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에 있는 하조대는 빽빽한 소나무 숲과 바다풍경,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천년송이 어우러져 옛날부터 경승지로 알려졌다. 하조대는 승용차 몇 대 밖에 댈 수 없는 작은 주차장에서 가깝다. 전통차, 막걸리 등을 파는 카페 '등대'가 오래전부터 절벽 아래 바닷가를 지키고 있다. 카페는 돌 지붕에 쌓인 낙엽들 때문에 더 고풍스럽고 운치가 있다. 카페 바로 앞에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고 그 사이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쉬지 않고 만들어낸다. 오른쪽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절벽 위에 하조대라는 현판이 걸린 작은 육각정이 있다. 고려 말 이곳에 은거하며 새로운 왕조를 구상했던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말년을 보냈다는 정자다.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 내려오는데, 하조대라는 이름도 하륜과 조준의 성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이름이 유래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옛날 이 부근에 하씨 성을 가진 젊은 사내가 살고 있었는데 얼굴이 잘생겨 처자들을 들뜨게 했다. 마침 이웃 마을에 살던 조씨 성을 가진 처자와 마음을 나눈 사이였는데 처자의 하나밖에 없는 쌍둥이 여동생도 이 사내를 사랑했다. 두
2007-07-06 17:54- 초라한 부산 문화계의 마지막 자존심 새벽녘이었다. 시간은 여명이 트기에는 아직도 먼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동료와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중구 동광동의 인쇄 골목에 있는 기획출판사로 접근하였다. 기획사가 있는 빌딩의 정문 앞에는 자동차 두 대가 주차하고 있었는데, 그와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2층의 기획사로 올라갔다. 우리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자 기획사 여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었다. "인쇄물은 어디에 있습니까?" "옆 건물에 있는 인쇄소에 있으니까 안심해요." "잘 나왔지요?" "그럼, 잘 나왔지. 가만있자, 내가 샘플 좀 보여줄게." 여사장님은 잠시 내실로 들어가더니 깔끔하게 인쇄된 유인물을 가지고 왔다. 노란 갱지에 청타로 찍은 인쇄물은 우선 보기에도 산뜻했다. 먹물을 묻혀가며 등사기로 밀어서 나오던 조잡한 인쇄물과는 그 질이 현저하게 달랐다. 참 좋았다. 역시 돈 들인 보람이 있었다. 이 인쇄물을 내일 교내 행사에 뿌릴 생각을 하니 흐뭇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동료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 우린 해냈어! 필자는 이 동광동 인쇄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그 시절의 일이 생겨나 늘 미소가 빙그레 피어오른다. 늘 등사기로
2007-07-06 08:49-동해에 흐르는 관동별곡의 흔적을 따라(1) 고성을란 뎌만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서 단서는 완연하되 사선은 어디 가니, 예 사흘 머은 후의 어디 가 머믈고 선유남 영랑호 거긔나 가 잇난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고듸 안 돗던고 -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10수 중에서 위 노래는 송강 정철이 지은 가사 '관동별곡'의 제 10수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가사는 실제 노래로 연주된 가사(歌詞)와 문학으로 창작된 가사(歌辭)로 구별되는데, 정철의 관동별곡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며 창작 연대는 선조 13년인 1580년이다. 당시 정철의 나이는 45세였다. 관동별곡은 일종의 기행가사이다. 송강이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된 후 임지로 향하던 중에 방문했던 명승지를 뛰어난 문장실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한 구절 한 구절씩 흠향하면 문장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천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피어난 설중매의 은은한 향이 문장 사이에 배어있다. 그러면 관동별곡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노래한 것일까. 송강 정철이 치밀하면서도 부드러운 언어로 노래한 관동별곡에는 관동팔경의 모습이 담겨있다. 즉 고성의 삼일포,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2007-07-06 08:48차창 너머로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 주변에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름난 관광지…. 곳곳에 숨어 있다 여행객들의 발목을 붙드는 이름 없는 암자…. 동해안은 수평선과 맞닿은 하늘, 하늘 가득 그려놓은 구름까지 아름답다. 그래서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7번 국도로의 여행길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신이 난다. 초행길이라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만 바라봐도 행복한데 설악산과 낙산사까지 구경한다. 