 할지라도 현재 초라한 모습으로 있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하는 투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 삶이 자화상이 될 수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역사에 눈을 기울여 보면 과거의 모습들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역사는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과 영원이 교차하며 이루어진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의 모습들을 현재의 우리 모습과 결부시켜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간 책이 있다. 이덕일이 쓴 역사사랑이다. 역사 사랑이라, 여기서 사랑은 러브가 아니다. 사랑방의 사랑(舍廊)이다. 과거 사랑방은 대화의 장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모여 공론을 모으기도 했고, 은밀한 사랑을 만들기도 했고, 세상사를 논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그 대화의 장, 공론의 장이 별로 없다. 많이 이야기하고 떠들기는 한 것 같은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왁자지껄한 메아리처럼 요란하게 울려 퍼지기만 한다. 그러한…
2007-06-25 20:42여름철이라고 날씨가 제법 무덥다. 동물들도 더위를 이길 재간이 없나보다. 동물원에 들른 시간이 점심때라 낮잠을 즐기는 동물들이 많다. 얼룩말 한 마리는 업어 가도 모른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침까지 흘리며 깊은 잠에 빠졌다. 어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젖을 빨아먹는 새끼 조랑말이 귀엽다. 눈을 반쯤 감고 졸음을 억지로 참는 산양이 있는가하면 옆에 잠든 양들은 습성대로 잠을 자면서 서로 품속을 파고들어 보는 사람들까지 덥게 한다. 과나코는 시위라도 하려는 듯 잠시도 쉬지 않고 길길이 날뛴다. 원숭이의 엉덩이를 바라보는데 어린시절 수없이 불렀던 '연상되는 말 이어가기'가 생각난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에 태극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목욕을 즐기는 불곰 옆에서 반달곰들이 사랑싸움을 뜨겁게 한다. 혀를 길게 뺀 표범은 이렇게 편한 자세를 봤느냐는 듯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관람객들을 내려다본다. 아무리 무더워도 공작은 날개를 활짝 펴고 관람객들을 환영한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생
2007-06-25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