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평 폴 버호벤의 블랙북을 보고 '블랙'이란 말은 군사 정보 계통에서 자주 쓰는 말 중의 하나이다. 블랙박스는 항공기의 모든 비행 정보를 담은 상자를 말한다. 비행기가 추락할 시 가장 먼저 회수하는 것이 블랙박스다.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핵 강대국의 정상 옆에는 핵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암호를 담은 검은 가방이 항상 따라다닌다. 이른바 '핵 가방'이다. 또 국가의 1급 정보를 담고 있는 책자를 '블랙북'이라고 부른다. 블랙북에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정보가 담겨 있다. 블랙북에는 음모와 거짓, 진실이 함께 담겨 있다. 그 내용이 공개되면 엄청난 불행을 가져다주는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영화 블랙 북은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엄혹한 상황 하에서 벌어지는 공작과 거짓, 진실을 다룬 영화이다. 유대인 출신의 여자 스파이가 전쟁이라는 상황 하에서 가족과 조국, 사랑의 계곡을 위험스레 넘나드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초적 본능으로 유명한 폴 버호벤 감독의 원숙미와 예술적 감각, 기막힌 스토리 전개 등이 너무나 돋보이는 영화가 바로 블랙북이다. 블랙북에는 네 가지 이야기 구조가 거미줄처럼 완벽하게 짜여 있다. 영화의 퍼스트 시퀀스는 이스라엘에서 학생들을 가
2007-08-04 14:57어제 저녁 드디어 개봉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D-War)를 보러 갔다. 며칠 전부터 두 아들이 보고 싶어한 영화이기도 하고, 나역시 한 때 우리나라 최고의 개그맨이었던 사람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소재가 우리나라 이무기의 전설이 바탕이 된다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다. 아이 아빠 퇴근시간에 맞추는 것과 저녁밥을 어렵게 해결하고 네 식구는 모두 영화관으로 향했다. 첫날이어서 앞에서 네 번째 좌석 밖에 없었다. 조금 가깝기는 해도 시간에 맞춘것에 감사하며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첫부분에 등장하는 한국의 민속화와 용그림이 외국배우들에 의해 소개되니, 나도 모를 뿌듯함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우리 나라의 풍광이 다소 어색해 보였지만, 이 영화가 전통드라마가 아닌 SF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용서가 되었다. 줄거리는 아주 오랜 옛날 우주에는 천상을 지배하는 용과 그를 후계하기 위해 수행하는 이무기들이 있었다. 이무기가 하늘의 용이 되기 위해선 가장 순수한 물질, 여의주가 필요했다. 현재로부터 500년전, 한반도의 조그만 마을에 여의주를 품은 한 '나린'이란 이름의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때를 기다리던 악한 이무기 '부라퀴'는 여의주를 취하여 천상을
2007-08-02 21:18- 산, 바다,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여름철에는 아무래도 물놀이가 제격이다. 쟁명하게 내려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푸르청청한 물속으로 몸을 담근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쾌청한 물속으로 쑥 들어가는 순간, 온 몸에 진득하게 붙어있던 소금 땀이 일시에 녹아내리고 엄지발가락에서 정수리 머리털까지 냉기가 찬란하게 몰려온다. 어, 시원하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면서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느꼈던 포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년 여름이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이 물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바다로 계곡으로 몰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용한 휴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여름이 무척 싫을 수도 있다. 계곡은 계곡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들로 옥작복작거리기 마련이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더미와 바가지요금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저 조용하고 깨끗한 곳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놀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지. 그런 휴가지라면 시쳇말로 정말 짱인데 말이다. 그런데 부산시 기장군에 가면 이런 짱이라는 이야기를 들음직한 휴가지가 하나 있다. 이곳은 송정해수욕장에서 불과 20분의 거리에 있는 깊은 계곡인