여행지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가 휴휴암이다. 휴휴암은 7번 국도로의 여행길에 잠깐이면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이지만 볼거리가 풍성하다. 휴휴암(休休庵)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온갖 번민을 내려놓고 쉬고 또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찰이다. 동해고속도로의 끝 지점인 현남 IC로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설악산 쪽으로 가다 보면 광진 휴게소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정표 앞에서 오른쪽으로 언덕길을 넘어가면 휴휴암이 숨어 있다. 지난달 23일 가족과 함께 찾은 휴휴암은 1997년 해안가에 세워져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한 작은 사찰이다. 풍광이 아름답고 주변에 특이한 바위들이 많아 짧은 창건 연대에 비해
2007-07-05 17:48‘여우’ 하면 어떤 단어가 생각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우’란 말을 들었을 때 ‘꾀가 많다’ ‘얄밉다’ ‘눈치가 빠르다’ ‘구미호’ 이런 말을 떠올립니다. 주로 학생들이 생각하는 말들입니다. 그럼 어른들은 어떨까요. 옛날 어른들은 약삭빠른 사람을 지칭할 때 ‘백여시’ 같다는 말을 주로 사용했어요. 백여시란 단어는 나이 든 여우처럼 능글맞고 교활하고 눈치 빠른 사람에게 쓰는 부정적인 말입니다. 그러나 ‘아기 여우’를 주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하라 하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답니다. ‘귀엽다’ ‘부드럽다’ ‘꼭 안아주고 싶다’ 등 주로 친근한 단어들입니다. 사실 여우는 우리 민족과 친근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무서운 존재로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렸을 땐 “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잠 잔다 / 잠꾸러기 /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세수한다 / 멋쟁이 /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 밤 먹는다 / 무슨 반찬? / 개구리 반찬 / 죽었니? 살았니? / 죽었다 (또는) 살았다 / 하며 여우놀이 같은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람의 간을 빼먹는다는 여우의 이야길 들을 땐 온 몸이 오싹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
2007-07-05 17:48월정사의 말사인 등명락가사(燈明洛伽寺)는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의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괘방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사찰로는 드물게 국도 변의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풍광 또한 뛰어나다. 등명(燈明)은 신령이나 부처를 위해 켜놓은 등불을 뜻한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강릉의 등화와 같은 존재다. 등명이라는 명칭도 이곳에서 공부하던 서생들이 심야에 괘방산에 올라 불을 밝히고 기도하면 과거에 급제했다는 연유에서 생겨났다. 등명락가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북쪽의 고구려와 동쪽의 왜구를 부처의 힘으로 막기 위하여 부처님의 사리를 석탑 3기에 모시고 수다사로 창건하였다. 그중 하나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등명사지오층석탑이다. 신라 말 전쟁으로 불에 탄 것을 고려 초기에 중창하며 등명사로 이름을 바꿨고 조선 초기에 폐사(廢寺) 될 때까지 번창하였다. 조선시대의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강릉도호부 동쪽 30리에 등명사가 위치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등명사의 쌀 씻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용왕이 노하셨기 때문에 임금의 눈에 안질이 생겼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임금의 특사가 배편으로 와보니 사실이라 절을 폐사시켰다는 이야기에서 등명사의 규모가 컸
2007-07-04 10:38- 미하엘의 한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를 읽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잠시 문예반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문예반에는 괴짜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은 박씨 성을 가진, 큼지막한 안경을 낀 선배였다. 그의 말 중에 아직까지 내가 잊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만일 우리나라가 영국처럼 강대국이었다면 우리는 송강 정철을 중국과 바꾸지 않겠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 저런 말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감동이 천천히 밀려왔다.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그 선배의 사고는 대단한 것이었다. 서구 중심의 획일적 사고를 벗어나자는 그 선배의 발언은 이후 두고두고 내 인생의 소중한 화두가 되었다. 그 선배의 말에 의해서인지 나는 그 후 셰익스피어로 대표되는 서구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제도 공간에 들어가서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었다. 한마디로 셰익스피어 희곡은 그 자체가 서구의 역사이자 문학의 정수였다. 소포클레스로 시작되는 서양 문학의 모든 것을 셰익스피어는 훌륭하게…
