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대하가 제철이란 소문을 듣고 간월도의한 횟집을 찾았다. 소금 위에서 부끄러운듯 새빨갛게 익어가는 대하도 먹음직스러웠지만,리포터는 식당 한가운데에 설치해놓은 유물들에 더 눈길이 갔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지금은 모두 사라져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생활도구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우리의 전통 생활 방식도 엿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소중한 기회였다. 사발, 다기, 조리, 맷돌, 절구, 병풍, 풍구, 석쇠, 호미, 지게, 소쿠리, 벼루, 참빗, 조세 등등. 지금은 그 이름마저도 생소한 우리의 손때가 묻은전통 생활도구들이다. 놋그릇(유기)들이다. 시퍼렇게 녹이 슨 그릇들을 꺼내어잿물을 묻힌 다음, 밤새도록 문지르며 윤을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떡을 받치던 안반이다. 떡메를 번쩍 쳐들었다가 철썩철썩 여러 번 내려쳐야만 야들야들하고 맛있는 떡이 된다 바지락과 굴 따위를 캐는데 필요한 소쿠리와 조세이다. 조세는 땅을 파는 것 외에도 조개껍질을 탈각하는데도 쓰이는 유용한 도구이다. 세월의 흔적이 잘 드러난 놋세 양푼. 얼마나 오래되었으면 양푼 안쪽에 음영이 그대로 드러난다. 도량형의 기초단위인 됫박과
2007-09-18 09:242박3일 마지막날 산행코스는 금강산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만물상코스였다. 그런데 하늘의 심술일까? 아니면 우리 일행이 운이 없는 것일까 호텔창밖에는 초가을비가 그칠줄 모르고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서 조장(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니 만물상 등산코스의 약 2/3 지점인 주차장까지 일단가서 산행을 할 사람은 등산길을 오르고 산행을 안할 사람은 온정각으로 내려와서 온천을 하던가 자유시간을 즐기라고 한다. 우의를 입고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택하여 앞사람이 부딪힐정도로 등산로가 꽉차서 걸음이 빠른 사람들은 답답해하면서 틈만나면 추월을 해야만 했다. 계곡에는 많은양의 물이 힘차게 소리를 내며 흘렀고, 산 절벽에는 물이 많이 흐를때만 볼수 있는 폭포가 많이 보인다. 등산로에도 물이 넘쳐흘러서 등산화속으로 물이 들어온다. 산정상쪽으로는 안개가 덮혀서 과연 산에 올라가도 만물상의 아름다운 절경의 일부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안고 대부분의 등산객은 포기하지 않고 힘들게 올라가고 있었다.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면서 한참을 올라가는데 이미 정상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도 몇몇이 있었다. “올라가봐야, 안개에 가려서 아무것도 안보여요, 힘
2007-09-16 19:43이란 정보를 책에서 얻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 현지 사람 아니면 현지 신문 문화면에 소개되는 정보를 통해 탐방지를 정한다. 이번엔 이란 유명 유적지 그림이 곁들린 탁상용 캘렌더에 나오는 산꼭대기에 덩그렇게 철옹성 같은 성이 있어 이를 찾아나섰다. 바박성으로 알려진 이 성은 테헤란에서 이란 서북쪽으로 약 800여 km 떨어진 곳에 있어 큰 마음 먹지 않으면 찾기가 무척 어려운 오지 유적지이다. 일단 테헤란에서 이란 북서부 중심도시 타브리즈(Tabriz)로 가 거기서 다시 북동쪽으로 약 200여 km 떨어진 켈리바르(Kaleybar 인구 17,000명)란 작은 도시로 가야 이 성을 오를 수 있다. 이 성을 찾아가는 길도 멀거니와 교통이 불편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새벽 6시에 타브리즈에 도착해 바로 켈리바르로 가는 합승 택시가 있어 행운을 잡았다. 아침이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들녘을 달리는 쾌감 또한 멋있었다. 꼭 2시간이 걸렸다. 도착해 한 식당에서 산행을 위해 양고기 케밥으로 아침을 거나하게 때우고 성으로 오르는 입구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오르는 길이 두 갈래이다. 계곡 숲을 타고 오르는 길과 약간 위쪽 바박 호텔에서 출발하
2007-09-15 23:32- 부산의 상징, 오륙도의 바람 오륙도 닥아치는 억센 물결에 노래하며 자라는 물새들처럼 비오나 바람 부나 한데 모여서~ --- 하 략 ---- 이 노래는 필자가 다녔던 영도 남항초등학교의 교가이다. 이상하게도 중학교, 고등학교 교가는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초등학교 교가는 마흔이 넘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무래도 6년간이나 불렀기에 더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당시 필자는 교가에 등장하는 오륙도를 먼발치에서 만 보았을 뿐 가까이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영도에서 이 오륙도를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으로 유명한 이영희 교수님의 모교인 ‘한국해양대학교’이다. 해양대학교는 일명 ‘아치 섬’이라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아치 섬을 반 바퀴 돌아 푸른 바다를 쳐다보면 오륙도가 해풍을 맞으며 바다 위에 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오륙도는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리고 막연한 꿈과 이상을 품게 했던 소중한 오브제였다. 부산에는 여러 개의 섬이 있지만, 부산을 상징하는 섬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오륙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오륙도는 부산의 역사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자연유산
