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영신의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를 보며 예전에 어느 책에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세계 유수의 언어학자들이 모여 여태까지 지구상에 나타난 언어 중에서 가장 조직적인 언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모든 언어학자들이 '러시아어'를 1위로 꼽고 한글을 2위로 꼽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해인가, 역시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영어가 1위였고, 한글이 또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결국 한글이 가장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이야기라고 그 책에서는 결론을 내렸다. 참 맞는 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는 분명히 한글임에 틀림없다. "언어란 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할 수 있는 배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님이 설파한 말씀이다. 가슴에 폭폭 와 닿는 소중한 말이다. 그리고 과연 내가 이 한글을 제대로 잘 쓰고 있는 가하는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귀한 말이다.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의 저자인 남영신씨는 그 이력이 자못 특이한 분이다. 국어에 관계된 여러 저서를 펴낸 분이기도 하고, 우리말 사전 편찬에도 관계하신 분이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었다. 가만 생각해보
2007-07-25 22:48체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 내한공연 'KT 가족과 함께 하는 한여름의 음악회'가 지난 23일(월) 저녁 7시 30분 청주시민회관에서 있었다. 이날의 음악회는 진양혜 KBS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가까이서 보니 프로그램에 쓰인 대로 이미지가 밝고 야무지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진행해 진행자에게도 여러 번 박수가 쏟아졌다. 진행자의 체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에 대한 소개로 음악회가 시작되었는데, 필하모닉 합창단을 대표한 체코의 어린이들이 한국어로 인사를 하면서 처음부터 관객들과 하나가 되었다. 1부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이 스메타나의 오페라 중 도입 합창, 드보르작의 반지('모라비아의 노래' 중에서)·유모레스크, 모차르트의 글로리아·아베 베룸코르푸스 등 체코와 세계의 합창곡을 노래했다. 2부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의 체코와 세계의 민요, 게스트로 출연한 청주 안젤루스 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의 가시리와 찬송이 이어졌다.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과 안젤루스 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은 얼굴이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화음을 맞추며 우리나라의 민요 도라지, 노을, 아리랑을 불렀다. 진행자인 진양혜 아나운서는 두 합창단의 어울림을 칭찬하며…
2007-07-25 09:46- 동해안의 관동별곡(5) 왕이 피서를 갔다는 강이라고 해서 왕피천인가 왕이 피난을 갔다고 해서 왕피천인가. 울진군 근남면 신포리에 가면 이 왕피천이 모래사장을 휘돌아가면서 동해와 만나는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앞에는 만경창파가 빙옥처럼 펼쳐져 있고, 뒤에는 천년 세월을 이긴 송림들이 망양해수욕장의 은모래 빛을 받으며 고적하게 서 있다. 그리고 그 중간지점에 울연한 소나무 사이로 아스라이 보이는 정자 하나가 있으니, 바로 관동별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망양정이다. 천근을 못내 보와 망양정의 올은말이/바다 밧근 하늘이니 하늘 밧근 므서신고, 갓든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대/블거니 쁨거니 어지러이 구난디고. 은산을 것거 내여 육합의 나리난 듯/오월 장천의 백설은 무사 일고. 금강산에서 시작된 정철의 관동별곡은 울진의 해변 언덕에 자리한 망양정에서 마침내 그 절창을 마치게 된다. 숙종이 관동팔경을 그린 그림을 보고 난 후 가장 낫다고 하여 친히 ‘관동제일루’라는 편액을 하사한 망양정. 사실주의의 대가이자 진경산수화풍을 창안한 겸재 정선이 두 폭의 그림을 남긴 망양정에서 정철은 길고 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송강은 고래처럼 노한 모습으로 흰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를…