2007-07-04 08:55카터 미국 전 대통령은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사상 최악의 정부라고 비난했다. 그 이유로 부시 행정부는 역대 정부가 내세웠던 미국의 가치를 부시행정부가 뒤집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국의 가치’란 무엇일까? 내 생각엔 미국의 가치를 적절히, 멋있게 표현한 것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한 남자 포레스트 검프가 버스를 기다리며 옆에 앉은 흑인 여성에게 어릴 적 얘기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배경은 미국의 남부 ‘알라바마’. 우리에겐 미국민요 ‘멀고 먼 알라바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제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많은 걸 암시하기 때문이다. 모르면 별수 있나 물어보거나 찾아볼 수밖에. 우선 알라바마가 남부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미국지도를 펼쳐보았다.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와 그 옆의 미시시피 사이에 있었다. 미국의 중심부에서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 ‘멀고 먼 알라바마’였다. 미시시피 강 유역이라 그런지 지도는 파랗게 색칠되어 있다. 그 색깔만 봐도 평화로움과 풍요로움이 깃들여 있다. 정식이름은 앨라배마였다. 영화의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는 지능지수가…
2007-07-03 21:33음악 동회회원들이 서림복지원들 방문해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리포터가 근무하고 있는 서령고 음악선생님께서 자신의 전공 악기인 색소폰으로 봉사활동을 펼쳐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음악을 듣고 희망을 되찾는 분들이 있는 한 우리의 연주는 계속될 겁니다."라고 말하는 최용재 교사는 색소폰 동호회인 '서산한울색소폰앙상블회'의 회원으로 매년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 무료 색소폰 연주회를 갖고 있다. 지난 6월 1일에는 장애우들의 쉼터이자 생활공간인 서산시 음암면 율목리 서림복지원을 찾아 '아기 공룡 둘리'를 비롯해 장애우들의 마음을 안정시켜 줄 만한 따듯한 동요와 가곡 20여 곡을 선사했다. 복지원 강당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의 장애우들은 이날 서산한울색소폰앙상불회원들이 연주하는 자선 연주회를 감상하며 모처럼 만의 감미로운 선율에 심취했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회원들이 손수 준비한 과일과 음료수들을 장우들과 함께 먹으며 대화도 나누는 등 교감의 시간을 보냈다. 이정호 앙상블 회장은 "음악을 통해 장애우들에게 소통하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자는 회원들의 뜻이 모아져 공연을 갖게 됐고 가을에는 야외 연주회도 열기로 약속했다"며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무
2007-07-03 13:09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땅덩어리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 볼거리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그런데도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여행 성수기가 되면 해외여행객들로 공항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해외여행에 앞서 가까이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나 관광지를 찾아보는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새로운 것, 새롭게 시작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하면 매일 그 자리에서 뜨는 해일지언정 남다르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정동진보다 해돋이로 유명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해돋이의 중심에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정동진역이 있다. 매일 청량리역에서 해돋이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 이곳 정동진역은 1994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람들은 탤런트 고현정이 정동진역에서 형사들에게 체포되는 장면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그 당시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소나무는 '모래시계(고현정) 소나무'로 불릴 만큼 유명세를 타면서 연인들이 추억 남기기를 하는 기념촬영 장소가 되었다. 정동진역은 작고 아담한 역사 때문에 더 정이 가고 바다와 어우러진 주변의 풍광 때문에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역 구내에서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게 매일…
2007-07-02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