2007-09-15 23:32“저, 도둑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원조교제했어요.” 괜찮아. “저, 친구 왕따 시키고 괴롭힌 적 있어요.” 괜찮아. “저, 폭주족이었어요.” 괜찮아. “저, 죽으려고 했어요.” 괜찮아. “저, 공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학교에도 안 가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어요.” 괜찮아. “죽어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얘들아, 그것만은 절대 안 돼.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은 구절이다. 그는 무엇이고 괜찮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상식으론 전혀 괜찮지 않은 것들을 그는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한 가지, 죽어버리고 싶다는 말에는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거부한다. 왜일까? 그에게 어제까지 일은 흘러간 과거이니까 전부 괜찮지만 죽는 건 안 된다고 한다. 죽음은 끝이지만 살아 있음은 희망의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건 아님 혼자 힘으로건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절망의 시궁창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살아주기만 해도 좋다고 한다. 고맙다고 한다. 난 그의 이런 말에 저절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진정성이 읽는 이를 부끄
2007-09-14 10:11- 기계문명은 인간의 관점에서 발전되어야 한다.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 보면, 기계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을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기계들이 인간의 몸에서 에너지를 뽑아낸다는 설정이다. 인간의 열과 피를 이용하여 동력원을 만들어내는 기계. 급기야 기계는 인간을 사육하게 되고, 인간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를 창조하여 인간을 그 안에 가두어 놓는다. 불우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이라고 여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 기계의 잔인성이 극도로 묘사된 매트릭스는 섬뜩함을 안겨주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다소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기계가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는 일이 현실로 등장할 것 같다. 독일의 프라운 호퍼 연구 팀이 사람의 체온만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호퍼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도 체온을 이용하여 열전기 발전기를 돌렸다고 한다. 그러나 체온과 주변 환경의 기온 차가 적어서 200mV의 전기 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7-09-13 16:42정근영 선생님의 ‘좋은 교육 좋은 세상’을 읽고 근세기 들어 가장 위대한 교육가인 페스탈로찌는 인간학교의 기초를 가정과 초등학교에서 추구한 인물이었다. 그는 아동의 자발적 활동을 통하여 여러 능력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직관적 방법을 제창하였다. 이는 사회개혁의 근본 기능을 전인적(全人的) 교육에서 찾은 것으로써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세 번 변하고 또 삼 년이란 세월이 흐를 동안 오로지 초등학교에서 몸 담아온 정근영 선생님. 그 선생님이 33년 동안 자연스레 터득한 교육관을 담은 책을 펴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해 10월 말경 도서출판 글꽃에서 나온 이 책은 교육 수요자와 교육 공급자가 진정한 인간화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근영 선생님은 초등학교라는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한 실천가이지 페스탈로찌 같은 교육이론가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교육이론은 교육실천을 떠나서 나올 수가 없다. 페스탈로찌도 무수한 교육 사업의 실패를 통해 교육 철학을 하나 하나씩 정립해 간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그 위대한 교육철학을 내