2007-07-24 20:13- 어리숙하게 생긴 용한 점쟁이 '바보'라는 말을 사전에 찾아보면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 우리가 어릴 때 쓰던 의미로는 입을 헤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비실비실 웃고 다니면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고 했다. 이 바보라는 말의 어원이 또 재미있다. '밥+보'에서 'ㅂ'이 탈락된 형태로 되면서 '바보'가 되었다는 것인데, '보'는 울보, 겁보, 느림보와 같이 사람을 나타내는 말에 해당된다. 따라서 바보란 말의 원래 의미는 밥만 먹고 하릴없이 노는 사람을 가리키며, 그런 사람을 경멸하여 현재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나 멍청이를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밥통'이라는 속된 표현이 이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바보'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선천적인 바보, 후천적인 바보, 의도적인 바보, 상황에 의한 바보, 그리고 명예로운 바보 등등. 때론 꼭 병이나 미치지 않더라도 '어리버리'하거나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바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은 누구나 한 번씩 바보가 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사랑에 빠졌을 때이다. 이때 바보의 의미는 아무 생각이 없이
2007-07-24 20:13“무슨 책을 그렇게 읽으세요?” “응, 맛난 책.” “참내, 책이 뭣이 맛있어요. 무슨 음식이에요.” “아냐, 책도 맛난 것이 있고, 맛없는 것도 있어. 어떤 것은 씹어도 팍팍해서 뱉어내고 싶은 게 있고, 생각날 때마다 빼먹고 싶은 곶감 같은 책도 있어. 너도 읽어 봐 시험 끝나면. 생각이 넓어질 거야.” “책이 뭔데요?” “‘조선 지식인의 아름다운 문장’이라는 책이야. 너도 알고 있는 정약용, 박지원, 유몽인, 이덕무, 강희맹 같은 분들의 글을 모은 책인데 그들의 일상적인 사는 이야기를 적어 놓았지. 그러면서도 생각의 맛과 풍류를 엿볼 수 있어.” 쉬는 시간 입시 상담을 하러 온 한 학생과의 간단히 이야길 나누었던 장면이다. 흔히 박제가나 정약용, 박지원 같은 분들의 글이라 하면 어렵고 딱딱하고 관념적인 글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옛사람들의 글 대부분이 그럴 거라 지레 짐작한다. 그건 아마 그들이 쓴 글이 한문으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껏 고전이라고 읽고 소개받았던 책들을 보면 대부분이 서양의 고전이거나 무슨 담론을 이야기한 것들이다. 그래서 고전 하면 가장 먼저 어렵
2007-07-23 17:37-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 기념관 여름 하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과일이 하나 있다. 녹색 바탕의 축구공 같은 몸통에 검은 줄이 화선지의 먹처럼 번져 있는 '수박'이 바로 그것이다. 수박을 영어로는 '워터멜론(water-melon)'이라고 하며, 한자어로는 '수과(水瓜)'라고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박은 물이 참 많은 과일이다. 녹색의 몸통을 지닌 수박에 큰 부엌칼을 찔러서 아래로 슬쩍 힘을 주면, 잘 익은 수박일수록 두 쪽으로 발랑 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쩍 벌어지는 소리를 내며 두 개의 반원으로 분리되는 수박은 붉디붉은 속살을 사람들에게 유감없이 시위한다. 그리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수박향의 신선함이, 맑은 물 속의 은어를 닮은 향이 분수처럼 코끝을 자극한다. 어머니께서 먹기 좋으라고 여러 쪽으로 분리한 수박을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는 어느새 수박의 물이 울컥 고이게 된다. 그 달고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이지 않던가. 그런데 이렇게 맛있고 달디 단 수박에게는 결정적인 결함이 하나 있다. 수박의 과육에 촘촘히 박혀 있는 검고 윤기 나는 타원형의 씨가 그것인데, 어쩌다가 과육과 함께 오도독 씹히
2007-07-23 17:33- 영화평 조승우 주연의 을 보고 지난 1989년에 초연된 영화 은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였다. 자폐아의 행동거지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너무 돋보였던 영화였다. 동생의 여자 친구가 키스를 하고 난 후 기분이 어땠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wet(축축했다)"이라고 말하는 형의 순진무구함이 묻어나는 영화였다. 찰리(톰 크루즈 분)는 자폐아인 형을 이용하려 하지만 형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천진난만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다. 3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받은 형을 찾아온 찰리는 그가 자폐아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몸은 30대이지만 지능은 이제 겨우 5살 정도인 형을 잘만 이용하면 막대한 유산은 그에게 돌아온다. 또 그 바보 같은 형에게 천재적인 기억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찰리는 그를 이용한 도박에서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제는 남모르는 가정사의 비극을 뒤로 한 채 점차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 이 감동적인 이유는 형제간의 애정이 잔잔하게 진화하는 것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는 또 다른 의미의 자폐아 영화였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자폐아 영화라기보다는 저능아 영화에 속했다. 포레스트(톰 행크스)는 다