2007-08-01 22:42지금 피서를 떠난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바로 충남 보령시 청라면 의평리에 자리한 냉풍욕장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대천나들목을 빠져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청양방면으로 길을 나선다. 청천저수지를 끼고 2㎞정도 달리다 청보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해 1.8㎞를 달리면 성주산 자락에 들어선 냉풍욕장과 만난다. 필자가 2주전 5일간 떠난 충남여행에서 새로이 다녀온 여행지 중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보령 냉풍욕장이다. 보령은 한때 석탄을 채취하던 광산이 모여있던 곳이다. 이제는 폐광이 된 것을 냉풍욕장으로 관광자원화한 것이다. 폐광의 부활은 이곳 주민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연간 20여 만명의 관광객이 냉풍욕장을 다녀가고 있으며, 폐광의 찬바람을 이용해 버섯을 재배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연간 150억원에 이른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곳의 굴 길이는 5km에 이르는데, 이중 200m 길이의 유도터널이 냉풍욕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년 4~10월 사이 약 12~14도 정도의 찬바람이 나온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찬바람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풍속은 최고 초속 6m로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찬바람에 한기가 느껴질 지경이라 여름철 피서지로 더없이 좋은 곳이다. 관리사무실을 겸
2007-08-01 10:21- 영도 아리랑 고개의 유래 우리나라 사람에게 ‘아리랑’이라는 단어만큼 친숙하면서도 비애를 느끼게 하는 말이 있을까. 또한 ‘아리랑’만큼 해학성과 풍자성을 드러내는 말이 있을까. 그리고 ‘아리랑’만큼 미스터리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그 누구도 아리랑이라는 말의 정확한 어원을 모른다. 그 누구도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으며, 또 어떤 경로를 타고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 그렇게 광범위하게 퍼졌는지 모른다. 님 웨일즈의 이 비운의 혁명가 김산의 아리랑이라면, 은 영화 ‘서편제’의 한 많은 여인, 송화의 아리랑이다. 통인에게 억울하게 죽은 아랑의 한이 돌고 돌아 을 만들었다면, 아우라지 강가에서 넘치는 강물을 원망하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여랑리 처녀와 유천리 총각의 안타까움은 을 낳았다. 현재 우리나라에 구전하는 아리랑의 종류는 50여종 3000여수라고 하는데, 이 수많은 아리랑에는 ‘아리랑 고개’라는 말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그럼 도대체 우리 민족에게 ‘아리랑 고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왜 하필이면 아리랑 고개라고 했을까?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산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산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산에는 반드시 고개가 있기 마련이며,…
2007-07-31 18:35- 부산의 명물, 동굴술집에서 무더운 여름이다. 조금만 걸어도 온 몸에서 땀이 후줄근하게 배어 나온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보지만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밤이라고 무더위가 수그러들지도 않는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이렇게 덥고 짜증날 때 생각나는 그 무엇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뼈 속까지 얼리는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다. 그런데 이왕이면 찬 기운이 절로 스며 나오는 동굴에서 이 막걸리를 마신다면 그 얼마나 시원할까? 조금만 앉아 있어도 다리 아래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동굴 술집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 이 동굴술집을 부산 동구의 좌천동이라는 곳에 가면 2군데나 만날 수 있단다. 섭씨 30도의 무더위를 비웃기라도 하는 서늘함을 안겨주는 곳이란다. 부산을 한자로 쓰면 '釜山'이라고 하는데 이 '釜'자는 가마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헌에 의하면, 부산의 원래 지명은 부산포(富山浦)였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점차 흐르면서 '솥'을 의미하는 '富'자가 가마를 뜻하는 '釜'로 바뀌어 '釜山'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부산은 동평현에 있으며 산이 가마를 닮은 형국이고, 그 아래
2007-07-27 20:358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심형래 감독의 영화 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기자시사회도 열렸기에 기자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영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말들이 많다. 영화의 흥행여부 뿐만 아니라 감독의 학력의혹 등 영화와 관계가 없는 사항까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무튼 이 고조된 분위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복잡 미묘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한 것 같다. LA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 단서는 단 하나,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비늘뿐이다.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은 어린 시절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들었던 숨겨진 동양의 전설을 떠올리고. 여의주를 지닌 신비의 여인 세라(아만다 브록스)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무기의 전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전설의 재현을 꿈꾸는 악한 ‘이무기’의 무리들이 서서히 어둠으로 LA를 뒤덮는다. 여기에 이무기의 이름이 ‘부라퀴(Dark Imoogi)’이다. 이 ‘부라퀴’는 길이가 200m, 높이가 9m이며 식성은 잡식성으로 채식, 육식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다른 추종자들이 부라퀴를 섬기는 이유가 절대 악이라고 해도 좋은 만큼 이
