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2월은 송별회 달이다. 승진, 전보, 전직, 퇴직 등으로 인해 함께 근무했던 교직원들이 저녁식사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이상 함께 근무했으니 정이 두텁게 쌓였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헤어지기가 아쉬운 것이다. 학교마다 교직원 송별회를 한다. 우리 학교 교직원 송별회, 돼지갈비집으로 정했다. 인근에 있는 음식점이다. 예약된 시각, 음식점에 도착하니 벌써 상차림이 되어 있다. 메뉴는 목살이다. 더 드실 분은 추가로 돼지갈비를 청해도 된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이럴 수가? 송별회 현수막 글씨 중 학교 이름이 틀렸다. '율전중'인데 '율현중'으로 되어 있는 것. 음식점에서서비스로 설치해 주는데 소통에 오류가 있었나 보다. '율전중 송별회'인데 현수막은 이웃 학교 '율현중 송별회'가 된 것이다. 어떻게 할까?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하나, 현수막 자체를 떼어 내는 것. 우리 교직원만 모였으므로 현수막이 없어도 그만이다. 다른 학교 명칭이 붙은 것을 놓고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러니까 떼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음식점 주인은 얼마나 무안해 할까? 하나, 틀린 글자 현수막이 있는 아랫부분 전체를 가위로 오려내는 것. 이렇게
2014-02-27 17:33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발령을 기다리다 36년 전 부푼 꿈을 안고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교직에 첫 발을 들여 놓았는데 이제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한 채 정들었던 교육계를 떠나야할 시간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막상 제가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불현듯 지난날들이 하나, 둘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반갑게 맞아주던 교정과 조잘조잘 말을 걸어오던 어린 천사들이 늘 곁에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것 덮어주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이렇다 할 공적과 번듯한 가르침 하나 제대로 남겨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억세게 운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선생님이 최고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기에 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당당하게 사랑이 넘치는 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각종 매스컴에서 명예퇴직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달리 저는 등 떠밀리거나 몸이 아파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싫어서 떠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라 아주 오래 전에 승진보다…
2014-02-27 17:323월 1일자 정기교원인사에 따라 5년 동안 근무했던 군산여상(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을 떠나게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정들었던’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은 그 말이 통속적이거나 상투적이어서가 아니다. 필자가 ‘정들었던 군산여상’이라 말하지 않은 것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인생’에 휘둘린 5년 세월이 너무 씁쓸하게 다가와서다. 5년 전 자청하여 군산여상에 전입할 때만 해도 제법 설레이고 부풀기까지 했다. 어차피 6개월, 늦어도 1년이면 뜰 학교로 생각했다. 집 인근의 학교 전입을 시도하지 않고 순환전보내신서(만기시 내는 교원인사서류) 희망지를 군산으로 썼다. 군산여상을 희망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또 하나 이유는 35년도 더 지난 고교시절 당시 군산여상 학생들에 대한 환상이었다. 아니다. 젊은 국어교사일 때 여학생들에게 인기 캡이었던 추억이 또아릴 틀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실력이나 외모 등 그 수준이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전통의 명문 군산여상 근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군산여상에 대한 환상은, 그러나 왕착각이었다. 과거의 인기 캡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필자는 여학생들에게 50대 중반의 그냥 ‘꼰대’일 뿐이었다. 학생들 역시 전통
2014-02-26 09:33KBS1 저녁 8시 임성훈 사회자로 진행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길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우수한 기업가, 변호사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시나리오를 5분을 통해 전해주는 강연의 짜릿한 맛은 명강사가 출현하여 1시간 이상을 강연한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내면을 뭉클하게 만든다. 살아가면서 겪은 진실이 그대로 표출되기에, 생생한 현장감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에, 청자들은 마치 자신이 걸어온 길인 양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다. 살아있는 강연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강연 100도”를 거쳐 갔지만 그들의 인생 삶의 과정이 행복으로만 점철된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불행만으로 점철된 것도 아니었다. 행복과 불행의 교차가 꽈배기처럼 꼬여 있어도 그들은 그것을 인간이 가진 용기와 슬기와 인내로 그리고 덕으로 베품으로 이겨냈다. 지금까지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인물상은 영웅지상주의였다. 위대한 인물은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위대한 사업가는 이렇게 해서 지금 수억을 소유하게 되었다. 등등 보통 사람들의 생활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장면만을 보여주어 보통 사람들로는 마치 상상속의 꿈의 세상을 그려보는 것 같
2014-02-26 09:32
소치 동계스포츠에서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벤쿠버에 이어 연속 금메달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객관적 실력면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심판들의 판정은 아쉽게도 은메달에 머물게 하였다. 이제 연아 키드들이 선배의 꿈을 이루어주리라. 피겨계에 연아가 있다면 우리집에는 아내가 있다. 헉, 이게 무슨 말일까? 교사 아내의 화려한 귀환을 두고 하는 말이다.교사에서 교감이 된다는 것, 보통 노력 갖고는 이루기 어렵다.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론 개인의 행복을 잠시 접기도 한다. 도대체 승진이 뭐길래! 아내와 결혼한 지 24년째다. 그 동안 거주지 가까이에서 교편을 잡았다. 자녀 교육도 있고하여 멀리 떨어져 있을 수없었던 것. 그러다보니 승진이 멀어져간다. 근평을 잘 받아도 다른 가산점이 없으면 승진이 어렵다. 도시에서 학교운영의 핵심부장이면 무엇하나?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4년전 농촌학교로 떠났다. 이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는남편이다. 아내도 통근하느라 육체적으로 피로하다. 통근 거리가 60km가 넘으니 유류비와 고속도로비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승진이라는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감내를 해야 한다. 남편도 기