2007-07-22 12:47역사와 관련한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우리와 우리 주변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문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우리고 알고 있던 이면에 또 다른 것들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곤 자신의 과문함을 탓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린 역사를 바라볼 때 승자의 처지, 있는 자의 처지에서 기록하고 남긴 것들을 중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배웠다. 그러면서도 어떤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려는 모습이나 태도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건 아마 그러한 것들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서인지 모른다. 이러한 것들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하게 한 책이 있다. 박노자의 이다. 러시아 출신으로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박노자는 이 책에서 역사의 뒤편에 감춰졌던 이야기나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언급되지 않았던 이야기들, 그리고 과거의 사건이 현대에도 되풀이되는 역사적 아이러니들을 비판적 관점에서 들려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의 시각은 상당히 좌파적이다. 그래서 선한 웃음 뒤에 숨은 미국의 냉혹한 비수를 비판하기도 하고, 피를 먹고 자란 일본 신문을 통해 우리의 족벌 언론을 돌아보기도 한다. 또 하나, 현재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는 비정규직
2007-07-21 18:09- 부산 서민들의 여름 먹을거리, 밀면을 찾아서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여름에 가장 생각나는 음식과 과일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수박과 냉면이라고 할 수 있다. 수박을 한자로 수과(水瓜)라고 하는데, 이는 물이 많은 과일이란 뜻이다. 그리고 냉면을 한자로 쓰면 '冷麵'이 되는데 '찰 랭'자에 '밀가루 면'자를 쓴다. 즉, 냉면은 면으로 만든 차가운 음식을 말하는데, 흔히 우리들이 먹는 냉면은 메밀로 만든 평양식 냉면(물냉면)과 감자 전분으로 만든 함흥식 냉면(비빔냉면)을 일컫는다. 냉면은 후텁지근한 여름에 우리의 입맛을 돋우어주는 고마운 음식임에 틀림없다. 입안 가득히 면발을 집어넣은 후 이빨이 부서져라 아작아작 씹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게다가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달짝지근한 육수를 후루룩 마셔대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시원한 쾌감이 몰려온다. 기사를 쓰는 필자의 입에도 어느 새 군침이 살짝 도는구나. 그런데 여름철에 부산에 오면, 냉면과 모양이 비슷하면서도 맛이나 향이 사뭇 다른 '밀면'이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밀면이란 말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는데, 흔히 밀가루로 만든 냉면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밀면'은 부산식 냉면이라고 보면…
2007-07-21 09:21- 동해안의 관동별곡(4)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흐르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 가니, 차라리 그 그림자를 한강의 남산에 대고 싶구나. 관원의 여행길은 유한하고 풍경은 내내 싫지 않구나. 그윽한 회포도 많고 나그네 시름도 둘 곳이 없다. 신선의 뗏목을 띄워 내여 북두칠성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려 단혈이라는 동굴에 머물러볼까?” 송강은 삼척에 있는 죽서루의 절경을 보고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관원으로서의 의무만 없다면 그윽한 회포와 나그네 시름을 죽서루에서 실컷 풀고 싶다고 했다. 또한 신선의 뗏목을 오십천에 띄워서 북두칠성 견우성으로 가고 싶다며 칭얼거렸다. 이렇듯 ‘죽서루’는 송강의 맘을 단번에 사로잡았을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죽서루는 조선 초기의 누각으로써 세워진 연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고려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추정할 뿐이다. 현재의 누각은 태종 때의 삼척부사 김효손이 고쳐지었다고 한다. 예전 전통 건축 공법 중에 그랭이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자연 초석 위에 기둥을 세우기 위한 기술적 방법을 말함인데, 죽서루에는 이런 그랭이법이 아홉 군데 정도 적용되었다. 즉, 아홉 군데의 자
2007-07-21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