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라면 누구나 중·고교 시절을 회상할 때 ‘두발의 추억’에 젖게 된다. 한창 꿈 많고 혈기방장한 시기에 일률적으로 머리를 짧고 단정하게 정리하라고 단속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두발 자유화가 입시부담에 짓눌린 학생들에게 획일적 교육제도의 틀을 벗어나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코드’처럼 인식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대학이나 사회에서 머리를 맘껏 기르고 치장하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그때 선생님과 부모님이 왜 그렇게 두발 규제에 신경쓰셨는지 말이다. 최근 상당수 학생들이 학교의 두발제한 규정을 ‘현대판 주홍글씨’로 규정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반발하고, 심지어 ‘일제 잔재’ 운운하며 “시대착오적 규정”이라고 공격한다고 한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표현방식과 강도는 다소 달랐지만 우리 기성세대도 학창시절 비슷한 불평불만을 가졌던 기억이 생생하니까.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어려서 모른다”고 윽박지를 의도는 조금도 없다. 다만 교사나 학부모에 앞서 인생의 선배로서 나무보다 숲을, 부분보다 전체를 보자고 권하고 싶다. 사춘기 학생들이 모방심리에 따라 내면보다 외모에 치중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른 중에도…
2005-05-25 13:43우리나라 교육환경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어온 교육재정 ‘빈혈’ 현상이 올 봄 황사바람처럼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 2005년도 교육예산이 한창 집행되어야 할 현재, 일선 교육청은 부족한 예산 적자 메우기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경기도 등 학령인구 급증지역의 경우 이 같은 어려움은 일일이 말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최근의 경제 불황의 여파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덜 걷힌 교육세가 무려 1조 165억에 이른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안에 잡혀 있던 교육세 목표액 4조 2000억 중 24%에 해당하는 1조원 이상의 세수 결함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순세계잉여금 마이너스 분 461억원과 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에 따른 재원 감소분 780억을 충당하기 위해 최소한 800억원의 지방채를 금년 중 추가 발행해야 한다. 이 같은 실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시도교육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인 것이다. 경기침체에 의한 교육세 감소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해 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결과가 급기야는 세수 감소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정기국회
2005-05-18 09:24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면 단연히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회가 있는 날이면 최선을 다해 달리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이 날을 위해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지난 2주 동안 체육시간마다 운동장에서 따가운 햇살과 뿌연 모래바람을 친구삼아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아침에 모두가 들떠 있었다. 운동회라는 것이 아이들이나 선생님, 학부모 모두에게 큰 행사임에는 틀림이 없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1년에 한번 있는 기쁜 날이다. 하지만 이 날의 기쁨은 오후 운동회를 마칠 때쯤,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운동회 하이라이트인 청백계주 선수가 대기하고 있을 때, 5반의 한 아이가 씩씩거리며 우리 반 제일 앞줄에 있는 아이에게 다가와 주먹을 쥐고 때릴 태세를 하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1반 아이가 돌을 던졌어요”라는 것이다. 혹시 눈에는 들어가지 않았나, 얼굴에 상처는 입지 않았나 살펴봤더니 아이가 “다친 데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 아이가 지목한 우리 반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지목당
2005-05-13 13:43피천득의 `인연’은 잊을 수 없는 세 번의 만남을 그린 수필로 유명하다. 내게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그 첫 번째 인연은 코흘리개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에 시작됐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어느 봄날이었다. 춘천의 작은 농촌지역에 살고 있던 나는 마땅히 놀 만한 친구도 없었고, 고작 언니들이나 부모님께 들은 동화책 내용이나 읊조리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담임선생님께서는 항상 우리를 신나게 만들어 주셨다. 고작 헐떡거리며 시간표를 따라가고 있는 지금의 나와는 사뭇 달랐다. `음악시간에는 직접 피아노를 치시며 노래 불러주셨고, 나로서는 엄두도 못내는 작문지도나 생활지도도 꼼꼼히 해주셨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약간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나를 채찍질하게 된다. 특히 무척이나 내성적이었던 나는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다. `내가 배울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에 모든 것을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나오는 나무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놀아주고 자신의 열매며 나뭇가지, 심지어는 줄기까지 모두 나눠주면서 행복해 하는…
2005-05-13 13:42
금년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는 ‘교직윤리헌장’과 ‘우리의 다짐’ 선포식도 함께 이루어진다. 새롭게 탄생한 교직윤리헌장과 우리의 다짐은 제정된 지 23년이 된 ‘사도헌장’과 ‘사도강령’을 대체하게 된다. 기존 사도헌장과 사도강령은 그 형식과 내용 그리고 표현에서 오늘날의 교직정서와 시대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최근 교육계는 입시부정 및 성적관리 부정 사건으로 신뢰가 추락해 교직윤리를 재정립하고 자정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런 차원에서 자정운동의 계기를 마련할 새 윤리헌장 제정에 합의가 이뤄졌고 교육자들에게 좀 더 친밀하고 실천적인 내용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검토와 여러 단계의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제정된 ‘교직윤리헌장’과 ‘우리의 다짐’은 우리 교육자와 국민 다수가 참여해 만든 공약(公約)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헌장은 첫 문장에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교육자의 책무’를 강조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마지막 문장에서 ‘사랑과 정직과 성실에 바탕을 둔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 마지막 문장은 포괄적 윤리실천의 다짐이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예시한 것이 우리의 다짐 10개 항목이며