2007-09-12 08:46- 멸치회가 익어가는 대변항의 갯냄새. T.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노래했지만, 기장군 대변항 4월은 멸치회가 고소하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멸치를 회로 먹는 다는 것이 다소 신기하게 느껴지겠지만 대변항에선 멸치를 분명히 회로 먹는다. 이렇게 회로 먹을 수 있는 이유는 흔히 볼 수 있는 잔멸치가 아니라 어른 손가락처럼 굵은 몸통을 가진 멸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살집이 좀 있다 보니 회로 먹을 수도 있고 여느 생선처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멸치 회엔 서민의 향이 깊숙이 배어있다. 대변항은 전국 멸치 유자망 어선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멸치가 풍성한 곳이다. 영화 "친구"를 보면 동수로 분한 장동건이 어느 방파제에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자기에게 다가오는 부하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 장동건은 아주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을 하면 누가 이기겠느냐는. 이 엉뚱한 질문은 영화의 도입부인 개구쟁이들의 수영 장면에서 이미 등장한 것이다. 생각해 보건대, 조오련과 바다거북은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를 상징하는 게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조오련이 분명 바다거북을 이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2007-09-10 17:40사막 열사의 나라에 푸른빛을 감싸며 잔잔히 푸른 강이 흘러간다면 모두가 의아해 할 것이다. 이란의 보석, 이슬람의 문화수도 에스파한에 한 폭의 파노라마 수채화 같은 자얀데 강이 시내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그야말로 한 폭의 사생화 그림 같다. 강폭이 넓은 곳은 200여 미터 좁은 곳은 100여 미터로 그 길이만도 수 백 킬로미터를 넘는다고 한다. 물살도 빠르지 않고 완만히 흐른다. 도시 자체가 관광 전원도시라 폐수를 쏟아 낼 공장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래 거대한 강치고 물이 너무 깨끗하다. 물의 투명도가 한 5미터는 되겠다. 수심이 낮은 깨끗한 물에 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이 눈에 잡힐 듯 훤히 보인다. 목이 마르면 그 자리에서 물을 떠 마셔도 되겠다. 이 강이 있었기에 압바스 대왕이 이곳에 사파비 왕조 도읍지로 정해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이맘광장과 불후의 명작과 같은 씨오세 다리를 건설했는지 모른다.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씨오세 다리는 그동안 몇 번 에 걸친 지진에도 끄떡없이 그 옛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자얀데 에 오리 보트를 띄워 시민들이 강을 즐기도록 해놓았다. 곳곳에 힘차게 솟아오르는 분
2007-09-09 16:586년 전, 경기도 양평의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 시를 쓰며 아이들에게 전해 줄 동화를 쓰는 시인이 있다. 칠순을 다 바라보는 나이의 최하림 시인이다. 최하림 시인은 동화를 쓰는데 창작 동화가 아니라 전래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써서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하림 시인이 쓴 전래동화 시리즈는 18권이다. 부마를 잡으러 간 두 왕자 1권을시작으로 해서 현재 제 18권인 토목공이와 자린고비룰 출간했다. 최하림 시인이 들려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는 기존의 전래동화와는 또 다른 맛을 준다. 이야기의 내용이야 기존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인의 말처럼 문학적인 맛을 덧붙이고 서사적 구조를 새롭게 하여 나름의 해석적 시각을 동화 속에 넣었기 때문이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동화를 쓰는 일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괴테나 톨스토이도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썼다. 지금도 많은 시인소설가들 중엔 동화를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우리의 전래동화를 시리즈로 계속해서 낸 경우는 드물다. 사실 시인이 동화를 쓰기 전에 발표했던 시들에서도동화적인 냄새는 있었다. 시인의 시에선 유독 자연과 관련된 시어들이 많다. 숲속으로 들어갔어요 / 뭉게구름 같은 숲속으로요
2007-09-09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