2014-02-24 12:52
"배운다는 것,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배울 것이 없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은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다. 배움을 포기한 사람은 늙었다는 표시이다. 죽음을 바로 앞 둔 사람은 배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성장하고 향상하는 사람은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 학사력 오른쪽 상단에 있는 문구다.한국교육신문 '자발적 배움은 위대한 일인데'라는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것이 어떻게 학사력에 들어갔을까? 교장의 지시사항? 아니다. 담당교사가 알아서 자발적으로 넣은 것이다. 전임지 학사력 견본을 보더니 권학(勸學) 문구를 찾은 것이다. 전임지 학사력은 논어 문구다.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뜻 깊은 작은 연수가 있었다. 담당 장학괸이 연수 자료도 두툼히 만들었는데 자료명이 '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 지도자 과정 수료자를 위한 추수지도 및 협의회 자료'다.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평범한 연수 자료다. 그러나 여기 모인 사람들, 자부심이 대단한 분들이다. 우리는 흔히 교직에서의 최고 연수로 교장자격연수를 꼽는다. 학교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다. 여기를 수료하면 학교라는 기관의 장이 된다. 학교에서 최고 의사 결정권자다. 그러다 보니 자칫 자만에 빠질…
2014-02-24 12:52지난2월 21일 광주교육대(총장 이정선) 풍향문화관에서 재학생을 비롯해 석사과정 및 학부과정 졸업생, 학부모, 교직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3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이 있었다. 이날 광주교대는 2013학년도 학위 수여식을 통해 학사 424명, 석사 75명 등 총 49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수상에는 총장상인 우등상 12명을 비롯해 공로상 3명, 동문회장상 1명, 한국교총· 광주교총회장상 2명 등 총 18명이 상장을 수여받았다. 많은 학부 졸업생 424명이 4년 후에는 유능한 교육자가 되겠노라 결정하여 교대를 선택하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첫 출발하는 이들이 모두 성공하여 행복한 삶으로 막을 내리길 기대한다. 그러나 가끔 교직에서 일하다 보면 '본래 내가 왜 교육자가 되고자 했던가'를 잊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절망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교육현장에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스스로 퇴직을 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어쩔 수 없이 교육현장을 떠나야 하는 사연은 매우 복잡할 것이다. 처음에는 희망을 안고 교실에 들어섰지만 가르치는 일에 실망을 하게 되고 도망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
2014-02-24 12:52우리 학생들이 읽어야 필독도서나 권장도서를 읽고 나면 한결같이 우울하다. 마음 썩 좋지 못하다. 안타깝다. 너무 가난한 환경에서 생활했을 때 썼던 소설이라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이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학생들이 우울증에 빠지거나 낙심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에 들까봐 걱정도 된다. 한과 울음과 슬픔과 고독과 괴로움 속에서 생활하면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건강까지 잃을 수 있다. 어떤 소설 속에서도 늘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밝고 건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소설이 주는 교훈이 있다.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다는 점이다. 옥희의 어머니는 결혼한 지 1년 만에 남편을 잃었다. 이런 불운을 당하면 삶을 포기할 수도 있다. 딸 ‘옥희’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돌아갔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딸을 낳았고 딸을 자기의 힘으로 키워나갔다. 아버지의 어릴 적 친구를 하숙생으로 받아들여 생활비를 보태기도 하였고 다른 사람의 바느질을 해서 청어도 사고 달걀도 사고 옥희의 사탕도 사주고 이렇게 살았다. 우리는 주위의 환경이 좋지 못하면 좌절하기…
2014-02-24 12:49지난 주 우리 학교 졸업식에서 여러 학생들에게 상당액의 장학금을 지급하였다. 졸업식을 마치고 나오는 한 학생이 '나도 공부 좀 할 걸'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상당한 액수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조금은 부러웠던 것 같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삶의 한 단계를 마치고 나면 보람된 일도 있지만 후회가 되는 일도 적지 않다. 학생의 세계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10년 넘게 운전대를 잡고 살아 온 조카에게 주5일 근무나 하루 8시간 노동은 여전히 남의 얘기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 일이 아니기에 먹고 살 만큼 벌려면 언제나 ‘자발적인 과잉 노동’을 해야 한다. “나도 퇴근 시간이란 게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쉰다. 그러더니 “할머니가 공부하라고 할 때 공부 좀 할 걸” 하면서 껄껄 웃음으로 넘기는 것이다. 이런 후회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후회다. 남녀노소 누구나 나이 든 사람에게 가장 많이 하는 후회가 뭐냐고 물으면 “공부 좀 할 걸”이라고 한다. 한국사회처럼 사회 구성원이 열심히 공부하는 사회도 드물다. 그래서 자신이 나이들어 느끼는 것은 모두들 공부 안 한 후회를 한다. 그리고 과잉 노동과 저임금을 받는 것에 대하여 공부 안
2014-02-24 12:48우리 모두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개의 큰 바퀴가 달린 자동차를 타고 여행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도 자본주의 사회였으나 대부분이 먹을 것도 해결하지 못했던 빈곤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도 국가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가난하게 사는 나라들이 많다. 이처럼 한 나라의 부는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 창업자 잉바르 캄브라드는 어지간한 거리는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고 업무를 추진하며, 독일 할인업체 메트로의 회장인 오토 바이스하임 역시 억만장자이지만 폐지를 잘라 메모지를 썼다고 한다. 필자가 80년대 후반 일본 대학에 유학을 할 때 지금의 우리 나라 신문에 광고지가 끼워진 것처럼 광고지가 많았다. 그러나 그때 저택을 가진 일본인 가정에서도 광고지를 잘라 메모 용지로 활용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 광고지를 메모지로 쓰는 사람을 아직 보기가 어렵다. 무조건 아끼고 절약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돈의 크기에 상관없이 돈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하지만 누구나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14-02-20 14:19