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이 막힐 듯한 꼬불꼬불한 시크 협곡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더 좁은 듯한 도로를 만난다. 옆으로 살짝 비켜 다소곳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 이곳 페트라 유적 중 가장 정교하고 웅장하고 원형에 가까운 보물창고 알 카즈네이다.

고대 나바티안 도시의 진수를 그대로 간직한 장밋빛에 가까운 이 거대한 고대 유적은 그야말로 불가사의의 극치이다. 붉은 바위를 깎아 만든 기술 그리고 2천년 동안 그 흔한 지진에도 끄떡없이 제 모습을 유지한 것만 보아도 신이 ‘이것만은 절대 안돼 ’하는 시샘이 숨어있는 건축물이다.
이 장엄하고 웅장한 모습 앞에 서니 온몸에 전율이 밀려오는 것 같다. 도대체 이런 곳에 이런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었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슬아슬하게 절벽을 타고 올라 절묘한 구성비로 파고 다듬은 후 다시 신께 기도하면서 영감을 얻어 만든 보물이다. 그것도 기계 문명의 이기가 한참이나 발달하지 못한 고대에 만들어졌으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한 덩어리 된 거대한 바위를 칼로 무 자르듯이 토막토막 잘라 낸 자국들이 거의 신기에 가깝다. 1층 6개의 큰 기둥, 2층 작은 6개의 기둥을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도려냈을까? 전기 그라인더가 있었을까? 샌드페이퍼는 있었을까? 그래 불가사의로 선정되었구나.

한 때 영화계의 히트 작품 ‘인디아나 존스’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 영화 주인공 해리슨 포드가 성배를 찾기 위해 들어갔던 그 신전이 바로 여기이다. 수학, 조각, 공예, 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아침 햇살을 받은 알 카즈네 보물창고의 건축 당시 숨소리가 막 밀려오는 것 같다. 거대한 생명체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에서 장구한 역사 이야기를 막 토해 낼 것 같다. 이 신전의 겉 주소는 이렇다.

보물 창고 앞에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광장이 있다.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은 모이겠다. 신전 높이가 48m 폭이 28m란다. 기둥의 양식은 코린트 양식의 석주들이다. 석주 끝부분에 그리스식 아칸더스 꽃문양이 너무도 선명하다. 모든 조각이 부조 형태로 되어 있기에 그 값어치가 더해지는 것 같다.
1층에 있는 방에 들어가 보니 그 넓이만도 한 30-40평 쯤 되겠다. 직육면체 널찍한 방의 모서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 같다. 각 모서리의 수직과 천장 바닥의 수평은 신기할 정도로 정확해 보였다. 마침 한 요르단 젊은이가 탄성을 지르면서 페트라 유적을 본 소감이 어떻느냐며 기자가 인터뷰하는 듯 묻는다. 당연히 원더풀, 엑슬런트라고 답한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다.

6개의 기둥이 떠받히고 있는 아래 층 위 2등변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적절하게 균형미 조화를 이룬다. 그 위에 다시 작은 6개의 기둥이 3개로 부분으로 나눠져 한 벽면을 이루며 그 사이에 신의 모습을 3개의 형태로 조각해 놓았다. 가운데 2개의 기둥을 축으로 하는 위에 왕관 같은 모양이 있다. 신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이 건축물에서 인간은 밑에 신은 위에 계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왕관 옆에 많이 퇴색된 독수리 두 마리가 왕관 양쪽을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살펴야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신전 가운데 왕관 바로 위에 둥근 항아리 조각 같은 것이 보인다. 이 항아리 안에 당대의 신비를 역사를 간직한 보물을 숨겨놓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 항아리 때문에 이 건축물을 보물창고로 부르고 있단다.

이 보물창고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왕의 무덤으로 종교 집회장소로 각종 연회장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BC 84-56 년 사이 아레타스(Aretas) 3세 때부터 AD 117-138년 로마 황제 히드리안(Hadrian) 때 까지 약 200년간 그 영화를 누렸던 곳임에는 틀림없다.
이 건축물을 대하면서 나바티안인들은 돌을 떡주무르 듯이 아니 물렁물렁한 진흙을 주무르는 듯이 조각을 했다. 두꺼운 나무판자를 자로 잰 듯 자르고, 깎아내고, 그리고 도려낸 듯이 그 튼튼한 바위 돌을 자기 원하는 모습대로 주물렀다. 오랜 세월 땜에 1층 양쪽에 조각된 말 탄 왕의 모습은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