2007-07-26 21:06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채석강과 적벽강, 오랜 역사와 수수함이 묻어나는 내소사 때문에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관광지가 변산반도이다. 내소사는 곰소항과 가까운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서 북쪽으로 1.2km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이웃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 선운사의 말사로 633년(무왕 34년) 혜구두타 스님이 창건하여 ‘소래사(蘇來寺)’라고 하였다. 이 곳에 처음 절을 세우며 큰 절은 ‘대소래사’, 작은 절은 ‘소소래사'라고 하였는데 대소래사는 불타 없어지고 지금의 내소사인 소소래사만 남았다. 1633년 청민이 대웅보전을 지어 중건하였고, 1640년에 청영이 설선당과 요사를 건축했다. 1983년 일주문을 세우고, 1986년 천왕문을 지었으며, 1988년 요사인 진화사를 건립하였고, 1995년 수각과 종각을 짓고 범종을 조성하였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만나는 전나무 숲길은 전나무 향기가 가득해 매력적인 산책로이고, 전나무 숲길을 벗어나면 사천왕문까지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가을의 내소사를 더 아름답게 한다. 경내에 들어서면 수령이 약 500여년 되는 할아버지 당산 느티나무와 높이 20mㆍ둘레 7.5m로 수령이 약 1000여년 되는 할머니
2007-07-26 09:00- 남영신의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를 보며 예전에 어느 책에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세계 유수의 언어학자들이 모여 여태까지 지구상에 나타난 언어 중에서 가장 조직적인 언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모든 언어학자들이 '러시아어'를 1위로 꼽고 한글을 2위로 꼽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해인가, 역시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영어가 1위였고, 한글이 또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결국 한글이 가장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이야기라고 그 책에서는 결론을 내렸다. 참 맞는 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는 분명히 한글임에 틀림없다. "언어란 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할 수 있는 배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님이 설파한 말씀이다. 가슴에 폭폭 와 닿는 소중한 말이다. 그리고 과연 내가 이 한글을 제대로 잘 쓰고 있는 가하는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귀한 말이다.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의 저자인 남영신씨는 그 이력이 자못 특이한 분이다. 국어에 관계된 여러 저서를 펴낸 분이기도 하고, 우리말 사전 편찬에도 관계하신 분이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었다. 가만 생각해보
2007-07-25 22:48체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 내한공연 'KT 가족과 함께 하는 한여름의 음악회'가 지난 23일(월) 저녁 7시 30분 청주시민회관에서 있었다. 이날의 음악회는 진양혜 KBS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가까이서 보니 프로그램에 쓰인 대로 이미지가 밝고 야무지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진행해 진행자에게도 여러 번 박수가 쏟아졌다. 진행자의 체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에 대한 소개로 음악회가 시작되었는데, 필하모닉 합창단을 대표한 체코의 어린이들이 한국어로 인사를 하면서 처음부터 관객들과 하나가 되었다. 1부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이 스메타나의 오페라 중 도입 합창, 드보르작의 반지('모라비아의 노래' 중에서)·유모레스크, 모차르트의 글로리아·아베 베룸코르푸스 등 체코와 세계의 합창곡을 노래했다. 2부는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의 체코와 세계의 민요, 게스트로 출연한 청주 안젤루스 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의 가시리와 찬송이 이어졌다. 필하모닉 소년소녀 합창단과 안젤루스 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은 얼굴이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화음을 맞추며 우리나라의 민요 도라지, 노을, 아리랑을 불렀다. 진행자인 진양혜 아나운서는 두 합창단의 어울림을 칭찬하며…
2007-07-25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