2005-05-12 10:36
교육부가 내년 2월까지 66개교를 시범운영하고 2007년부터 새 교원평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조사했는지 국민의 80%가 교원평가를 찬성한다고 하며 주요 신문들도 찬성 쪽으로 사설과 기사를 싣고 있어 교사들이 왕따 당하고 코너에 몰려있는 참담한 분위기다. 더욱이 교육부가 앞장서서 여론을 몰아가고 있어 더 슬프다. 다면평가를 한다며 교사라는 시체를 뜯어먹기 위해 사자, 이리, 하이에나, 독수리 떼들이 몰려들고, 인민재판식 몰이로 몰고 가는 느낌에 울분을 참을 수 없다. 학부모와 국민들은 교원들이 평가를 안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교원 선발제도와 평가제도는 이미 존재하고 시행되고 있다. 이런 제도를 만든 것도 교육부이고 잘못 이용되게 한 것도 모두 교육부이다. 우선 교육부는 교원 근평제도의 운용에 있어 자신의 무능과 잘못을 시인, 사과하고 이를 고치는 일부터 했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현 근평제는 폐지한다는 것인가? 우선 새 교원평가의 목적이 ‘능력개발’인데 평가를 통해서 능력을 개발한다는 부정적 접근방식은 목적달성은 커녕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교원이 평가가 무서워서 능력을 개발하겠는가? 능력개발을 위해서는 연수,…
2005-05-11 10:12교원평가를 두고 정부와 교원단체 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된 것은 교직사회의 여론은 외면한 채 오직 국민여론만을 내세워 인기에 영합하려는 교육부 관료들의 독점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육정책의 전횡이 아직도 계속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수업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으로 1년에 한 두 차례의 공개수업만을 그것도 학생, 학부모까지 참여시켜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정책이야말로 탁상행정과 졸속 정책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원평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학교교육의 모든 문제가 마치 교원들의 책임인 것으로 뒤집어씌우고 있으며, 교원들이 아무런 평가도 받지 않는 ‘철 밥통’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실상이 그러한가. 지금도 매년 ‘근무평가제도’에 따라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공개수업 등을 통해 다양한 장학활동을 해오고 있지 않은가. 우리 교육의 문제는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가로 막는 타율적이고 관료적인 교육구조에 더 큰 원인이 있지 않은가. 단언컨대, 지금과 같은 교육부가 졸속적인 교원평가방안을 강행할 경우 수업의 질 제고는커녕 평가의 형식화와 교직사회의 갈등 초래로 결국 약보다는 독이 될 것이다. 따
2005-05-09 10:06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다.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16개 시·도교육청은 2005년 1조 3천억원에 이르는 적자예산을 편성하였지만, 교원인건비는 약 6,700억원 부족하게 편성되고 교육환경개선사업비와 교육사업비 등은 2004년에 비해 약 25% 감축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04년도 지방교육양여금(국세 교육세) 결손액이 1조 165억원에 달하여,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 교육청마다 재정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인건비와 학교운영비를 제외한 전체사업비의 10%를 절감할 것을 목표로 미발주 시설사업은 일시 중지하고 사업을 전면 재조정할 것 등을 지시했고, 어느 교육청은 학교운영비마저 재조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부도위기에 처했던 IMF사태에도 교육재정이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 교육재정이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은 잘못된 정부정책에 있다. 2004년 12월 초·중등교육재정의 규모를 결정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개정되어 2005년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정부는 개정법이 초·중등예산을 향후 4년 동안 1조 5천억 원 이상 증액시킬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개정법이 적용된 첫 해인 2005년에 초·중
2005-05-09 10:05올 고교 1학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는 정부가 당초 주장한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과는 반대로 학생들에게 무한 내신경쟁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교육 의존만을 높여가고 있다. 내신의 중압감 속에서 ‘고1 교실’의 긴장감과 파행상이 극심하고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교육부는 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애써 치부하는 듯하다. ‘고1교실’의 내신 중압감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해법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교육부와 서울대 등 유명 대학들은 2008학년도 대학별 전형기준 발표를 앞두고 논술·적성고사의 방법과 비중을 놓고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1등급이 무려 2만 4000 여명이어서 변별력을 보완해야 하고 과잉 내신 경쟁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대학별로 시행하는 논술·적성고사 비중을 높이는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학 측의 주장인 반면 교육부는 종래의 대입 본고사 금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점차 비등해지고 있다. 입시제도 변경에 따른 교육적 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는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라는 소위
2005-05-09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